•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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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김삼의당(金三宜堂) <제7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09-20 09:36     최종수정 2017-09-20 10:2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해가 뉘엿뉘엿 북악산으로 넘어갈 무렵 하립이 심상규(沈象奎:1766~1838) 집 대문 앞에 닿았다.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비록 과거를 준비하고 있는 향반 주제지만 양반인 냥 주인을 찾았다.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문이 열렸다. “게 누구이기에 이렇게 거창하게 주인을 찾느냐?” 하인이 아닌 두실이 직접 나왔다.

서재에서 전국 정세에 대해 골몰하다 정원으로 나와 잘 익은 석류를 감상하고 있을 때 우렁찬 하립의 주인 찾는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어서 오게나 내 오늘쯤 자네가 오리라 생각했었네! 내가 두실이네...” 하립이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두실은 사랑채가 아닌 서재로 인도 하였다.

하립은 두실의 넉넉한 풍채와 고고한 인품에서 풍겨 나오는 위엄과 방대한 책에 압도 되었다. 중국의 4대 기서인 《삼국지》·《금병매》·《서유기》·《수호지》는 물론 제자백가 서책들과 각종 고서를 비롯한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했었던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동서남북 네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이다! 대충 씻고 저녁을 하시게... 나도 안채에 잠시 들렸다 나올 테니 저녁 먹을 준비를 하시게....” 하립과 두실은 세 살 밖에 차이가 없다. 두실이 세 살 연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신분은 한양과 남원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두실은 안에 들어가 저녁을 특별 주문하였다. 하립의 아내인 삼의당의 간곡한 부탁도 있지만 윗대 선조들 사이에도 각별한 우의가 있었다. 하지만 심씨 가문은 한양에서 계속 경화족(京華族:한양에 거주하는 지체 높은 사대부)의 영광을 누리고 있으나 하씨 집안은 그렇지 못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 같은 상황에서 삼의당과 하립이 한마을에서 한날한시에 태어나 결혼을 하였다. 삼의당은 조의제문으로 유명한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의 후예다. 지금 탁영의 후예가 옛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 두실은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은 것이다. “자 우리 한잔 하세! 자네와 나는 나이 차이도 별로 없네. 아마 내가 자네 둘째 형인 이락당 하준과 나이가 엇비슷 할거야! 형처럼 생각하고 당분간 내 집에 있으면서 과거에 열중하게... 방은 서재 옆에 있으니 그곳에 유숙하면 큰 불편은 없을걸세...” 주거니 받거니 대작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멀리 오느라 피곤할거야...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은 나와 북촌(北村)과 육조(六曹)거리를 구경하세! 조선의 심장 중에 심장이야. 이 두 곳에서 조선팔도를 움직이고 있는 걸세!” 술을 마실 때의 차분한 선비 모습은 조선팔도를 움직이는 심장부 중 심장부라고 말할 때는 난세(亂世)를 휘어잡는 영웅의 사자후로 변모하였다.

하립은 서재 옆 아담한 방에 누웠다. 두실이 독서하다 피곤하면 잠시 눈을 붙이는 방이다. 벽에는 신육복의 미인도가 걸려있다. 미인도를 보자 술기운의 하립은 아내 삼의당이 더욱 간절하였다. 갑자기 미인도에 삼의당이 나타났다.

하립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어 두실이 사랑채가 아닌 서재에서 저녁 겸 술을 마신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1만권의 책으로 위엄을 주려 한 것인지 책을 보고 하루라도 빨리 과거에 등과하여 한양의 경화족 복귀에 자극제인지를 저울질 하고 있다. 그는 결국 아내 극성의 후자 쪽에 무게를 두었다.

하립은 두실이 건넨 아내의 편지를 손에 들고 쉽게 뜯지를 못하고 있다. 창문으로 교교한 달빛이 들어와 손 위 편지에 멎었다. 호롱불을 켜지 않았으나 달빛으로 편지를 읽을 수 있는 밝음이다. 북악산에서 들려오는 두견새 소리가 가슴을 흔든다. 고향의 두견새 소리와 다르게 들려서다. 시골 두견새 소리와 한양 두견새 소리가 다르게 들렸다.

두견새 울음소리에 하립은 순간적으로 손에 들린 아내의 편지 뜯는 것을 잊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쓰여 있는지 하립은 가슴부터 뛰었다. 보나마나 내용이 뻔해서다. 삼의당은 하립과 한날한시에 태어났으나 결혼 후 10년 쯤 연상의 여인이 되었다. 두 집안의 빛났던 영광을 재현하는 것에부터 자녀교육과 집안 대소사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진두지휘 하였다. 심지어 부부관계도 그녀가 선생이 되었다.

그래서 하립은 삼의당 앞에선 큰누나에게 막내 동생처럼 행동해야 마음이 편하다. 지금 손에 든 편지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책 읽어도 모름지기 읽기를 좋아해야지/ 배우지 않으면 사람 노릇 못하네./ 십년동안 등불 앞에 나그네 되면/ 조정에 이로운 손님이 되리.’《학문을 권하며 읊다》다. 
 역시 삼의당이다. 한 치의 흐트러짐이 보이지 않는다. 여장부다. 초지일관 화촉동방에서 시작된 옛 영화 르네상스를 흔들림 없는 추진 목표다. ‘목동의 피리소리 마을마다 퍼져 나가고/ 나무꾼 노래 소리도 골짜기 마다 들려오네!/ 산머리에 해가 지려하자/ 안개서린 숲이 멀리 아득하구나!/ 어디선가 피리소리 한가락 들려오니/ 아마도 목동들이 돌아오는 게지’ 《목동의 피리소리》다. (시옮김 허경진)

그랬다. 삼의당은 목동들이 피리 불며 소떼들을 몰고 마을로 오듯 남편 하립이 장원급제하여 어사화를 머리에 꽂고 금의환향하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을 것이다. 삼의당은 아마 꿈속에서 남편의 금의환향 모습을 밤마다 봤을 게다.

하립은 떨리는 손으로 삼의당의 편지를 뜯었다. ‘심대감 댁의 생활이 불편하지는 않으신지요? 집 떠나면 고생이라 하지 않던가요? 집 걱정은 제 몫이니 걱정 마시고 얼마 남지 않은 과거에 전념하세요... 참 금년은 풍년이 들 듯 하네요... 풍부한 일조량으로 벼가 잘 영글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셋째 아버지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이 떠나던 날 짓궂게 괴롭힌 날이 공교롭게도 배란기였던 거예요... 아무리 좋아도 남의 집은 남의 집이에요. 부디 몸 건강하세요. 당신의 아내 삼의당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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