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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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김삼의당(金三宜堂) <제6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09-13 09:36     최종수정 2017-09-13 11:2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집을 떠나 한양으로 가는 하립의 발길은 한강에 이르자 가벼워졌다. 지난 번 과장에서 떨어졌던 선비들을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하니 한심하기도 하지만 자기와 같은 처지의 향반이 하나둘이 아니란 것에 다소의 위안이 되어서다.

하립은 한양에 올라가면 아내 삼의당이 소개해준 1만권의 장서가인 심상규(沈象奎:1766~1838)의 집에 유숙하며 공부하게 되었다. 심상규는 노론의 거두로 북학파(北學派)로 이용후생을 역설하는 실용주의자다. 하립은 8년 동안 고향과 한양을 오고가는 사이에 북학파의 주요 인물들과 교류도 하게 되었다.

북학은 이용후생지학(利用厚生之學)이라고도 하며 18세기 실학사상 중 청나라 문물을 수용, 농업과 상공업을 발달시켜 민생안정과 부국강병을 이루려는 것이다. 홍대용·박제가·박지원·유득공 등이 주장하여 북학파 또는 중상학파와 이용후생학파라고도 하였다.

하립의 집안은 두실(斗室:심상규 호)이 선조 때 잠시 남원에 유배되었을 때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두실은 정조가 붕어한 뒤 신유년(1801) 정치 파동 때 채지영 등의 무고로 홍원과 남원에 한때 유배되었을 때 향반의 신분이었으나 영의정까지 지낸 하연(河演)집안이란 내력으로 자연스럽게 교통이 이루어졌을 게다.

남원은 여인들이 엮어낸 스토리텔링의 보고다. 우선 춘향과 이몽룡의 흥미진진한 애기다. 춘향전은 영조(英祖:1694~1776)시대에서 순조(純祖:1790~1834)시대가 시대적 배경인듯하며 장소는 전라도 남원이다.

남원은 예향의 고장인 동시에 스토리텔링의 최적지다. 지금은 삼의당과 하립이 주인공이다. 춘향전의 실제 주인공으로 빙허각 이씨(憑虛閣李氏:17591824)와 남편 서유본(徐有本)이 있다. 빙허각이씨 아버지는 평양감사를 지낸 이창수이며 어머니는 문화 유씨다.

빙허각이씨는 15세에 서유본과 결혼했다. 그들은 한시(漢詩)로 대화를 할 정도로 학식이 높았다. 빙허각은 남편 서유본 보다 3살이 위인 연상의 여인이다. 그녀는 남편이 공부만 열심히 하여 가문의 옛 영화를 부활시키기 위해 누에치고 베를 짜고 백합주를 손수 담아 남편의 기를 살려주어 흥을 돋워 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빙허각은 아버지의 둘째부인 문화 유씨의 막내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소학을 익혔으니 그녀의 총명함은 시댁에서조차 감탄을 할 정도였다.

이처럼 남원엔 판소리의 고장과 예향(藝鄕)의 품격과 역사를 갖고 있으며 전통 또한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아마 삼의당이 조선이 아닌 유럽에서 남자로 탄생했다면 바이런과 키즈, 그리고 셀리 같은 시인들도 감탄을 아끼지 않을 시인이 됐을 것이다. ‘교산에 들어 앉아 문을 닫고서/ 새벽까지 글을 읽으시겠지요./ 악양지 공부는 이미 넉넉하고/ 두자미(杜甫 문장비유) 학업도 다 마치셨지요./일찍이 선대 유업을 이어 받았건만/ 이름 세우는 게 어찌 이리도 늦으실까/ 이듬해 봄빛이 찾아오면/ 다시 낙양으로 향하시겠지요.“ 《산에 들어간 낭군께 부치다.》다.

그랬다. 삼의당은 수년째 남편 하립의 등과를 학수고대했으나 번번이 낙방하였다. 그러나 삼의당은 실망하지 않고 시집올 때 가지고 온 패물을 팔아 가사에 보태고 남편의 학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는 머리까지 잘라 팔았다. 여인에게 머리는 왕조시대 정조에 버금가는 상징적 대상이었으나 남편이 등과하여 가문을 일으키는 데에는 모든 것을 아끼지 않았다.

삼의당은 아마 여자도 과거를 볼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면 틀림없이 응시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은 성리학을 주제로 하는 과거는 남성들의 독무대였다. ‘떨어진 꽃이 뜰에 가득하지만/ 아이야! 잠시 쓸지 마라라./ 조각조각 남은 봄이 흩어진 거니/ 하나하나 꽃과 풀로 점 찍힌 거지/ 마루의 제비가 차고 올라가거나/ 산의 새가 물고 날아가겠지./ 사랑스럽고 아쉬워 실컷 보아도 싫지 않으니/ 사창의 발을 빨리 걷어야겠네.’ 《낭군을 모시고 떨어지는 꽃을 보며 읊다.》다. (시옮김 허경진)

여자는 역시 여자다. 아마 집 주위엔 살구꽃·벚꽃·개나리·오얏꽃·진달래 등 온갖 봄꽃들이 제각각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벌 나비들을 유혹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화창한 봄날에 자연의 이치에 따라 봄꽃들이 만개하여 벌 나비들은 이 꽃 저 꽃을 찾아 마음껏 희롱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잊고 있었던 남편을 문득 떠올렸을 새댁의 속내일 터다.

여자와 남자가 결혼하여 한 가지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부귀영화다. 그리고 낮엔 그 목표를 향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밤엔 한 이불 속에서 숨겼던 부위를 서로 어루만지며 뜨거운 밤을 보낸다. 보통 결혼한 부부의 낮과 밤의 삶의 모습이다.

하지만 삼의당과 하립은 결혼 초부터 상대방의 속살을 있는 대로 알기도 전에 목표를 위해 헤어져 있어야 했다. 양가가문의 옛 영화를 재현하자는 화촉동방의 약속 때문이다.

화려한 꽃들에 벌 나비들이 희롱하며 날아드는 것과 발정난 개들이 흘레붙는 것을 보고 난숙한 여인의 사내생각은 너무나 당연한 원초적 생리일 터다. 화촉동방의 숨이 멈출 듯한 뜨거운 살을 섞은 운우지락이 번개처럼 떠올라 허벅지를 꼬집고 다리를 비비꼬며 밤을 지새는 날도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성리학의 사회인 조선을 뒤흔든 섹스스캔들은 유감동과 어우동이 대표적 사례다. 유감동은 세종 시대이며 어우동은 성종 통치 시대다. 두 임금은 모두 성군으로 칭송 대상이었다.

로마 황제 클라우디스 후처 황후 메사리나는 다음증(多淫症)환자다. 이 시대 사람들은 하루에 5~6회 섹스가 정상이라고 생각했었다나... 16세기 르네상스 속담에 1회는 시식(試食), 2회는 신사의 예의, 3회는 숙녀의 의무, 4회는 아내의 권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요조숙녀인 삼의당이 행여 그런 사랑을 하립에게 희망하지야 않았겠으나 남녀 간의 성정은 위와 같은 속성도 있었기에 시대를 뛰어넘는 사랑의 고전이 탄생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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