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류 천일야화 미인탐방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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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김삼의당(金三宜堂) <제2話>

편집부

기사입력 2017-08-16 09:34     최종수정 2017-08-16 09:3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새 며느리를 본 시아버지 하경천(河 經天)은 흡족한 표정이다. 자신도 윗 선조는 대제학에 영의정까지 한 종실(宗室) 다음으로 빛나던 가문 이였었다. 하지만 사돈 댁 역시 김일손 후예로서 더 이상 가문으로는 더 바랄 수 없는 명문가다. 그러나 두 집 모두 현재론 시골 향반으로도 체면이 제대로 서지 않는 허울뿐인 사대부 후예다.

가슴 부푼 초야의 신혼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낭만적 확신에 차 있다. 지적 교류를 하며 삶의 목표를 함께 세우는 서로 대등한 반려라는 자부심이 첫날부터 도도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주거니 받거니 한 시에서부터 시작된 첫날밤은 부부라기보다 절친의 죽마고우 분위기였다.

성리학이 통치철학의 조선사회에서 종고지락 또는 금수지락이라 말하는 이상적인 유교적 부부관계라는 자부심이라 하겠다.

화촉동방의 뜨거운 열기가 식기도 전에 그들은 삶의 목표인 입신양명 작전에 들어갔다. 맛만 본 초야를 치른 신랑은 곧 산사(山寺)로 공부 길에 올랐다. 첫날밤의 열정적 입신양명은 꿈같았던 신혼의 달콤한 사랑의 감정이 식기 전에 등과(登科)소식을 기다렸으나 열여덟짜리 새색시가 열여섯짜리 딸의 어미가 될 때가지 과거응시 되풀이로 생이별이나 다름없는 별거 생활이었다.

부부는 초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생이별을 견디어냈다. 그러나 사내는 돌아오고 싶다는 호소를 여자는 매몰차게 질타하며 설사 돌아온다 해도 밤에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초야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잠자리 거부다.

사실 조선시대에서 신분상승은 과거를 통한 입신양명이 유일한 방법이다. 높은 벼슬을 한 부모의 덕으로 음서직(蔭敍職) 혜택이 있으나 하립의 입장에선 더욱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한 희망이다. 조선의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는 사회에서 과거를 통한 입신양명만이 유일한 신분상승의 기회다.

때문에 처사들이 대부분 낙향하여 농사를 지으며 주경야독하며 과거에 응시하여 등과를 바라는 것이다. 지금 하립과 삼의당이 신혼의 달콤한 사랑의 꽃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행동으로 옮긴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데 사내가 여자의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글씨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내 삼의당의 곱고 고운 자태만이 눈앞에서 어른거려 건성으로 보는 책은 공부의 효력이 없다.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문제는 하립이 아닌 부인인 삼의당의 독촉으로 마지못해 자존심이 상한 채 하기 때문이다. ‘고요한 사창에 날이 저물어/ 꽃잎 떨어져 땅에 가득하고 겹문은 닫혔네./ 하룻밤 그리움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고 싶으면/ 비단이불 붙잡고 눈물 자국 살펴보소...’ 김삼의당의 《봄날 규방의 노래》다.

그랬다. 새색시도 신랑이 그립고 보고 싶어 허벅지를 꼬집을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초야에 세운 목표인 과거를 통한 입신양명을 중도에서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여인의 한(恨)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했지 않았던가! 더욱이 삼의당은 조의제문 사건의 후예가 아닌가! 한번 세운 목표에 물러설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남편 하립이었다. ‘봄빛이 어김없이 우리 집에 찾아들어/ 푸른 버들이 늘어져 땅바닥을 쓰네./ 발 아래로 제비들 짝지어 날고/ 울타리 위아래에 복사꽃 몇 그루 피었네./ 꽃들이 피어나니 강산은 보기 좋건만/ 낭군님의 금의환향은 어찌 이리 늦어지나/ 겹문 닫고 홀로 있노라니 적막하기만 해/ 님 그리는 한 조각 꿈을 또 하늘가에...’ 《봄날 괴로운 노래》(2)다. (시옮김 허경진)

그럴 것이다. 한동네에 살아서 아련하고 어렴풋이 알고 있다 천생연분으로 부부가 되어 화촉동방을 치렀으나 상대방의 체온이 식기도 전에 헤어졌다. 삼의당의 주도로 남편 하립의 입신양명으로 가문의 르네상스 운동을 위해 계획된 헤어짐이다. 삼의당은 하립이 장원급제하여 좌의정과 영의정 반열까지 오르면 정경부인을 꿈꾸었을 게다.

그렇게 되면 양가의 쇠락해질 때로 쇠락해진 가문의 영광이 일시에 회복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의 공부는 아내의 열망에 이르지 못하였다. 가세는 더욱 기울어졌다. 삼의당은 새색시 노릇은 염두에도 못 내고 밥 짓고 빨래하고 논밭에 나가 일까지 하는 상머슴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부끄럽거나 힘들지도 않았다. 남편의 입신양명의 화려한 꿈이 있는 아름다운 노동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창이 밝으면 일어나 집안청소하고 아침지어 시부모에게 아침 드리고 딸을 업고 들고 산으로 나물을 하러 다녔다.

남의 시선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친정에서 시집가서 밥 짓고 나무하고 나물하러 갔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조롱에도 삼의당은 추호만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삼의당은 하립이 장원급제하여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 반열에 올라 정경부인을 열망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양가의 쇠락해진 가세가 일시에 회복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니라....

하지만 노곤한 몸으로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는 별 수 없는 꿈 많은 열정이 넘치는 갓 결혼한 여인의 마음이다. 뒷동산에 진달래, 산수유, 산철죽 등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것을 이따금씩 찾아가 허전한 마음을 달래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딸 하미혜(가명)는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굴리며 “엄마 우리 아버지는 언제 집에 오셔?”라고 묻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삼의당은 딸을 덥석 안아 뜨거운 키스를 해주며 “아버지는 지금 산사(山寺)에서 공부하고 계시어 올 과거에서 장원급제하여 어사화를 꽂고 오실거야!” 라고 말하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었다.

하지만 화촉동방에서 세운 입신양명의 르네상스는 시간이 흘러 세월이 쌓여도 가까워지는 징후가 보이기는커녕 점점 멀어져만 갔다. 하립의 아내 그리움은 향수(鄕愁)를 넘어 병으로 옮아갈 상황이다. 삼의당은 틈틈이 편지를 보내 위로와 은근한 위협조로 남편 하립을 품안의 아이처럼 어르고 미래에 대한 화려한 약속을 하면서 입신양명 금의환향할 날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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