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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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건강보험이 한약 첩약을 지원해 주는 것에 대해

편집부

기사입력 2020-06-29 13:14     최종수정 2020-06-29 13:1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최근 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금년 10월부터 3년동안 한방 첩약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은 모든 첩약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 질환 후유증 등 3개 질병의 치료에 쓰이는 첩약에 대해서만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원 기간도 제한되어 있어서, 환자 1명 당 1년에 한 번, 10일치의 첩약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 경제적 효과로 환산하면, 각 질병당 환자는 1년에 7-8만원 정도 첩약값을 절약할 수 있다.  환자들이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아 경제적인 혜택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번 계획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첫째,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기간이 너무 짧다.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 질환 후유증 같은 질병은 만성질환이다.  따라서, 이런 질환을 치료, 조절하기 위해서 환자는 장기간동안 약을 복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건강보험은 첩약을 10일치 분에 한해 일 년에 일 회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즉, 환자는 첫 10일 이후의 첩약값을 모두 자신이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건강보험의 계획은 1회용 상품 할인 쿠폰 (Coupon)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Netflix를 가입하면 첫 달의 멤버쉽 (membership)은 무료지만 이후부터 가입자는 매달 멥버쉽 비용을 내야 한다.  건강보험의 첩약에 대한 지원 계획은 한 달이 아니라 10일로 더 짧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하면, 보험이라기 보다는 1회용 할인 쿠폰인 것이다.  또, 이것은 한의사가 첩약에 대해 손님을 끄는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마치 Netflix가 가입자에게 첫 한 달을 무료로 이용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가입을 중단할 수 있게 만들었듯이 한의학적인 필요와는 별도로 한의사는 첫 10일은 할인을 받으니 일단 복용해 보고 효과가 없으면 중지해도 된다고 첩약을 환자에게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 계획은 건강보험의 재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건강보험의 재원은 국민들이 낸 돈으로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이 재원은 꼭 필요한 곳에 투입되어야 한다.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 질환 후유증에 대한 첩약은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재원이 필요한 곳으로 보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치료방법과 건강보험의 재원이 필요한 곳은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피로회복 등을 위해 박카스와 같은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은 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있지만 건강보험은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이유는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는 지 임상시험 (clinical trial)을 통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재원은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뒷받침된 곳에 사용되어야 한다.

비록 한방의 첩약은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지만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받지 못했다.  오랫동안 사람을 대상으로 사용해 왔으니 검증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보겠다.  폐경기이후 여성은 몸이 화끈거리는 증상 (hot flash)이 나타나거나 골다공증에 쉽게 걸린다.  이런 증상은 에스트로겐 (estrogen)의 양이 줄어 들어 나타나므로 이를 치료하는 방법은 – 당연히! - 에스트로겐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 과거에 에스트로겐을 사용한 폐경기 여성들을 살펴 보니 이들에게 심장마비, 뇌경색 등 심각한 심혈관기 질환이 적게 나타나는 것이 관찰되었다.  그래서, 한 때 에스트로겐은 폐경기 여성들에게 널리 사용되었다.  그런데, 무작위 (random)로 환자를 배정한 임상시험을 통해 에스트로겐과 위약의 안전성과 효과를 비교해 보니 에스트로겐은 위약보다 심장마비, 뇌경색 등 심각한 심혈관기 질환의 위험을 오히려 증가시켰다.  즉, 그동안의 경험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인 것이다.  그러면, 왜 임상시험 결과은 그동안의 치료 경험과 다른 결과를 내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여기서는 중요한 점 두 가지만 들기로 하겠다.  

1) 임상시험은 무작위로 환자를 배정하기 때문에 치료방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무작위로 환자를 배정하는 것은 치료방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데에 중요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무작위 배정 방법은 효과가 있을 만한 환자들을 특정한 치료방법에만 배정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치료방법 중 어떤 것이 질병 X에 대한 사망률을 더 낮추는 지 비교한다고 하자.  이 때, 질병X의 초기단계인 환자들은 A라는 치료방법만을 쓰고 말기단계인 환자는 B라는 치료방법만을 쓰면 A 치료방법의 효과가 더 좋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무작위로 환자를 배정하면 두 치료방법에 초기와 말기인 환자들이 골고루 분포하게 되어 두 치료방법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다.  반면, 치료경험은 의사가 환자를 무작위로 배정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또, 어떤 의사가 시행한 치료방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는 그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러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사는 효과를 본 환자들만 가지고 치료방법의 효과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즉, 임상상의 치료경험만으로는 치료방법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2) 임상시험은 위약효과 (placebo effect)를 보정하여 치료방법의 효과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위약효과란,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을 말한다.  위약효과는 질병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50-75%의 환자들에게 나타난다.  따라서, 어떤 치료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위약 효과를 보정해야 한다.  또, 많은 질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절로 나아지기도 한다 (암 중에도 이런 경우가 꽤 있다).  즉, 자연치유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질병이 치료와 무관하게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것도 보정해야 한다.  이를 보정하는 방법은 치료방법을 위약 (placebo)군과 비교하는 것이다.  이 때, 위약은 효과가 있을 만한 성분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  즉,  가짜 약인 것이다.  임상시험은 보통 무작위로 환자를 새로운 치료방법군과 위약군에 배정하여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한다.  만약, 새로운 치료방법을 받은 환자들이 보인 효과가 위약을 받은 환자들과 다르지 않다면 새 치료방법은 효과가 없는 것이다.  또, 새 치료방법이 위약보다 효과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내면 환자들에게 널리 사용하기 힘들다.  이처럼, 임상시험은 치료방법을 위약과 비교하기 때문에 치료방법이 위약효과와 자연치유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검증할 수 있다.  반면,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에는 위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된 효과가 위약 효과와 자연 치유 때문인지 알기 힘들다.  즉, 자연적으로 치유되더라도 치료방법의 효과로 오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무작위로 환자를 배정하여 위약군과 비교한 임상시험은 치료방법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을 경험보다 더 공정하고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  즉, 임상시험의 결과가 치료경험보다 신빙성이 더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에스트로겐을 모든 폐경기의 여성에게 권하지 않는다.  에스트로겐이 경험적으로 안전해 보였는지 몰라도, 임상시험 결과, 안전하지 않은 것 – 심순환기 질환 발병의 증가 - 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수천 년동안 사용해 온 경험도 중요하다.  하지만, 경험은 치료방법이 효과적이고 안전한 지에 대한 검증의 수단으로 부족하다.  또, 에스트로겐을 폐경기 여성에게 사용하는 예에서처럼, 경험에 의존하면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임상시험 증거가 부족하고 환자에게 해를 끼칠 지도 모르는 치료방법을 국민이 피땀흘려 마련한 돈으로 건강보험이 지원해 주어야 할까?  대신, 오랫동안 사용해 온 치료방법을 검증할 수 있도록 그 재원을 임상시험에 지원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만약 그 치료방법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이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되면 그 때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도 늦지 않다.  또, 1회용 할인 쿠폰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질병이 조절되도록 충분히 오랜 기간 동안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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