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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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미국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이 실패한 이유

편집부

기사입력 2020-05-06 15:12     최종수정 2020-05-06 15:2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저에게는 책임이 전혀 없습니다 (I don’t take responsibility at all).”

이 말은 지난 3월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가 미국에서 아직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대통령의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묻자 트럼프의 답변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무책임한 대답이 왜 미국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응에 실패했는지 설명해 준다고 난 생각한다.

지난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트럼프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유행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이들의 경고를 “민주당이 만들어 낸 공갈”, “주류 언론이 지어낸 가짜 뉴스”라면서 오히려 이들을 공격해 왔다.  그리고, 1월 말, 보건부 장관이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에 대한 대응 준비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그를 군걱정을 하는 사람으로 치부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잘 조절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이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라고 말하는 등, 국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자신이 재선되어야 할 가장 큰 근거로 삼았던, 그동안 고공행진해 오던 주가가 연일 폭락하자 그는 결국 3월 13일 코로나바이러스가 국가 위기 (National Emergency)라고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자신의 재임중에 일어난 국제 건강 안보팀 (Global Health Security Team)의 해체를 자신은 몰랐으며 테스트 키트의 개발과 공급이 지연된 데에 대해 자신은 하나도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던 것이다.

미국에는 연방정부 기관인 질병 통제 센터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식약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등 여러 연방기관들 뿐만 아니라 주정부 산하의 보건부 등 다양한 기관들이 감염증의 유행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데에 관여한다.  이처럼 여러 기관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을 조절하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2014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Ebola virus)가 바다 건너 미국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을 경험한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국가 안보 회의 (National Security Council) 산하 국제 건강 안보팀라는 것을 만들어 해외에서 발생한 감염증의 유행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컨트롤 타워를 백악관내에 마련했다.  그런데, 2018년,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었던 존 볼턴 (John Bolton)의 건의를 받아 들여 트럼프는 이 팀을 해체해 버렸다.  여러 기관들의 역할을 조율하고 조절해야할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에 감염증 유행을 조절하고 통제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기구인 테스트 키트 (test kit)의 개발과 생산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가 승인한 독일에서 만든 테스트 키트를 사용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제조 생산하는 것을 고집했다.  그동안 새로운 감염증이 나타나면 해 왔던 것처럼, CDC가 테스트 키트를 만드는 것을 처음에는 주도했다.  그런데, 2월 중순, CDC가 개발해서 각 주에 배포한 테스트 키트가 부정확한 결과를 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시약 중 하나 – 정확하게는 네거티브 콘트롤 (negative control) 중 하나 - 가 생산과정에서 바이러스에 오염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테스트 키트의 사용이 지연되자, 2월말, 연방정부는 각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테스트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또, FDA와 테스트 키트 제조회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왜냐하면, 테스트 키트의 개발이 지연되는 사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전세계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환자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 4월 30일 현재, 미국에서 백만명 이상의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수의 약 3 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미국인 수보다 더 많은 6만 여명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했다.  그동안 미국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지연시키고자 40여개 주들이 자택 대비 (shelter-in-place) 나 재택 (stay-at-home)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수퍼마켓, 약국 등 주민들의 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점을 제외한 다른 상점들의 영업이 금지되어 지난 6주동안 약 3천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지난 10년 동안 경제성장으로 창출해 낸 일자리 숫자와 맞먹는 숫자이니 지난 10년 동안의 경제적인 성과를 단 6주만에 허물어뜨린 셈이다.

이상에서 보듯 미국은 지도자의 리더쉽 (leadership) 부재와 이에 따른 연방정부의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실패하였다.  그리고,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면 우선 지도자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하는 데 자신은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으니 이 위기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자택대피나 재택 명령을 안전하게 풀기 위해서는 검사, 추척, 격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여전히 검사조차 원활히 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테스트 키트와 검체 채취에 필요한 도구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감염된 환자가 접촉한 사람들을 추척하는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1800명의 추적인원을 동원한 중국 우한시의 예를 보았을 때 미국에는 삼십만명의 추적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검사, 추척, 격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방정부가 주도해야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주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대신 트럼프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는 살균제 주사와 같은 치료방법을 제안하여 국민을 혼동에 빠뜨리고 있다.

인적. 물적. 기술적 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위기에 봉착한 미국.  미국의 사례는 지도자의 리더쉽이 위기 상황을 방지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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