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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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샌프란시스코로 찾아온 코로나바이러스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20-04-02 12:28     최종수정 2020-04-02 12:3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3월에 예약된 환자들 중 꼭 보아야만 하는 환자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전화 진료로 바꾸든지 아니면 예약을 연기하도록 하세요.”

지난 3월 6일, 팀허들 (team huddle)에 온 가정의학과 클리닉 디렉터가 팀원들에게 직접 지시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라 난 깜짝 놀랐지만 이유를 듣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할 것 같습니다.  가정의학과로 방문한 환자들 중에서는 아직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없었지만 곧 생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병원의 클리닉 디렉터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한 결과, 환자들간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병원으로 오는 외래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면진료를 피하고 당분간 전화진료로 바꾸거나 아예 대면진료 예약을 연기해 주면 좋겠습니다.”

가정의학과 의사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주치의라고 불리는 일차의료제공자 (primary care provider) 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주로 정기적인 건강검진 (health check-up)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치료를 위해 방문하는 환자들을 본다.  그런데, 이 환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다.  이런 환자들이 클리닉에서 진료를 기다리다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 접촉하게 되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의 여러 클리닉에 방문하는 외래환자 수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클리닉 입장에서 보면, 외래환자 수를 줄이면 수입이 줄어든다.  절충안으로 환자 수를 줄이지 않고 대신 손 세정제를 더 비치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환자의 건강을 위해 병원의 클리닉 디렉터들은 환자 수를 줄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진료예약을 연기하는 경우, 아직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5월달이나 그 이후로 잡도록 하세요.

진료실에 돌아오니 가정의학과 클리닉 디렉터가 보낸 이메일이 와 있었다.  허들때 발표된 내용을 다시 글로 정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클리닉에서 진료예약을 도와 주는 여러 스태프 중 누가 내 클리닉의 진료예약 변경을 도와줄 것인지, 어떻게 진료예약변경을 이메일로 지시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진료예약변경을 완료해야 하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오랫동안 예정되어 있거나 일상화된 일들을 갑작스럽게 바꾸게 되면 관련된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기 쉽다.  지난 10년간 내 클리닉은 매주 금요일에 있어 왔고 난 클리닉에서 환자를 볼 때 90%이상 대면진료를 해왔다.  또, 이번달에 예약된 환자들 중 지난해 10월에 예약된 환자들도 있다.  환자들의 예약을 5월 이후로 변경하거나 대면진료를 전화진료로 바꾸라고 갑자기 요구하게 되면 나나 환자나 모두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정의학과 클리닉에는 내 클리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개의 클리닉이 있다.  이 모든 클리닉이 갑자기 진료방법과 예약을 바꿔야 한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사람들과 명확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그래서, 난 클리닉의 수뇌부가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말과 글로 최대한 명확하게 소통하도록 노력하려고 한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내 클리닉의 진료 예약 변경을 위해 지정된 스태프에게 이메일을 보낸 다음, 난 복도에서 우연히 동료약사인 B를 만났다.

“B약사님, 진료예약 다 바꾸셨어요?”
“아니. 난 환자가 좀 많아서 시간이 좀 걸려.”
“사태가 빨리 진정되었으면 좋겠어요.”
“피크가 지나야 수그러들지.  이제 시작도 안 했는데.”

B약사는 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라 불리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후천성면역결핍증 (AIDS; 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이 1980년대에 처음으로 나타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HIV에 감염된 환자들을 돌보아 오고 있다.  HIV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여 심지어 신의 저주를 받은 병이라고까지 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느끼는 공포처럼 당시에는 HIV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HIV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병에 대해 훨씬 잘 이해하게 되었고 HIV에 효과적인 약물들도 많이 개발되었다.  그래서, 지금 HIV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약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취급되고 있다.  

작년에 처음 나타난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에 의한 감염증도 몇 년 뒤에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HIV처럼 사람들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은 감염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니 감염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제 유행이 시작했다면 언제 끝날 수 있을까?  5월에는 클리닉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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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되는 교수님 글을 항상 챙겨 읽고 있습니다. 모쪼록 바이러스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셔야 해요! (2020.04.02 13:44)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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