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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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황당한 치과의사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9-12-02 14:43     최종수정 2019-12-02 14:5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여보, 당신한테 황당한 편지가 왔어.”

아내가 들어 오면서 내게 편지를 건네 주었다.  발송인을 보니 2주전에 치석 제거 (teeth cleaning; 우리말로는 스케일링)를 위해 방문했던 치과였다.

‘친애하는 미스터 _.

저는 치료하는 환자들과 좋은 의사-환자 상호 관계를 맺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저는 당신과 이런 관계를 맺지 못한 것으로 믿습니다.  

당신의 진료기록을 보니 아직도 치료받지 못한 치아가 몇 개 있습니다.

치료를 계속 미루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어서 더 비싼 치료를 요하게 되며 치료를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고 치통도 생기고 결국은 이빨을 잃고 말게 될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치과 치료가 당신이 원하시는 것이라면 저희 치과 대신 다른 치과로 가는 것이 더 낫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신이 요구한다면 저희가 가지고 있는 엑스레이 결과를 포함한 진료기록을 당신이 원하는 치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다른 치과로 옮기는 데에 필요한 시간을 드리기 위해서 앞으로 30일의 기간 동안 당신이 저희 치과에서 응급 치료는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다른 치과를 찾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당신의 치과 보험에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치료가 지연되면 될수록 이빨은 더 썩을 것이고 이로 인해 이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닥터 매트 키이스크’

비즈니스 편지라 점잖게 말하고 있지만 요지는 권하는 치료를 받지 않아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자기 치과에는 더 이상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상업화된 미국 치과 의료계의 갈 데까지 간 모습인 것 같다.

난 이 치과에 두 번 - 2018년 3월과 2019년 2월 - 방문했었다.  모두 치석 제거를 위해서였다.  2018년에 처음 방문했을 때, 모든 새 환자들에게 하듯이, 치석 제거를 시작하기 전에 엑스레이를 찍어 치아에 문제가 없는 지 살펴 보았다.  검사 결과, 충치 등 몇 개의 치아에 문제가 있다면서 치료를 권했다.  금년에 내가 다시 방문하자 치석 제거를 해 주던 치과 보조사는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고, 난 생각해 보겠다고 했었다.  그러자 갑자기 이런 편지를 내게 보낸 것이다.

내가 이 치과에서 권하는 치료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은 데에는 나의 과거 경험 때문이다.  이 치과에 가기 전에 난 다른 치과에 다녔었다.  2007년, 난 아무런 증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치과에서 충치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었다.  그런데, 치료를 받은 뒤 치통이 새로 발생하고 심해져서 치료를 받은 지 1주일도 안 돼 이빨을 갈아야 했다.  

치과 치료는 대부분 시술을 요한다.  그런데, 모든 시술에는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금년에 치과를 방문했을 때 치료에 의한 이득과 위험에 관한 임상시험 증거를 물어 보았는데 만족할 만한 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보고 싶었다.  

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정이기 때문에 전문가인 치과의사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권하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자기 치과에는 더 이상 오지 말라고 하다니 그러면 이 치료는 정말 필요한 걸까?  그리고, 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환자에게 다시 오지 말라고 하는 사람을 과연 의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난 미국의 치과 의료가 너무 상업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위의 극단적인 예 외에도 한 가지 예를 더 든다면 거의 모든 치과가 부과하는 no show fee로, 이는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벌금이다.  환자가 미리 약속한 진료시간에 안 나타나면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그 시간에 다른 환자가 의사를 볼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박탈하는 것일 수 있다.  둘째, 의사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no show를 막기 위해 치과 의사 뿐만 아니라 일반 의사들도 진료 약속을 지키지 못한 환자들에게 no show fee를 걷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치과의사들이 일반 의사들과 다른 점은 일반의사들은 한두 번의 no show에 대해서는 fee를 물리지 않지만 치과의사들은 첫 번째 no show에도 물리는 경향이 크다.  또, 일반의사들이 물리는 no show fee는 20-30달러 (우리돈으로 2-3만원)로 비교적 소액인 반면 많은 치과의사들은 진료비 전체를 부과한다.  실제로 나는 예전 치과와의 치석 제거 예약을 한 번 못 지켰는데 이에 대해 치과의사는 내게 치석 제거 비용인 75달러 (우리돈으로 8만원)를 모두 부과했다.  

이처럼 미국 치과의료가 너무 상업적이 된 데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치과 치료가 거의 없어서 사보험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이 큰 이유로 보인다.  

각양각색의 사보험이 지불해 주는 치료의 종류와 심지어는 치과의사마저 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위 편지에서 치과의사를 찾아 보는 데 도움을 받으려면 내가 가진 치과 보험에 연락해 보라고 한 것이다).  또, 치료마다 지불해 주는 정도도 보험마다 달라 어떤 경우에는 보험이라기 보다는 할인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치과보험은 나이트 가드 (night guard; 우리말로는 마우스 피스) 비용의 고작 20%만 지불해 준다.  그런데, 나이트 가드 하나에 500-600달러 (우리돈으로 60-70만원)이니 보험을 적용받아도 적어도 400 달러 (우리돈으로 약 50만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여러 개의 사보험이 있어서 가입자가 분산되니, 보험 회사의 협상력과 구매력이 낮아져 치과의사들과 협상할 때 지불하는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줄어 든다.  예를 들어, 100명이 살고 있는 곳에 3개의 치과가 있다고 치자.  만약 1개의 보험이 있다면 이 세 개의 치과 중 더 싸게 치료를 제공하는 곳으로 100명의 모든 환자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치과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만약 5개의 보험이 20명씩 가입자를 나눠 갖는다면 이런 협상력과 구매력이 떨어져 치과 치료 비용은 올라간다.  또,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가입자가 고를 수 있는 치과 의사를 더 확보하려고 치과의사들이 원하는 가격에 맞춰 줄 가능성이 커진다.

메디케어같이 정부 차원에서 지불하는 치과 치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부 보험은 치과 치료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그렇다 보니 치과 치료 임상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치과 치료는 임상시험 결과에 따른 것보다는 치과 의사의 경험과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  임상연구가 활성화되려면 많은 연구자들이 배출되어야 하는데 대다수의 치대생들은 졸업하고 바로 치과에서 일한다.  그래서,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연구자가 되는 사람의 수가 적어 임상연구는 계속 더디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는 것 같다.

치대교육을 받고 치과를 개업하는데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많은 치과의사들이 큰 빚을 지고 치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최대한 수입을 올리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위 편지를 쓴 치과의사는 너무 했다.  다음 치과 의사는 좀 더 상식적인 의사였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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