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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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고위 공직 후보자의 검증과 학생의 개인정보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교수

기사입력 2019-09-02 13:1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교수님, A 학생의 재시험에 대한 건으로 연락드립니다.  A학생은 자신이 재시험 본다는 것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아서 그 학생만을위해 따로 시험장소를 잡아야 합니다.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10년전, 내가 처음으로 과목을 담당했을 때 학교내 교육지원부로부터 받은 이메일이다.  중간고사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이 10명쯤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재시험을 보아야 했다. 그런데, 그 중 학생 하나가 재시험을 다른 학생들과 같이 보면 자신이 시험을잘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므로 시험장소를 따로 잡아달라고 요구한 모양이었다.  학교 교육지원부는 이 요구에 따라 담당 교수였던 내게 이메일을 보냈던것이다. 

학생의 요구에 따라우리는 시험 장소를 따로 잡았을 뿐만 아니라 시험감독관도 그 학생만을 위해 따로 구해야 했다.  그 학생 하나를 위해 학교의 더 많은 자원 – 교실과 감독관 - 을 써야 했지만 학교는 학생의 요구를 들어주어야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이는 학생의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시험도 못 본 주제에별 걸 다 요구하네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험 못 본 것과 학생 개인정보 보호는 별개의 사항이다.  시험을 못 보았다고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이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사항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FERPA(Family Educational Rights and Privacy Act)라는 법이 있어 교육기관에서 생산된 학생에 대한개인 정보, 예를 들면, 시험 성적, 학사 징계 등에 대한 정보를 당사자 학생이나, 미성년자인 경우 부모의허락을 받지 않고는 제 삼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여기에는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포함한다.  그래서, 성적을 직접 제 삼자에게알려주지 않더라도 재시험을 치루는 다른 학우들이 A 학생을 보게 되면 A 학생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면 보호를 받을 수 있는것이다.

생각해 보면, 학업 성적, 징계 여부 등에 대한 정보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않은 것들이다.  이는 성적이 좋건나쁘건 관계없다.  지금은 어떤지모르지만 내가 우리나라에서 교육받을 때만 해도 학생의 성적을 본인의 동의없이 공개하는 것은 꽤 흔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전교석차를 복도에 붙여 공개해서 누가 전교 몇 등인지 다 알 수 있었다.  학교측에서는 자극을 주고 분발하라는 뜻에서석차를 공개했겠지만, 특히 석차가 낮거나 떨어진 학생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심지어 대학교에서도 성적이 다른 사람에게공개된 적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들은 일반화학 과목은 자연대 과사무실 앞 게시판에 시험 성적을 붙여 놓음으로써 성적을 발표했다.  그래서,성적이 발표되었다는 소문을 듣자마다 학우들이 자신의 이름과 점수를 지우려고 자연대로 전속력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이메일도 없고 학생들의 성적을학교 전산 시스템을 통해 알려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그랬을 터이긴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내점수가 얼마인지 아는 것 보다 남에게 내 점수가 알려지는 것을 막는 것이 더 급선무였다.  그 때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개념인 “개인정보”가 당시의 우리들에게 중요했던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대한 검증이 한창이다 (아래 이슈를 제기하기 전에, 다른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언행이 일치하지 않았던 조국 후보자에 대해 많이 실망했다는 것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그런데, 검증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무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후보자 딸에 대한 개인정보가필요한 수준이상으로 공개되어 있다.  신문기사에의하면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후보자의 딸은 두 번이나 낙제를 했다고 한다.  과목도 알려져 있고 학점평균 조차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이 모든 정보는, 우리나라 법으로도 보호받는 사항들이다.   

교육기본법 23조 3항에따르면 학교생활기록 등의 학생정보는, 법률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해당학생의 동의없이 제3자에게 제공되어서는 안된다.  성인인 후보자의 딸에 대한 이런 정보가 후보자 측이 아닌 언론에 의해공개된 것으로 보아 해당학생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  이 학생은 학업을 끝내려면 아직도 몇 년이 더 남은 것 같은데 자신의학우들 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자신의 성적이 공개된 데에 대한 정신적인 충격으로 앞으로 어떻게 학업을 지속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법이 정해둔 테두리안에서 관련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혹자는 특권층 부모를 둔 덕택에 좋은대학과 의전원을 갔으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지 모르지만 받은 특혜와 개인정보의 보호는 별개의 문제다.  마치 학생이 시험을 잘 보았거나 잘 보지못했거나 법이 정한 대로 개인정보를 보호받아야 되는 것처럼.

신재규 교수▲ 신재규 교수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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