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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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학장님의 리더쉽 (Leadership) – lead by example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

기사입력 2019-07-03 10:19     최종수정 2019-07-03 10: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안녕하세요 교수님, 다음 주 3일간 예정된, 약사들을 포함한 병원직원들의 파업때문에 교수님 과목의 구두시험에 시험관으로 배정했던 12명의 약사 레지던트들을 부득이 약국 업무로 복귀시켜야 되겠습니다이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UCSF 대학병원 약사 레지던시 프로그램 디렉터’

,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인가구두시험 (oral examination)이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레지던트들이 참여할 수 없으면 어디서 12명의 시험관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난감했다.

내가 봄학기에 약대2학년생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과목인 약물치료학 2 6학점짜리로 심순환기질환에 대한 약물치료법을 주로 다룬다약물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식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기술도 중요하기 때문에, 구두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의사소통 기술을 평가한다.  

구두시험은 학교 도서관의 Kanbar 센터라 불리는 임상 시뮬레이션 센터를 이용하는데 이 시설은 약대뿐 아니라 의대, 간호대, 치대, 물리치료학과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보통 시험 1년전에 미리 예약해 두어야 원하는 날짜에 사용할 수 있다따라서, 봄학기 중에 구두시험 날짜를 다시 잡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음 주에 예정대로 치뤄야만 한다.  

Kanbar 센터에 예약한 5시간 안에 120여명의 학생들을 모두 평가하기 위해서는 12명의 시험관이 필요하다이는 레지던트들이 주로 맡는데 그 이유는 교육 수련 (education training)이 우리 병원의 레지던트 수련의 목적 중 하나이고, 약대생들의 교육 평가에 참여하는 것도 교육 수련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들이 참여할 수 없으면 일주일도 안 남은 시간동안 12명의 시험관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일단 약대 내의 교육지원부서 (Office of Educational and Instructional Support)를 통해 약대 내부 교수들과 외부 겸임교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급하게 보냈다사정을 들은 학과장도 내게 이메일을 보내 환자 케어 때문에 자신이 직접 도와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과내의 교수들에게 따로 이메일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시간이 별로 없는 데다, 병원이 파업하는 경우 약사 면허증을 가진 학교 교수들까지도 병원 약국의 업무를 도와 주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그런데, 내가 이메일을 보낸 지 1시간도 안 되었는데 도와 줄 수 있다는 이메일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그러더니 단 하루만에 무려 13명이 도와줄 수 있다고 해서 그 중 하나를 거절해야만 했을 정도었다.  

이들 중에는 병원 파업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은퇴한 교수들, 외부 겸임교수들, 임상약리학과의 펠로우들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학장도 있었다학장은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의 일정을 조절해서 구두시험  5시간동안 모두 도와 줄 수 있으니 필요하면 편히 부탁하라고 썼다나보다도 훨씬 바쁠 텐데 시간을 내 주겠다니 정말 고마웠다.

학장이 도와주겠다고 한 것은 이 번뿐만이 아니었다우리 학교는 작년 7월부터 새로운 교과과정을 시작했다새 교과과정에서 난 1학년을 대상으로 10월말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심순환기 블럭 (Cardiovascular block)을 맡았는데 블럭 시작을 1주일 앞두고 UCSF 대학병원 레지던시 프로그램 디렉터로부터 또다시 그 공포의 이메일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다음 주 3일간 예정된, 약사들을 포함한 병원직원들의 파업으로 인해 심순환기 블럭의 소그룹 지도에 배정된2명의 약사 레지던트들을 부득이 약국업무로 복귀시켜야 되겠습니다이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UCSF 대학병원 약사 레지던시 프로그램 디렉터’

지난 5월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쟁점이 타결되지 않아 다시 파업한다고 한다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과목을 운영할 때만 파업을 하는 것일까?? 5개월전에 경험했기 때문에 그 때 했던 대로 교수들과 겸임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돌렸더니 또 학장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먼저처럼 일정을 조절해서 도와주겠다고.

학장은 단과대학의 리더다여느 조직처럼 리더의 행동은 교수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들의 학교에 대한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조직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방법 중 하나로  lead by example – 모범을 보여 줌으로써 이끈다 - 란 말이 있는데 우리 학교 학장의 리더쉽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모범을 보임으로써 학장이 나와 다른 교수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두 가지라고 본다첫째는 학교일을 수행하는 동안 동료 교수가 어려운 사정에 놓였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라는 것이다대학교는 다른 조직과 달리 팀워크가 덜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조직의 경우, 높은 자리에 있거나 나이든 사람은 시험관같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일을 내 짠밥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학교 학장은 학교의 미션들 – 연구, 교육, 환자치료, 사회공헌(service) - 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같다자신들보다도 더 높은 자리에 있고 더 바쁠 학장이 시간을 내서 도와 주면 다른 교수들도 따라 도와 줄 수밖에 없다.  

둘째, 교육은 학교의 중요한 미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위 두 에피소드에서 사실 학장이 도와주려고 한 것은 내가 아니라 학생들이다구두시험과 소그룹 활동이 취소되면 학생들이 그만큼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학장이 바쁜 자신의 일정을 바꿔 가면서 양질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려고 했던 것이다.  

몇년 전 난 우리나라 약학회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었다.  6년제가 실시된 지 얼마되지 않아 열린 학회여서 새롭게 도입한 실무실습에 대한 학교간에 그동안의 경험을 공유하는 세션이 있었다실무실습은 임상약학교수 담당이라 당연히 많은 임상약학교수들이 참석했다하지만, 어느 임상약학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약대 교육을 최종 책임지는 학장님은 단 한 분도 참석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UCSF 약대가 양질의 졸업생을 꾸준히 배출해 내는 데에는 학교 구성원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보여주는 학장의 리더쉽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신재규 교수▲ 신재규 교수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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