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약대·약학

<57> 정성어린 호스피스 케어를 받을 수 있었던 보바스 기념병원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27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9-02-01 10:20     최종수정 2019-02-01 10:2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야~ 좋다!”

상쾌한 아침공기와 함께 확 트인 전망에 어머니는 매우 좋아하셨다.  입원하셨을 때에는 구토를 심하게 하셔서 상태가 꽤 좋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신 뒤 드시지도 못한 데다 입원하기 위해 차를 타고 오신 것이 메스껍게 한 것 같다.  하지만, 영양제 수액을 맞으시고 잠도 잘 주무셔서인지 입원 다음날 아침에는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실 수 있었다.

“전화기 좀 줘 봐.  사진 좀 찍게.”

동네 노인복지관 사진반 활동을 꾸준히 하신 어머니는 아름다운 전망을 열심히 사진으로 담으셨다.  

“잘 찍었지?”

우거진 숲과 멀리 보이는 아파트들을 아침 햇살과 푸른 하늘에 담은 이 사진들은 결국 어머니의 마지막 작품이 되고 말았지만 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도 좋아하시던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한다.

보바스 기념병원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망과 환경만이 아니었다.  보바스 기념병원의 정성어린 호스피스 케어는 나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보바스 기념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어머니는 특히 자원봉사자가 병실을 방문해서 해 주는 발 마사지를 좋아하셨다.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어머니의 양발을 정성스럽게 주물러 주시며 마사지 해 주시던 자원 봉사자 두 분을 잊을 수 없다.  카드 만들기도 기억이 나는 프로그램이다.  난 단순히 준비해 온 흰 종이에 환자가 색칠해서 카드를 만드는 프로그램으로만 생각했는데 종이 뿐만 아니라 단추, 실 등 여러 생활소품들을 이용해서 가족들이 환자를 위해 카드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내 아들이 만든, 꽃 사진을 찍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카드는 어머니도 좋아하셔서 돌아가신 다음 제단에 올려 놓기도 했다.

환자와 가족들이 마지막 시간들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런 프로그램들도 좋았지만 보바스 기념병원을 지금도 특별하게 생각하게 하는 것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병동 스태프들이었다.  보바스 기념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들은 모두 하나라도 더 해 주고 도와주려고 노력했으며 환자를 대하는 표정, 어투, 태도 등에서 환자에 대한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를 담당했던 한 간호사는 어머니와 이야기를 할 때 어머니가 침대에 앉아 계시면 옆에 앉고, 어머니가 누워 계시면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 간호사가 어머니의 위치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조절한 이유는, 의사소통기술 (communication skills) 과목에서 가르치고 있듯이, 환자의 눈 높이에 자신의 위치를 맞추면 환자에게 공감을 표시할 수 있어 좀 더 원활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다른 병원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데다가 어머니와 이야기할 때 항상 손을 잡아 주는 등, 어머니를 단순히 배정받은 환자가 아닌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인간으로 공감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매우 고마왔다.  

고마웠던 일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음악을 좋아하셨는데 나는 피아노를 좀 칠 줄 아는 손자의 연주를 돌아가시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들을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입원 다음날 우연히 병동에 전자 피아노가 있는 것을 보고 간호사에게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지 물어 보았다.  간호사는 가능하다며 1인실이 비어 있으니 그 곳을 쓰라고 전자 피아노와 어머니의 침대를 자신이 직접 옮겨 어머니가 손자의 연주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뿐만 아니라, 간호사는 다음날 병원 1층 예배당에 있는 피아노를 예배가 끝난 다음 쓸 수 있도록 해 주어서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손자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보바스 기념병원의 원장님은 완화치료와 호스피스를 전공하셨기 때문에 어머니를 직접 담당하셨는데 이 분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지껏 보지 못한, 정말 환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분이셨다.  금요일 오후 늦게 어머니가 입원했을 때 저녁까지 남아서 어머니를 직접 진찰하셨고 주말에도 아침에 나와서 어머니를 직접 보고 가셨다.  또, 가족 면담의 일환으로 나와 따로 10여분간 만나기도 했다.  이 때, 원장님은 어머니가 너무 갑작스럽게 상황이 안 좋아져서 죽음을 받아드릴 준비가 충분히 된 것 같지 않다며 우려하셨다.  그래서, 이 후 매일 본인이 직접 찾아 오던지 심리치료사를 보내 어머니의 심리적 안정을 도와주려고 노력하셨다.

난 학교를 6월말부터 비웠기 때문에 8월 중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비행기를 예약해 둔 상황이었다.  내가 돌아가기로 한 날은 어머니가 입원하신 다음 주 월요일이었는데. 원장님은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떠나기 전날 나를 불렀다.

“꼭 지금 미국에 돌아가셔야 하나요?  제가 판단하기에는 어머님이 일주일 정도 밖에 남은 것 같지 않아서 말씀드립니다.”

상황이 서울삼성병원에 입원하기 전보다는 많이 안 좋아지기는 했어도 의식도 또렷하실 뿐만 아니라 좋아하시던 야구도 노트북 컴퓨터로 보시는 등 아직은 괜찮아 보였기 때문에 난 일주일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학교를 많이 비워서 잠깐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원장님은 더 이상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비행기 시간이 오후여서 떠나는 날 아침 난 짐을 들고 병원에 들러서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병실을 나와 공항으로 향하려는 데 간호사가 불렀다.

“정말 지금 가셔야 해요?”
“네. 다음 주 중반에 다시 돌아올께요.”
“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겠지만 저희가 생각하기로는 어머니에게 남은 날이 며칠 안 되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아드님 직장이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자칫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너무 진중하고 간곡하게 말려서 난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해 본 뒤 이메일로 학과장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비행기 예약을 취소했다.  어머니는 그 날로부터 4일만을 더 사셨기 때문에, 만약 원장님과 간호사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난 평생 후회할 뻔 했다.

어머니는 보바스 기념병원에 입원하신 지 일주일만인 8월18일 새벽 3시경에 돌아가셨다.  간호사들은 임종이 가까와졌을 때 우리에게 알려주어 모두 곁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  돌아가신 뒤 간호사들은 입원복을 입고 계신 어머니를 우리가 준비해 온 평상시 입는 옷으로 갈아 입히고는 어머니의 두 손을 모아 꽃을 들게 해 드려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먼 곳으로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가신 직후 당직의사가 바로 와서 사망진단서 작성을 하였음에도 4시경에 원장님이 직접 찾아 오셨다.

“어머니 표정을 보니 편하게 돌아가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리고는 원장님은 보바스 기념병원에는 장례식장이 없기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옯겨야 하는데 병실의 짐을 옮기려면 차가 여러 대 필요할 지 모른다면 주차증을 더 주겠다고 하셨다.  원장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담당하던 환자가 사망하자 새벽에 일찍 나와서 돌아가신 환자의 정신적인 건강을 걱정해 주고 동시에 가족들의 주차증도 챙겨 주는 의사는 아마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 분밖에 없으리라.  

비록 짧은 기간동안 입원하시기는 했지만, 어머니는 마지막 일주일 동안 인간적이고 정성어린 케어를 받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보바스 기념병원에 감사해 하셨을 것이다.  나도 어머니와 우리 가족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신 보바스 기념병원의 원장님, 간호사님들, 그외 스태프 모두에게 매우 감사드린다.  

신재규 교수▲ 신재규 교수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한동주 서울시약회장 "민생 회무 최우선, 24개 분회와 긴밀한 협조"

한동주 서울시약사회장이 지난 16일 출입기자간담회...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누구나 알기쉬운 한약제제 길라...

누구나 알기쉬운 한약제제 길라...

생약이 가지고 있는 성분의 약리작용을 근거로 방제를 ...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