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약대·약학

<56> 대학병원의 퇴원 후 케어 계획의 부족으로 급하게 재입원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26 –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9-01-14 12:40     최종수정 2019-01-14 12:4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얘들아, 난 도저히 못 먹겠다너희들 맛있게 먹거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신 지 6일만에 퇴원해서 처음으로 집에서 드시는 저녁식사였다우리 가족은 모두 이제 어머니가 담즙배액관도 다셨으니 좀 드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미국에서 온 손자와 아내도 어머니가 췌장암 진단을 받으신 다음 처음으로 어머니와 집에서 함께 하는 저녁이어서 동생과 아내는 어머니가 드실 만한 음식을 정성스럽게 마련했다그래서, 어머니가 죽조차도 거의 드시지 못한 채 숫가락을 내려 놓으셨을 때 우리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이윽고 어머니가 얼마 드시지 않은 죽마저 다 토하시자 입원하시기 전보다도 더 안 좋아지신 것 같아 크게 걱정이 되었다.  

이틀 뒤, 어머니와 같이 거동이 힘든 분들을 위한 가정방문 간호 서비스의 일환으로 삼성서울병원 간호사가 영양제 수액을 가지고 집을 방문했다.

필자: “어머니 복수가 좀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수액을 맞으셔도 될까요?”

간호사:”일단 수액을 맞으시고 복수를 빼시면 될 것 같아요.”

필자:”그럼 복수를 빼 주실 수 있으신가요?”

간호사:”그건 제가 할 수 없고 병원을 방문해서 빼셔야 합니다.  굳이 서울삼성병원에 오실 필요는 없고 집 근처의 가까운 병원에서 빼시면 됩니다.”

필자:”어머니가 기운이 없으셔서 병원에 가시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가정 간호사를 신청한 것이고요.”

간호사:”사정은 잘 알겠는데 복수를 제가 뺄 수는 없어요.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면서 빼셔야 하니까요.”

집에서는 복수를 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영양제 수액을 드릴 수 없었다음식도 드시지 못하고 영양제도 맞을 수 없으면 어떻게 암을 견딜 수 있을까? 너무 걱정이 되었다.  영양을 공급해 드리면서 복수도 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 데 이는 병원밖에 없었다그래서, 우리는 어머니를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결정했다

퇴원 후 재입원하는 경우는 흔하다그런데, 많은 경우, 재입원은 입원환자 담당팀이 퇴원 후 약물치료, 영양공급 등 퇴원 후 케어 (post-discharge care) 계획을 세심하게 짜지 않은 채 환자를 퇴원시키기 때문에 일어난다다시 말하면, 방지할 수 있는 입원인 것이다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을 때 담당 간호사나 의사가 어머니가 얼마나 식사를 하실 수 있는지, 얼마나 자주 구토하시는 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면 퇴원한 지 이틀만에 어머니가 다시 입원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담당교수가 영양제 수액으로 인한 복수 증가에 대해 환자의 상황에 맞는 대처방안을 미리 만들어 놓았어도 어머니는 빨리 다시 입원할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어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영양공급과 복수제거였으므로 큰 병원에 입원할 필요는 없었다뿐만 아니라, 이틀 전 퇴원했던 서울삼성병원은 아무도 다시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알아보기 위해 며칠 전 방문했던 분당 보바스 기념병원이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어 보았다처음에는 금요일 늦은 오후라서 입원이 어렵다고 대답했지만 어머니의 사정을 이야기를 하니 원장님과 상의해 보고 다시 연략을 주겠단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떠나기 전 만났던, 우리학교 완화치료과의 Steven Pantilat 교수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라고 내게 강력하게 권유했었다그래서, 나와 동생은 틈틈히 호스피스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미국에서는 기대수명이 6개월이하로 진단된 환자들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에 비해 우리나라는 3개월이하로 좀 짧았다우리나라에서는 환자의 편이를 고려하여 전국에서 지역별로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들이 따로 지정되어 있다그렇지만, 환자들이 원하면 거주 지역이 아닌 곳의 병원이 제공하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할 수도 있다그런데, 인기있는 호스피스 병동, 예를 들어,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은 대기 시간이 길어 빨리 신청해야 하는 것 같았다가정방문 호스피스 서비스도 신설되었는데 이는 거주지역 근처의 지정된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다.  

난 기계음 들리는 병원보다는 살던 집에서 세상과 이별을 고하는 것이 좀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되도록이면 가정방문 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랬다하지만, 가정 방문 호스피스 서비스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입원 호스피스 서비스보다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에 제한이 많았다특히, 먹는 약으로 통증을 조절할 수 없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경우,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로는 정맥주사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입원 호스피스 서비스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입원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병원에 대한 조사한 다음, 동생과 나는 우리 사정에 가장 맞을 것 같은 집 근처 두 병원을 어머니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시기 전날 직접 방문해 보았다두 병원 모두 호스피스 서비스에 대한 상담사가 따로 있어서 호스피스 병동 투어를 하면서 병원에서 제공하는 호스피스 서비스 내용, 비용, 대기 기간 등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두 병원 모두 호스피스 환자들만 입원한 병동이 따로 있었고 마시지, 카드 만들기, 함께 노래 부르기 등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매일 다양하게 짜여져 있었다

6인실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하루 입원비가 만원대로 저렴했지만 상급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대기기간은 일주일에서 한 달로 예측하기 힘들었는데 입원환자의 상태와 기다리는 환자의 수에 따라 달랐다두 병원 중 우리는 분당 보바스 기념병원을 선택했다그 이유는 다른 병원과 달리 특정 종교에 편중되어 있지 않았으며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이 좋고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어 어머니가 좋아하실 환경이었기 때문이었다.

 

 

10분쯤 지난 뒤, 분당 보바스 기념병원에서 전화가 다시 왔다.  오늘 입원하실 수 있고 원장님이 직접 보실 수 있단다.  이틀만에 다시 입원해야 하는 것이 가슴 아팠지만 지금 되돌아 보면 분당 보바스 기념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생의 마지막 8일 동안 어머니는 진정어린 의료진과 간호사들을 만나 인간적 케어를 받으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감염병 인식 성숙한 만큼, 사회 부담 고려해야"

한정된 예산만으로 한계…의료감염 정책적 대책 필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Pharmaceuticals in korea 2019

Pharmaceuticals in korea 2019

‘Pharmaceuticals in korea 2019’은 한국제약바이오산...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