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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입원환자 치료를 위한 의료진 운영제도의 비효율성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9

신재규교수

기사입력 2018-10-02 10:11     최종수정 2018-10-02 10:2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담당 교수 왔었어?”

어제 병원에서 잠을 잔 나는 아내와 교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병실을 나온 시각이 오전 9시쯤이었는데 그 때까지도 의료진은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 오니 11시가 좀 넘어 있었고 나는 곧바로 병원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했다.    

“아니, 아직 안 왔어. 이따 오후 3시쯤 온대.”  
“어머니 좀 어떻셔? 어제 단 담즙배액관으로 담즙은 잘 나오고 있지?”
“응, 배액관은 아무 문제 없는 것 같아.  그런데, 복수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어머니는 담즙배액관을 달기 이틀 전에 복수천자 시술 (paracentesis) - 주사기로 복수를 빼는 시술 –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계속 정맥으로 수액을 맞고 계신데다 암으로 생긴 복수이기 때문에 다시 금방 찼다.  

“어머니 복수 찬 거 어떻게 할 계획인지 모르지?”
“아침에 잠깐 들른 레지던트에게 물어 보았는데 담당 교수가 오면 상의해 보겠대.”
“그럼, 담당 교수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네.”

우리나라와 미국 대학병원 모두 입원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교수와 레지던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을 운영하는 방법은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경우, 특정 병동을 담당하는 1-2 명의 레지던트가 주치의로서 그 병동에 입원한 모든 환자들의 치료에 관한 실무를 맡고 교수급 전문의인 외래 담당의사가 환자의 지정의로서 레지던트를 지도, 감독한다.  그런데, 병동에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외래 담당의사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기 때문에 레지던트 주치의는 여러 명의 지정의의 지도 및 감독을 받는다.  

어머니를 담당한 레지던트는 췌담도암 병동에 입원한 20명의 환자를 담당했는데, 적어도 3명의 지정의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정의는 입원환자 뿐만 아니라 자신의 클리닉에서 외래환자도 보아야 한다. 그래서, 클리닉 스케줄에 따라 입원환자를 보는 시간이 다르다 – 어머니 담당 교수처럼 클리닉이 오전에 있으면 입원환자를 오후에 보고, 클리닉이 오후에 있으면 오전에 본다.  그런데, 비록 주치의의 명칭을 달고 있기는 해도 레지던트는 수련인 신분이기 때문에, 담즙배액관을 새로이 단 환자의 복수를 어떻게 할 지를 결정하는 등의 환자 치료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어서 지정의가 병동에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레지던트가 실무를 맡고 교수급 전문의가 이들을 지도 감독한다는 것은 미국 대학병원도 같다.  하지만, 한 레지던트가 여러 명의 전문의의 지도 감독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전문의의 지도 감독을 받는 것이 다르다.  또, 입원환자의 치료는 팀 (team)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팀의 모든 환자들의 치료를 책임지는 교수급인 전문의가 주치의 (attending physician)의 명칭을 갖는다 (따라서, 지정의라는 개념이 없다).  한 팀은 주치의 한 명과 1-3명의 레지던트로 구성되어 있고, 레지던트들은 팀이 담당하는 환자들을 나누어 맡는다.  

예를 들어, 우리학교 병원의 심순환기 내과에는 4개의 팀이 있다 (팀 A-D).  한 팀은 수련의 2명-3년차 레지던트와 1년차 인턴 (1년차 레지던트는 레지던트라고 부르지 않고 인턴이라고 부른다) –과 심순환기 내과 전문의 한 명로 구성되어 있고 최대 12명의 환자를 담당한다.  또 하나 우리나라 대학병원과 크게 다른 점은 입원환자 팀을 담당하는 전문의는 입원환자를 보는 날 외래환자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입원환자 보는 시간을 전문의의 클리닉 스케줄에 맞출 필요가 없다.  그래서, 우리학교 병원의 심순환기 입원환자를 담당하는 팀들은 모두 아침 8시30분부터 회진을 시작하여 치료에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을 오전에 내릴 수 있다.  

입원환자만을 담당하는 한 명의 전문의가 책임지는 팀제로 운영되는 미국 대학병원의 입원환자 치료는 우리나라 대학병원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오전에 회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머니의 예에서 보듯이, 입원환자 치료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오후까지 미룰 필요가 없다.  그리고, 입원환자에게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전문의가 입원환자만을 담당하고, 병동에 거의 상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이화여자 대학교 목동병원에서 벌어진, 오염된 주사제를 맞은 신생아들의 사망사건과 같은 급한 일이 벌어졌을 때 병동에 담당 전문의가 없었다는 것은 미국 대학병원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또, 어머니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을 때 주말에는 지정의인 담당 교수가 병실을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미국 대학병원에서는 입원환자 팀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의가 주말에도 팀과 함께 아침에 회진한다.  뿐만 아니라, 전문의가 입원환자만 담당하고 병동에 상주하기 때문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입원환자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환자가 입원했을 때 외래에서 만나왔던 전문의에게 치료를 맡긴다는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의료진 운영 제도는 치료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언뜻 이치에 닿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환자를 여지껏 보아왔던 의사가 다른 사람들보다 그 환자를 가장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전문의는 다수의 입원환자와 더불어 엄청난 수의 외래환자도 함께 보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을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입원환자의 상태는 빠르게 변할 수 있고 검사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합리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직접 자주 보아야 한다.  

“그냥 복수천자만 하고 말았어?  내일 퇴원한 다음에 집에서도 계속 수액을 맞으실 거고, 그러면 금방 도로 찰 텐데…  복수천자를 매일 외래로 받을 수도 없잖아?”
나는 체중이 15 kg정도 줄어든 어머니의 영양공급이 크게 걱정이 되었다.

“담당 교수는 담즙배액관도 달고 했으니 음식을 좀 드실 수 있을 거래.”
“난 배액관 달고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이제는 물만 드셔도 토하시잖아? 그래서, 가정간호사가 와서 수액을 집에서 놓아 주도록 한 것이고.”
“…”

주치의 레지던트는 환자를 직접 보기 보다는 거의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지정의는 오후에 2-3분 동안만 잠깐 와서 보고 갔으니 환자가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구토증세가 얼마나 심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지 답답했다.  

퇴원한 이튿날 오전, 삼성서울병원의 가정 간호사가 수액을 들고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간호사는 어머니에게 수액을 놓아 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복수가 다시 차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음식이건 물이건 드시자마자 바로 토하셨기 때문에 어머니는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지 이틀만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실 수밖에 없었다.

신재규 교수▲ 신재규 교수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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