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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환자보다는 의사 중심으로 보이는 대학병원 입원절차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7 –

신재규교수

기사입력 2018-09-04 10:52     최종수정 2018-09-04 10:5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7월말부터 어머니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7월 중순만 해도 음식을 조금씩 드실 수 있었고 하루에 한 번 10분 정도 산책을 다녀오실 수 있었다하지만, 7월 마지막 주부터 구토증세가 시작되었다처음에는 음식을 드시고 난 다음 구토를 하셨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물만 드셔도 구토를 하시기 시작했다그 때문에 기운이 더 떨어졌으며 거동을 하기 위해서 휠체어가 필요하게 되었다.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었다.  하나는 심해진 황달이었고 다른 하나는 커진 암에 의해 소장이 막히는 소장폐색이었다황달이 심해지면 식욕이 떨어지고 구토가 생길 수 있다.  7월 중순만 해도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정상보다 약간 높은 수준 (5미만)이었는데 8월초에는 20에 달하게 되었다피부가 너무 노랗게 변해서 휠체어를 타고 밖에 산책을 나갔을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 사람 황달인가봐라고 소근거리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소장폐색은 따로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소장이 막히면 물조차도 장으로 내려갈 수 없기 때문에 구토 증세가 생길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완화치료 담당의사는 황달을 먼저 치료해 보자며 어머니를 먼저 진료했던 췌담도암 센터의 교수에게 진료의뢰를 넣어 주었다췌장암이 커져 담관을 물리적으로 막아서 생기는 황달이기 때문에 담관에 스텐트를 넣어서 뚫어 주거나, 담즙을 몸밖으로 배출하도록 인공담관인 배액관을 달아야 한다둘 다 가정의학과에서는 할 수 없는 시술이었다.

84일 금요일, 우리는 췌담도암 센터의 교수를 외래에서 다시 만났다.  1130분쯤으로 예약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환자가 너무 많아서 1210분이 지나서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어머니는 서너 번 구토를 하셔서 상태가 좋지 않았다담당의사는 입원해서 MRI 검사를 한 다음 시술을 하자고 하면서 입원날짜에 대해서는 간호사에게 알아 보라고 했다병실 상황을 살펴 본 간호사는 다행히 당일 퇴원하는 환자가 있어 2인실이지만 입원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필자 :오늘 입원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간호사:, 4시이후에 병실에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필자 :다음주 초에는 안 될까요? 내일 미국에서 손자가 오는데 병원보다는 집에서 맞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하나밖에 없는 손자와의 마지막 만남이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어머니가 집에서 만날 수 있기를 난 바랬다하지만, 이것이 입원을 늦춰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간호사는 말했다.

간호사 퇴원하는 환자가 있어야 입원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주에는 입원이 가능할 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빨라야 아마 다음 주 금요일일 거예요.”

동생:오빠, 다른 사람들과 인터넷에서 알아 보니까 대학병원에 입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보통은 며칠 걸리고 심지어 몇 주 기다려서 입원한 사람도 많은 것 같아.  오빠 마음은 알겠는데 대학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일주일 더 기다렸다가 어머니가 잘못되면 어떻게 해?”

좋은 기회미국의 우리학교 병원의 입원 제도에 익숙한 나에게는 대학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기회라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어머니가 받을 예정인 시술은 엄밀히 말하면 선택시술 (elective procedure)이다이 시술은 당장 하지 않는다고 해서 환자의 생명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우리학교 병원에서는 이런 경우 입원 예약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병실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장 시술을 받지 않더라도, 어떻게 보면, 자리를 잡기 위해서 입원을 해야 하는 것이다실제로 어머니는 입원 다음 날인 토요일 85일 새벽에 MRI검사를 받은 후, 그 다음 주 월요일 87일에 시술을 받으셨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그냥 병실만 지키고 있었던 셈이다그래서, 입원이 반드시 요구되는 검사나 시술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입원비를 그냥 챙길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들어 보니 우리나라 대형대학병원에 입원하는 절차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하나는 입원예약, 둘째는 응급실을 통해서, 세째는 외래진료과를 통하는 것이다이는 겉으로는 보기에는 우리학교 병원과 다르지 않다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몇 가지 다른 점이 눈에 띈다먼저, 당장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이용하는 입원예약에 대해 살펴보자우리나라 대형병원은 비싼 건강검진을 받을 때나 유명 정치인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입원할 때를 제외하고는 입원예약을 받지 않는 것 같다.  

반면, 우리학교 병원은 선택시술로 입원하는 경우에도 예약을 통해 입원할 수 있다만약 어머니가 미국에 계셨다면 손자가 온 다음 주에 입원하도록 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두번째로, 당장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우리나라 병원에서는 외래진료과가 응급실을 통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입원시킬 수 있다그래서, 어머니는 응급실로 갈 필요없이 바로 췌담도암병동에 입원할 수 있었다반면, 우리학교 병원은 외래진료과를 통해도 일단 응급실을 거쳐야 한다예를 들어, 외래 심장내과에 방문한 환자의 심부전증상이 심해져 당장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외래 심장내과는 환자를 일단 응급실에 보낸다. 그러면, 응급실의 판단에 따라 환자의 입원이 결정된다 (물론, 외래진료과가 응급실 담당의사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 놓기 때문에 대부분 입원된다).  

,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는 담당의사별로 입원병실 수가 배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다시 말하면, 어머니 담당의사 이름으로 일정 수의 병실이 배정되어 있어 이 의사가 담당한 환자가 퇴원하면 그 병실로 이 의사의 환자가 입원하는 것 같았다어머니가 당일 입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운이 좋게도 어머니 담당의사의 환자 하나가 마침 퇴원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병원관계자들이 응급실을 통하는 것보다 외래진료를 통해야 빨리 입원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반면, 우리학교 병원에는 의사별로 병실 수가 배정되어 있지 않아 응급실에 온 순서대로 입원된다.  후속 에서 설명하겠지만 이는 입원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운영방법과도 크게 관계가 있다.

이상과 같이 입원절차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환자보다는 의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외래진료과를 통하면 선택시술을 위한 입원일지라도 응급실에서 입원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를 제치고 바로 입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의사 별로 병실 수가 배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의사의 병실이 비어도 담당의사의 병실이 비지 않으면 입원이 지연될 지 모른다뿐만 아니라, 환자가 한 번도 해당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없으면 입원기회에 있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어머니가 입원하시는 동안,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다른 환자 보호자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지방에서 온 환자의 보호자 같았는데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고 한다벌써 한 달째 입원하는 중인데 응급실에서 보낸 3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당일 입원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신재규 교수▲ 신재규 교수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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