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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6 – 처방전 검토와 약사-의사간의 소통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교수

기사입력 2018-08-16 10:21     최종수정 2018-09-04 11:0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어, 우루사를 한번에 세 알씩 하루 세 번으로 처방했네.”

어머니의 황달이 심해지면서 나타난 증상 중 하나가 가려움증이었다.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 심한 환자의 경우, 잠도 못 잘 정도라고 한다 – 불편해 하셔서 문헌을 이것저것 찾아 보았다.  황달은 빌리루빈이라는 노란색의 노폐물이 체내에 쌓여서 생긴다.  빌리루빈은 담관를 통해 배출된다.  췌장암이 진행되면 황달이 생기는 이유는 암이 자라서 물리적으로 담관을 막아 빌리루빈이 배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달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췌장암을 없애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이겠지만, 어머니같이 전이성 말기 췌장암의 경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는 담관에 스텐트라는 작은 관을 삽입하던가 아니면 복부에 관을 삽입하여 이를 통해 담즙을 몸밖으로 배출시키는 배액관을 다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 방법들은 시술을 필요로 하고 어머니의 증상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약물 치료를 먼저 시도해 보고 싶었다. 약물 치료방법으로는 어소디옥시콜릭 산 (ursodeoxycholic acid; 상품명 우루사) 200 mg을 하루 세 번씩 총 600 mg 복용하는 방법이 추천되고 있었다.  

어머니의 완화치료를 담당한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의사와 황달로 인한 가려움증 치료에 대한 상담을 했는데 약물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서 우루사 방법을 권해 보았다.  의사도 동의하며 처방전을 써주었는데, 나중에 처방전을 받아보니 내 말을 잘못 알아 들었는지 우루사 200 mg 한 알씩 하루 세 번이 아닌 세 알씩 하루 세 번으로 적혀 있었다.  우루사 200 mg 세 알씩 하루 세 번은 흔히 쓰는 용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난 당연히 약사가 확인해서 고쳐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약을 받아 보니 한 포에 우루사 한 알이 아닌 세 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복약지도를 받아 보니 약사는 우루사가 과량으로 처방되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의약분업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처방전을 여러 사람 – 의사와 약사 –이 검토하게 함으로써 실수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 처방전 검토에는 적응증, 용량, 용법, 복용 회수, 복용 기간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적응증, 용량, 용법, 복용 회수, 또는 복용 기간이 포함된 처방전을 받았을 경우, 약사는 의사에게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용방법이 아니라는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약사는 약물정보자료집이나 문헌을 먼저 살펴보고 의사에게 연락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우루사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약사가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사에게 먼저 확인을 하고 환자에게 교부하는 것이 약사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과량이 투여되기 때문에 부작용과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복약지도에서 강조해야 한다.

대학병원 주변 조제전문약국의 예 하나만 들었지만 부실한 처방전 검토는 단순히 그 약국의 문제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전 블로그에서 다룬 내용 중 내 주변 분들이 받은 이상한 처방들은 모두 동네약국이 처방전 검토를 제대로 수행했으면 충분히 수정이 가능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매나 간질이 없으신 이모님이 무려 1년 가까이 복용하신 뉴옥시탐정도 동네약국에서 충분히 걸러 낼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직업인 대 직업인의 대등한 관계가 아니며 대체조제조차 쉽지 않은 갑을 관계인 우리나라 동네의원과 동네약국 사이에서 동네약국이 이상한 처방전에 대해 의사에게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의사가 갑으로 군립할 수 있는 것은 이상한 처방을 보내도 조제를 해 주는 약국들이 주변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약국들이 이상한 처방전을 조제해 주지 않는다면 환자가 약을 받기 위해서는 의사는 반드시 처방을 수정해야만 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약사를 대등한 직업인으로 보지 않는 의사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약사 자신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다.  변화를 일으키는 시작이 쉽지는 않겠지만 환자의 건강을 위해, 또,  처방전 검토를 통한 직업적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약사들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

어머니의 체중이 계속 줄어드니까 의사는 식욕을 높여 주는 메게스트롤 (megestrol)이라는 약을 처방했다.  그런데, 어머니의 체중이 주는 이유는 식욕부진이라기 보다는, 췌장암이 진행함에 따라 십이지장이 물리적으로 막히게 되어 음식물을 드실 수 없기 때문으로 보였다.  또한, 메게스트롤은 현탁액 – 액체 - 였다.  그런데, 물을 조금이라도 드시면 다른 음식을 드실 수 없었기 때문에 난 메게스트롤 대신 차라리 음식을 좀 더 드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메게스트롤을 어머니께 드리지 않았고 재진 때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사정을 말하고 메게스트롤을 빼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처방전을 받아 보니 여전히 메게스트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필자: “약사님, 메게스트롤을 빼고 다른 약만 받을 수 있을까요?”
약사: “왜요?”
필자:”환자에게 필요없는 약이라서요.  이거 안 드십니다.”
약사: “그런데, 그건 처방을 바꾸는 것이라 안 됩니다. 빼고 싶으시면 병원에 가셔서 처방전을 바꿔오셔야 합니다.”
필자:”제가 필요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아마 잊어버리고 넣으신 것 같아요,  그런데도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요?”
약사:”네.”
필자:”거길 언제 다시 가요. 그냥 넣어 주세요. 빼고 먹으면 되니까요.”

약사말대로라면, 현행제도하에서는 처방전이 여러 약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개개의 약을 각각의 다른 처방으로 보지 않고 모든 약들을 합쳐 하나의 처방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약 하나를 바꾸려고 하면 이는 처방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처방전을 다시 발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온라인 상으로 만난 약사의 말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지불관계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은데, 이는 좀 비논리적이며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처방은 “어느 질병에 대한 처방” 등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의미하는데, 처방전이 여러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 약들로 구성되어 있으면 처방전에 포함된 모든 약을 “한 처방”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의원의 경우 환자가 처방전을 다시 들고 가서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대학병원의 경우 약국이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지 않은데다가 환자들로 붐비는 병원에 다시 가서 의사를 만나고 처방전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아마 많은 경우, 나같이 약을 그냥 받고 집에 가서는 빼고 복용할 것 같다.  만약 환자가 복용하기 싫은 약이 급여라면 공연히 건강보험 돈을 들여 복용하지도 않고 버릴 약을 지불하는 것이 되니 경제적으로도 낭비다.  

미국의 경우, 처방전에 여러 약이 포함되어 있고 어떤 약에만 문제가 있는 경우 그 약의 처방만 바꿀 수 있다.  또, 환자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약은 의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약국에서 받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약을 받고 말고는 환자의 자유인데 이를 왜 의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나?  대신, 어떤 약이든 처방할 때 환자가 약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확신시키는 것은 의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약사가 의사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나보고 다시 가서 처방전을 바꾸어 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소수의 의원만을 상대하는 동네약국에 비해 수많은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을 다루는 대학병원 근처의 조제전문약국은 처방의와의 의사소통이 수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환자보고 다시 처방전을 받아 오라고 하는 것은 직업의식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본다).  전화로 연락할 수 있겠지만 의사가 환자를 보고 있는 중이면 의사와의 통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쓴 처방에 문제가 있으면 나도 약국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데 환자를 보고 있으면 난 전화를 받을 수 없다.  저커버그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경우, 콜센터가 따로 있어 약국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병원의 전자차트시스템 안의 내 계정으로 보내 준다.  

또, 리필 처방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약국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전자처방전 전달 라인을 통해 약국이 처방자의 계정으로 직접 리필 전자처방전 발행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처방의가 전자처방전을 약국으로 직접 보내지 않고 수납을 한 다음 환자가 약국을 선택해서 처방전을 보내도록 해 놓았기 때문에 약국이 처방한 의사의 계정으로 직접 연락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만약 대학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동네약국에서 받으려고 하는 경우에는 처방한 의사와 약국간의 소통이 더욱 어려울 것 같다.  약국과 처방한 의사와의 소통이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신재규교수▲ 신재규교수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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