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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4 – 일방적이고 기계적인 복약지도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8-07-17 09:20     최종수정 2018-07-17 09:2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항생제 처방 받으셨네요. 아침, 저녁 하루 두 번 식후 30분에 드세요.”

약봉투의 ‘아침’과 ‘저녁’이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동네약국의 약사가 설명한다.  
동그라미 치는데 열중하느라 내가 듣고 있는지, 보고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는다.  또, 궁금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저 짧은 두 문장 말하는 게 전부였으니 복약지도에 걸린 시간은 단 10초도 채 되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다른 환자들도 있으니 바빠서 그러나보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없었던 다음 번 방문에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복약지도’하는 것으로 보아 이 약사에게 복약지도란 약봉투의 복용법란에 동그라미를 쳐 주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주마간산격인 ‘복약지도’는 대학병원 근처 조제전문약국이라고 불리는 약국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단, 말로 약의 종류를 설명하면서 – 예를 들면, 이뇨제 – 색깔있는 펜으로 이를 약봉투에 친절하게 써 주는 것이 크게 다른 점이었다.

물론, 최대한으로 효과를 얻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약복용법에 대해 말로 설명하면서 봉투에 표시를 해 주는 것은 말로만 설명하는 것에 비해 환자가 약복용법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환자가 약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이들의 복약지도에 몇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

첫째, 약복용법외에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을 사용하기 위해 환자가 꼭 알아야 하는 다른 사항들, 예를 들면, 적응증, 부작용 등이 빠져 있었다.  두 약국에서는 적응증, 부작용, 약물상호작용에 대해 간단한 정보를 담은 복약안내문을 따로 주었기 때문에 아마도 약사들이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습에 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듣기나 보기 중 하나만 하는 것에 비해 듣기와 보기를 동시에 하는 경우 학습의 효과가 더 높다고 한다.  따라서, 복약안내문을 보면서 말로 함께 설명해 주는 것이 환자의 이해를 더 돕는 방법이다.  또, 복약안내문은 대강의 일반적인 정보만을 담고 있는데, 환자 개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환자의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 주기 힘들다.

둘째, 복약지도전에 환자가 약이나 질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생략되었다.  복약지도는 약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돕기 위해 환자에게 약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다.  여기서 키워드는 “가르친다”이다.  그런데, 위 두 약사는 약에 대해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복약지도를 끝냈다.  이는 과연 가르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면 학생은 지루해 할 것이고, 아는 것에 비해 너무 어려운 것을 설명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복약지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약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환자가 약과 질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반드시 물어 보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물 것 같기는 하지만) 처방할 때 의사가 설명했을 수도 있고, 혹시 의사가 준 정보와 다르면 환자가 혼동할 수 있으므로 보통 “의사가 이 약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했나요?” 라고 물어 보면서 복약지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동안 가르친 것을 학생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가 부족한 부분을 다시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 하나에 대해 설명이 끝난 다음, 또는 설명할 것이 많은 약의 경우 (예, 와파린), 중간중간에 그동안 설명한 것 중 중요한 점을 환자가 이해했는지 물어 보는 것이 좋다 (teach back method).  예를 들어, 복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지금까지A 약에 대해 설명해 드렸는데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가 설명한 것을 잘 이해하고 계신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에 가셔서 이 약을 드실 때 하루에 몇 번 드시라고 말씀드렸나요?”라고 물어 볼 수 있다.  

만약, 흡입제처럼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면 사용하는 것을 한 번 보여 달라고 해서 확인해 보야야 한다.  또, “지금까지 설명드린 것 중 혹시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나 설명을 더 해 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하면서 환자에게 질문의 기회도 주어야 한다.  설명을 확인하고 질문의 기회를 주는 것은 복약지도 중간중간 뿐만 아니라 완전히 끝난 뒤에도 해서 환자가 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다음 약국문을 나서도록 해야 한다.  

세째,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말과 글 뿐만 아니라 눈 맞춤, 말의 속도, 동작 등의 비언어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그런데, 위 두 약사의 복약지도에는 이 부분이 간과되었다.  환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약봉투에 동그라미만 치면 환자가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또, 표정을 통해서 환자가 설명을 이해하고 있는 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설명을 하는 중간중간 환자를 쳐다 보아야 한다.  또, 말의 속도와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도 환자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너무 빨리 말하거나 너무 느리게 말하면 이해가 떨어질 수 있다.  또 중요한 부분에서는 속도를 좀 늦춰서 설명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환자와 대화 (conversation)한다고 생각해 보면 될 것 같다.  서로 대화가 되려면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눈도 마주치고 말의 속도와 억양을 상황에 따라 조절하며 적절한 제스쳐를 써 가면서 이야기해야 대화가 제대로 진행된다.  또, 상대방이 잘 모르는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는 되도록 쉬운 말로 풀어 쓰게 되며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면서 대화를 하는 게 보통이다.  복약지도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대화하듯이 진행해야 약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돕기 위해 가르친다는 복약지도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복약지도료를 건강보험에서 따로 지불해 주고 있다.  이는 약사 직역의 일부로 복약지도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러한 인정에 걸맞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약사들이 좀 더 복약지도에 대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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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추천 반대 신고

복약지도료가 얼만지 아는지..
처방일수 제한이 없어지면서 한 처방전에 반티를 200개 내라는 처방이 있는 걸 아는지..
전화받으면서 약타러 오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놀랐다..애초에 약국에 기대가 없는 것이다.
악순환이다.. 어떤게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환자와 약국 사이의 서로에 대한 기대가 없는것 같다..
부작용을 자세히 설명하면 환자가 의사에게 전화를 한다.. 왜 이렇게 위험한 약을 처방했냐고..
항생제-진통소염제-위장약 이렇게 나오면 복약지도를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매달 먹는 똑같은 고혈압 약 복약지도는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지..
몇백원하는 복약지도료에 식후에 먹는지, 몇번 먹는지, 어떻게 보관한는지, 함께 복용하면 큰 문제가 생길만한 약은 무엇인지 정도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
편의점의 약 마진만큼도 안되는 약을 팔면서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본문과 같은 글과 그에 어김없이 따라오는 아래와 같은 댓글을 보며 많이 안타깝다..서로 신뢰를 회복하고 모두가 도움되는 관계가 되길
(2018.07.23 18:56)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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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추천 반대 신고

힘들다... (2018.07.23 18:47)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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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사 추천 반대 신고

한국 약사들은 기계로 대체가 가능하다. (2018.07.23 02:24)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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