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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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귀순한 북한 군인과 환자 개인정보 보호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 (minimum necessary)”의 원칙에 따라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 임상약학과 부교수 신재규

기사입력 2017-11-29 08:27     최종수정 2018-05-09 14:0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귀순한 북한 군인과 환자 개인정보 보호.  

1997패션디자이너였던 베르사체 (Versace)가 총을 맞고 마이애미 (Miami)의 잭슨 모리얼 병원 (Jackson Memorial Hospital)에 입원했다그런데, 유명인이다 보니 사람들의 호기심을 꽤 자극하였던 모양이다그래서, 직접 치료에 참여하지 않았던 의사 간호사 등 10여명 병원 전산 시스템을 이용하여 베르사체의 의무기록을 조회해 보았다고 한다.이를 발견한 병원의 결정은 단호했다 모두 해고이는 내가 잭슨 미모리얼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수련받을 때 환자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교육의 일부로 들은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HIPPA라고 불리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을 어기면 중한 처벌을 받는다병원과 개인은 건당 최대 5만불 (우리돈으로 약 5500만원), 연간 최대 150만불 (우리돈으로 약 16억원)의 벌금을 내야 하고 경우에 따라 형사소송도 각오해야 한다뿐만 아니다연구자의 경우 연구경력이 끝날 수도 있다.  

몇 년전 우리학교 교수가 잠시 커피샵에  들르는 동안 차 트렁크에 넣어 둔 노트북을 도둑맞은 적이 있다. 노트북에 저장된 화일들중에는 연구용으로 받아 둔 환자 정보가 들어 있었는데, 그 노트북은  encryption이 되어 있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그 노트북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노트북에 저장된 환자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이 교수는 학교로부터 연구할 수 있는 권한이 정지되었으며 정부로부터 연구자금 지원 자격도 박탈당했다, 학교도 관련된 수천명의 환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사과해야 했다

이 사건 이후 학교는 개인용이건 업무용이건 학교 캠퍼스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와 노트북을 encryption시켜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고, encryption 프로그램을 학생을 비롯하여 교수, 스태프에게 무료로 배포해 주고 있다.       

그럼 환자 개인정보가 엄격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정보다사람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이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아무에게나 공유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병원이 보관하고 있는 정보 중에는 민감한 것들이 있다예를 들어, 성병에 걸린 기록이라든지, 정신병력 등이다그런데, 민감한 내용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정보는 민감한 것이다라는 가정하에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 개인정보는 악용될 수도 있다병력에 대한 정보가 보험회사에 알려지면 마케팅에 사용될 수 있고, 병원비를 지불하는 데에 이용했던 신용카드가 도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나에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내 동의없이 제 삼자와 공유할 수 있다면 환자는 병원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을 것이고 이는 치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따라서, 병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도 환자 개인정보 보호는 중요하다.   

병원에 보관된 환자 개인정보는 민감하고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할 때에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만 (minimum necessary)”이라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이는 불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지 말고 치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이용하며, 환자정보에 접근하는 사람들의 수도 환자치료에 꼭 필요한 사람들만으로 제한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 이 원칙에 따르면, 환자치료에 직접 관계되지 않는 사람들은 환자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유명한 사람일지라도 입원했을 때 미국 병원에서 하는 브리핑은 병의 치료에 관련된 일반적인 내용만을 전달한다예를 들어, 빌 클린턴이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았을 때 병원에서 알려준 정보는 수술의 일반적인 이야기뿐이었고, 클린턴의 검사 사진이나 수치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 가족들의 허락없이는 병원이 언론매체에게 사인을 공개하지 않는다.

며칠 전 귀순하다 총격을 당하여 수술을 받은 북한 병사의 상태에 대한 병원의 브리핑에서 환자 개인정보를 너무 많이 알려 주지 않았느냐 여부가 논란이 되는 모양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만의 원칙을 적용시키면 될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수혈받은 혈액양이 12000 cc였는지, 회충이 있었는지, 소장이 똥으로 차 있었는지, 먹은 게 옥수수였는지,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총알이 몸 어디를 관통했는지 등등의 내용을 환자치료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일반국민들이 반드시 알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된다

치료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 않는 나로서는 병사의 상태가 안정한지 불안정한지가 가장 필요한 정보 같고, 그 외의 정보는 알더라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몰라도 그만이다물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어떤 정보는 안보에 귀중하게 이용할 수 있다그런데, 북한군의 식량난을 알려 주는 옥수수 식단, 회충 감염과 같은 정보조차도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의료기관이 안보정보기관에 먼저 알리고 이 안보정보기관이 첩보를 통해 얻은 것으로 해서 국민에게 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국민의 알 권리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과 같이 선출직 정치인이라면 임기를 별 탈없이 마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후보의 건강 정보를 대략적으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후보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북한군 병사는 정치인이 아니다, 건강보험료와 세금으로 치료를 받기 때문에 이를 부담하는 국민으로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만약 그렇다면, 건강보험료 혜택을 받는 모든 국민의 의무기록이 누구에게나 공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내가 알리기 싫은 것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니까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온 몸을 바쳐 어려운 환자들의 목숨을 살려 온 중증외상센터에 근무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이들의 사명감, 헌신이 없었다면 그 북한 병사는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증외상센터의 중요성과 지원에 대하여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참 고무적이다.  더불어, 환자의 개인정보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의 원칙에 따라 공개되어야 하는 점도 함께 환기되었으면 좋겠다

<필자 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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