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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드럭 머거 (Drug muggers) – 근거로 포장한 상술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7-08-02 11:24     최종수정 2017-08-02 11:2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드럭 머거 (Drug muggers) – 근거로 포장한 상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드럭 머거 (drug muggers)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이에 의하면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수지 코헨이라는 약사가 '드럭 머거(drug muggers•영양소를 빼앗는 강도 짓을 하는 약)'라는 개념을 만들고, 책을 발간해 학계에 화제를 몰고 왔다”고 한다.   미국 약대에서 10년간 임상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약사로서 클리닉에서 일하기는 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라 여러 자료를 조사해 보았다.
 
먼저, “학계에 화제를 몰고 왔다”는 것은 좀 과장된 표현인 것 같다.  일단 수지 코헨이라는 약사는 “드럭 머거”라는 책을 발간하기는 했지만 학술지에 이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적은 없는 분이다.  뿐만 아니라, 드럭 머거를 주제로 한 학술 논문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구 결과나 주장을 꼭 학술지에 발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책이 출판될 때는 다른 전문가들에 의한 심사 과정 (peer-review)이 없기 때문에 검증이 되지 않은 결과나 주장도 쉽게 실릴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다음, 드럭 머거라는 개념을 만든 수지 코헨 약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수지 코헨은 1989년 체인 약국에서 약사로서 경력을 시작해서 플로리다 주의 Academy of Pharmacy Practice 에서 수여하는 Practitioner Merit Award를 받고 신문에 컬럼을 쓰는 등 잘 알려진 약사다.  또, 그는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의대 교수로 있는 닥터 오즈 (Dr. Mehmet Oz)가 진행하는 인기 토크 쇼인 닥터 오즈 쇼 (Dr. Oz Show)에 약사로서 여러 번 출연한 적이 있다.  유튜브에 있는 동영상을 보면 닥터 오즈 쇼에서 드럭 머거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약의 사용법에 대해 약사로서 환자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수지 코헨은 현재까지 6종의 책을 발간했다.  코헨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쓴 표어“나는 자연 치료를 사랑합니다 (I love natural medicine!)”처럼 그가 쓴 책들은 모두 자연 치료, 천연 약물에 대한 것들이다.  또, 그의 웹사이트는 자신이 쓴 책들과 비타민제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점은 수지 코헨 뿐만 아니라 닥터 오즈도 자연 치료와 천연 약물을 소비자들에게 권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소비자에게 권하는 것은 의료 윤리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10명의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들이 학교에 닥터 오즈를 해고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그러면, 미국 의약학계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드럭 머거가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일간지에 실리고 대한약사회가 수지 코헨을 초청하여 심포지엄을 열 정도로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한 제약회사가 종합비타민제의 판촉을 위해 드럭 머거에 대한 학술행사들을 2014년부터 지원해 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반의약품으로 드럭 머거를 방지하는 것이 약국에서의 임상약학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도 한 몫하고 있는 것 같다.  수지 코헨의 드럭 머거라는 개념은 만성질환의 치료에 이용하는 일부 약들을 장기간 복용하면 영양소의 결핍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 약들을 복용할 때에는 결핍되는 영양소도 함께 복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키 포인트는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약을 복용할 때 결핍되는 영양소도 함께 복용한다는 것인데, 이 점이 제약회사가 지원하는 학술행사의 요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드럭 머거와 관련된 여러 행사의 연사로 나온 한 약사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의 보조제 섭취가 필요하고, 특히 치료제를 장기복용하는 만성질환자들에게는 고용량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드럭 머거의 대표적인 예 – 치료약과 결핍되는 영양소 – 로는 이뇨제와 칼륨과 비타민 B1, 메트포르민과 비타민 B12, 스타틴과 코엔자임Q10, 베타 차단제와 멜라토닌 등이 있다.  이 약들이 열거된 영양소를 결핍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약들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모두 결핍되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영양소의 혈중 농도가 낮다고 반드시 질병으로 진행되거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메트포르민과 비타민 B12의 예를 들어 보자.  당뇨병 치료약으로 널리 쓰이는 메트포르민을 오래 복용하면 비타민 B12 결핍 (vitamin B12 deficiency)과 그에 따른 빈혈 (vitamin B12 deficiency anemia)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행된 임상연구에 의하면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있는 799명의 환자 중 9.5%만이 혈중 비타민 B12의 농도가 연구에서의 기준치 (300 pg/ml)보다 낮았다.  그리고, 단 2명의 환자 (0.3%)만이 비타민 B12 결핍에 의한 빈혈이었다.  따라서,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모든 환자들이 비타민 B12를 함께 복용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2017년 미국 당뇨병 학회 치료지침에서는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환자의B12 결핍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와 모니터링만을 권고하고 있다.
 
또, 어떤 환자는 영양소의 보충이 위험할 수 있다.  이뇨제는 칼륨의 배출을 증가시켜 저칼륨혈증 (hypokalemia)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뇨제를 복용하고 있는 많은 환자들은 혈중 칼륨 농도를 높이는 약인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알도스테론 차단제 등을 함께 복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뇨제를 복용하고 있더라도 혈중 칼륨을 증가시키는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면 고칼륨혈증로 인한 병원 입원률이 증가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이 칼륨 보충제를 복용하면 생명에 지장에 줄 수 있는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는 고칼륨혈증의 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칼륨 보충제는 이뇨제를 복용하고 있는 모든 환자들이 아닌, 검사를 통해 필요성이 확인된 환자들만 복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결핍을 보충해 주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 의문인 영양소들도 있다.  스타틴과 코엔자임Q10이 좋은 예다.  스타틴은 우리 몸의 세포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코엔자임Q10을 결핍시켜 근육에 관련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하지만, 코엔자임Q10을 함께 복용한다고 해서 스타틴에 의한 근육 부작용의 가능성이 줄어들거나 스타틴에 의한 근육 부작용을 치료할 수 있다는 확실한 임상시험 증거는 아직까지는 없다. 따라서, 미국 보건성이 제공하는 환자들을 위한 정보에서는 코엔자임Q10이 스타틴에 의한 근육 부작용을 줄이는지에 대해 아직 충분히 연구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스타틴을 복용하는 모든 환자에게 코엔자임Q10의 복용을 권하는 것은 근거중심이 아니다.
 
근거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하다.  즉, 위약군과 비교할 때 만성질환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의 영양소 결핍에 의한 부작용의 발생률을 낮췄다는 임상시험결과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데이타없이 약을 이용하는 것은 임상약학이 아니고 단지 상술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럭 머거를 미국 약학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고 의약학계가 주목하지 않는 것이다.  근거 중심의 약사 (pharmacy practice)가 진정한 임상약학이며 우리나라 약국에서도 임상약학이 제대로 정착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약력>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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