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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인공지능과 미국의 의학과 약학교육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7-04-05 18:28     최종수정 2017-04-06 09:1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최근 대한의학회의 E-뉴스레터에  실려 의약계에 반향을 일으킨 기고문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의학교육이 개편되고 있다고 전하며 우리나라 의학교육도 이에 뒤지지 않게 대대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인공지능 시대가 교육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면서 그 예로,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은 2019년부터 뒤집어진 교실 (flipped classroom)을 모든 수업에 적용하고 임상실습을 과정 초기부터 도입하며 3-4학년에는 집중적이고 심화된 학습과 연구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한다고 전하고,  이런 교육과정의 변화의 이유로 인공지능을 들고 있다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좋은 연구를 통해 의미있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의학교육의 경쟁 내용이 될 것이다. 하버드의대는 그것을 의식하고 변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기고문에서 다루는 두 가지 이슈 중 인공지능과 의약학 직능 변화에 대해서는
지난 컬럼에서 다루었다. 이번 주에는 또 다른 이슈인 미국의 의약학교육의 개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많은 미국의 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은 현재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있다내가 근무하는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UCSF)의 의과대학도 ‘BRIDGES 교과과정이라 불리는 새로운 교과과정을 2016년 가을학기부터 도입했고, 약학대학은 2018년 가을학기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UCSF의과대학은 존스 홉킨스 의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의대와 함께 미국내 의과대학 중
연구분야에서 공동 3위, 일차의료분야에서도 3로 선정되는 등 미국내에서 가장 좋은 의과대학 중 하나다(두 분야에서 모두 3위이내인 학교는 UCSF 의과대학이 유일하다).

한 학년 학생 수 150여명에 의대 전체 교수 숫자 (full time) 2400명이 넘는다우리학교 의과대학은 의학교육분야도 선도하고 있는데 (전임부학장이자 명예교수인 David Irby, 현재 부학장인 Catherine Lucey, Patricia O’Sullivan 등 의학교육분야에 쟁쟁한 교수들이 많다), 학교내에 의학교육 및 관련연구만 담당하는 교원과 스태프가 100명이 넘을 정도다.

난 작년에 의과대학이 주관하는
Teaching Scholars Program에 참여하여 의학교육과 연구만을 담당하는 교원들과 자주 교류하였다, 약학대학의 교과과정 개편에도  Working Group의 일원으로 참여하였고, Education Policy Committee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하고 있기 때문에 의과대학의 새로운 BRIDGES 교과과정과 약학대학의 새 교과과정이 왜 만들어지게 되었으며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의과대학의 BRIDGES 교과과정 홈페이지에서
개편의 이유를 밝히고 있듯이 의학과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교육과정으로는 환자 치료 결과에 큰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그래서, 새로운 교과과정의 목적은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다의학 지식만으로 안전하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학년부터clinical microsystem clerkship이라는 임상수련 과정을 시작하고 의료시스템 개선에 대한 과제를 함께 수행함으로써 환자와 의료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의료시스템 개선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리고, 안전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직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약대생, 간호대생, 치대생, 물리치료과 학생들과의 협력교육 (interprofessional education)을 강화하여 1학년때부터 시작하고 있다.  ,의학교육 분야 (domains of science)를 교육과학 (educational science), 임상과학 (clinical science), 사회과학 (social & behavioral science), 역학 (epidemiology & population science), 생물의학 (biomedical science), 시스템과학 (systems science) 등 여섯 개의 분야로 분류하고, 각 분야에서 배워야 할 지식과 기술 (knowledge & skills)의 단계를 기본 핵심 (core), 중급 (enhanced), 고급 (advanced)으로 나누어 모든 학생들이 각 분야의 기본 핵심 지식과 기술을 갖추도록 했으며, 분야별 중급 및 고급 지식과 기술은 학생의 선호과 장래 원하는 경력에 따라 다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학과학의 분야 (Domains of Science) (출처: www.ucsf.edu)

 


교육방법에서도 뒤집어진 교실
(flipped classroom)과 같은 교육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의학교육에 적용하고, polleverywhere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UCSF 약대가 새로운 교과과정에서 추구하는 방향도 1학년부터 clinical microsystem clerkship의 도입과 다른 직역과의 협력교육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과대학과 비슷한 점이 많다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여름방학을 없애고 대신 계속 교과과정을 진행하여 3년안에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이수할 수 있도록 하여 학생들이 1년 빨리 자신의 경력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우리 학교 졸업생의 60%이상은 레지던시 등 졸업후 과정을 밟기 때문에 새로운 3년 교육과정은 이들이  원하는 경력을 빨리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초과학과 임상과학 과목들을 하나로 묶는 block 교과과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Block 교과과정에서는 과목들이 심순환기, 호흡기 등 장기별로 분류되고 이에 관련된 기초와 임상과학 과목들이 하나로 합쳐진다예를 들어, 심순환기 block에서는 심순환기와 관련된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과 심순환기 질병에 쓰이는 약의 유기화학, 약리학, 약동력학, 약물치료학을 함께 교육하는 것이다전통적으로 약대의 교육과정에는 각 과목에 배정된 학점수가 적기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이수학점을 채우기 위해 학기마다 많은 과목을 들어야 했다많은 과목을 들으면,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지만, 교습과 평가가 암기 위주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시험만 많고 기억에는 남지 않는 문제가 있다.

, 학생들이 배움 자체보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미국과 캐나다 의과대학에서 1950년대부터 사용해 온  block 교육과정은 약대는 교육개편이 왠지 좀 느리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며 학생들의 학습에 좀 더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UCSF 약대의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는 암기보다 비판적 사고와 문제풀이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려고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시험 성적보다는 배움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럼 원래의 이슈였던 인공지능이 미국 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의 새로운 교육과정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내가 아는 한 인공지능은 적어도 우리학교 교육과정 개편에 큰 관계가 없다의과대학의 BRIDGES 교과과정 개편의 이유에서 인공지능은 언급되고 있지 않으며 우리학교의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수많은 회의와 토론에서 난 한번도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앞서 말했듯이 교육과정 개편의 동기는 안전하고 양질의 의료와 약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와 약사를 길러내는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이 의사와 약사를 완전히 대체하여 의사와 약사가 인공지능이 지시하는 대로환자를 치료한다면 사회적으로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의사와 약사를 길러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제대로 된 좋은 연구를 통해 의미 있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연구능력을 의미하는 데 이는 임상교육이 목적인 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의 교육목적보다는 연구 대학원의 교육목적에 더 잘 부합된다.

인공지능이 눈부시게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역할에 대해 좀 과장된 면이 있는 것 같다
. 인공지능에 대해 대비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의료와 약료의 질을 좀 더 높이기 위해 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의 교육과정을 평가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필자약력>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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