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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00세 시대의 고찰: 노인학에 대한 관심과 공부

편집부

기사입력 2020-12-30 16:22     최종수정 2020-12-31 10:1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다가오는 ‘100세 시대’를 이해하고 잘 대비하려면 노인학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간 필자는 빠르게 도래한 고령화 현상을 주로 시장 중심적 관점에서 소개했는데, 그렇다고 노인을 고령화 사회의 유행을 창출하는 경제적 주체로만 편협하게 표현한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여도 결국 사람의 노화과정이란 불가피한 현상이기에 현대 노인학은 인간이 자신의 마지막을 잘 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학문이라고 부르고 싶다. 따라서 장수(長壽)도 단지 수명만 늘어나기 보다는, 예전보다 질어진 삶의 연장선 안에서 보다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방안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아름답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노인학이란?

노인학(老人學, gerontology)은 노년학(老年學)이라고도 부르는데, 노화의 사회학적, 심리학적, 인지학적, 생물학적 관점의 연구를 총칭하며, 노인의 질병치유에만 전문화된 ‘노인의학(노인병학, geriatrics)’과는 구별된다. 다학제적 속성을 지닌 노인학은 생물학, 간호학, 의학, 범죄학, 치과학, 사회복지학, 물리학, 작업요법학,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건축학, 지리학, 약리학, 공중위생학, 주거(housing), 인류학 등 다양한 전문영역을 포괄한다.
특히 다음 3가지 학문이 대표적인데, (1)고령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의 원인, 진단, 치료, 예방을 연구하는 ‘임상노인의학(clinical gerontology)’; (2)노화의 기전을 규명하는 ‘노화학(biological gerontology)’; 그리고 (3)고령자의 복지, 사회, 행동심리학을 다루는 ‘노년학(social gerontology)’이 그것이다.
노인의학은 노인병학(Geriatrics)이라고도 부르는데, 20C 후반 선진국에서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정규의학의 한 분야로 정착했는데, 1944년에 미국에서 Gerontology 학회가 창립되었고, 1946년에는 The Journal of Gerontology란 학술지가 창간되었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지금 Gerontology가 의학, 사회, 경제 부문에서 고령자와 고령사회를 연구하는 분야로 정착하여 다양한 측면의 대응방안을 제시하며 발전하고 있다(그림1).

노령인구에 대한 미국의 대처

미국은 19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310만명에서 2009년에 3,560만명으로 늘었고 2030년경에는 70세 이상만 7,1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 집단 내에서 고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 (1)복합만성질환, (2)노쇠, (3)특별한 의료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그림1. 국가별 기대수명 및 백세인 현황

미국은 1935년에 미래의 노년사회를 대비하여 사회보장법(일반인 대상 연금프로그램)을 제정하였고, 1942년에 노인병학회(American Geriatrics Society)가 창립되었는데, 1945년에는 노화학회(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가 창립된 후, 1947년에는 다학제적 학회의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1940~1950년대는 노인의학과 노년학의 협동연구가 활발했고, 1960년대 후반에는 ‘노인의학 전공의사(fellow) 양성프로그램’까지 등장하였다. 그리고 1965년에는 노인 및 장애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도 시작되었다. 

이어 1974년에는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가 설립되었고, 1970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900만명의 재향군인들이 노인이 되자 국가는 이들에게 원활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위하여 본격적인 재원조달을 추진하였다.

한편, 의학연구원(The Institute of Medicine, NGO, 국가자문기관)이 설립되었는데, 이것은 1978년에 ‘노령과 의학교육’이란 제1차 보고서를 통하여 의과대학생이나 전공의를 위한 노인의학 교육과정의 구축을 제안하였고, 1987년 제2차 보고서에서는 노인의학지도자의 역량을 향상시킬 우수교육센터의 구축도 제안하였다. 이어 1993년 제3차 보고서에서는 지역사회 일차진료의사에 대한 노인의학교육의 강화, 노인의학전문의제도의 도입을 주장하였다.

1980~90년대에 급속히 늘어나던 노인의학전문의 과정 지원자는 2000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추가로 2006~2007년에는 재향군인(VA)병원과 메디케어(Medicare)에서 노인의학 펠로우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지원까지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결과의 요인으로는, 미국내 노인환자의 다수가 적용 받는 메디케어의 보험급여가 사(私)보험보다도 낮아졌고, 노인의학 전문의사의 직무만족도는 높지만 내과학 전문의사보다도 현실적인 급여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선진국의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한가지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특정분야 전문인력의 양성과 유지에는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체제에 의해서 경제적 지원체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노인의학 발전사

영국에서는 1947년에 다학제적 모임인 영국노인병학회(BGS, British Geriatrics Society)가 설립되었고, 1948년에는 국가보건서비스(NHS, National Health Insurance)에 의해 모든 보건의료제도가 통제되기 시작했다. 노인의학은 1970년대 중반부터 전문영역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현재 영국노인병학회는 2,5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일본의 고령화 현황과 노인의학의 역사

일본의 노인의학 및 사회제도의 역사는 깊은 편이다. 이미 1900년대 초부터 고령자에 대한 일차진료, 노인병에 대한 기초 및 임상연구 역량이 발전하였으며, 1959년에는 ‘일본노년의학회’가 창립되었다. 1987년에는 후생성 산하에 고령사회 대비 방안을 준비하는 ‘장수과학조직검토위원회’가 설치되어 (1)노화기전 규명, (2)고령자 특유질환의 원인규명, (3)진단-치료-예방법 탐구, (4)고령자의 사회적-심리적 문제의 연구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던 일본은 1973년부터 7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의료비 무료화 정책을 실시하였고, 고령자의 의료비 부담에 대한 공평성과 장년기부터 종합보건대책에 의한 고령자의 건강확보를 위하여 1982년에는 ‘노인보건법’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2000년에는 ‘간병보험제도’까지 시작했는데, 이것은 고령친화사업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훗날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제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부터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 접어든 후, 무상의료보험제도로 인한 국가의 재정부담을 낮추기 위해 2008년 4월부터 75세 후기고령자와 특정 장애를 보유한 65세~74세 전기고령자를 같은 건강보험제도에 편입시키는 이른바 ‘후기고령자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였다. 
일본 노인의학회는 1995년에 사단법인이 되었고, 2004년부터 노인병 전문의를 배출하기 시작했고, 2010년 기준 6,500여명의 정회원이 활동 중이다.

노령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처

우리나라는 1990년도 후반부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여 2018년에는 14%를 돌파하여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26년경에는 20% 넘어 초고령사회로 변모될 예정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노인인구 비율이 70~80%를 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어 정부나 지역사회, 개인들이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앞으로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점들이 많이 등장할 것에 대한 염려가 깊어지고 있다.

1968년에 대한노인병학회가 창립되었고, 노령화사회를 대비한 ‘국민연금제도’도 출범하였다. 1990년대 후반에는 의학계에 노인병 개념이 정립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1999년에는 ‘노인보건복지 중장기 발전계획 추진상황’을 시작으로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준비에 착수하였고, 2002년에는 ‘노인보건복지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노인요양보장제도가 시작되었다. 2004년에는 ‘고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회’를 구성하고, ‘저출산·고령화 대책단’도 발족되어 고령화 사회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반구축 등 다양한 정책들을 실행하였다.

같은 해, 저출산 및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산부인과 및 소아과 전문의 공급의 축소를 결정하고, 해당 정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되, 잉여인력은 노인치료 관련 전공분야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이는 2020년 무렵에는 산부인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15년 전에 비해 70~80% 감소되고 소아환자는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어 대신 노인요양환자를 치료할 전문인력을 증원하는 방향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2005년에는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법’(법률7496호)을 입법했는데 제28조 1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질환 치료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2007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입법하여 질병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곤란한 노인에게 수발급여제공을 시작했고, 요양보호사제도를 도입하여 ‘요양보호사’를 육성하는 등 차분히 고령화 사회를 위한 제도정비를 추진 중이다.

노인학은 이미 65세를 넘은 사람에게는 자기 자신을 위한 실제적인 학문이고, 아직 65세에 이르지 못한 이에게는 일종의 미래학문이다. 모든 인간은 노화를 겪게 되며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노인학은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할 필수과목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공동체 안에 축적한 경험을 현재나 미래를 살아가는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특유의 장점을 가졌다. 더구나 현대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활동의 흔적(데이터)을 대량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현재와 미래를 위한 예측과 판단에 활용하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현상은 물론, 사회현상도 확률이나 통계적 법칙에 따른다. 인간이 끊임없이 학습해야하는 이유는 아무 생각없이, 무작위적 선택이나 결정으로 인한 오류와 실패의 가능성을 낮추고 합리적인 결정의 확률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선진국 사회에서 고령화 시대에 필수적 준비요소라고 강조하는 ‘부(wealth)’와 ‘건강(health)’은 정량적 측정이 가능하기에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은 ‘행복’과 ‘만족’과 ‘가치’라는 측정도 어렵고 정답조차 모호한 요소들을 어떻게 준비할 지 고민하고 있다. 이에, 100세 시대를 대비하며 노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가시적이고 계측 가능한 요인들을 준비하는 것 외에도 삶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게되는 이로움이 있다.

COVID-19란 전 세계적인 역병으로 인하여 오래 산다는 것과 삶의 의미를 깨달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내년에는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며,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희망과 활로를 찾는 자기 혁신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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