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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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업 혁신의 당위성과 또 한번의 기회

방준석 교수

기사입력 2019-11-20 12:00     최종수정 2019-11-20 12:0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 임상약학과 경영약학 분야의 최신지견과 성공사례를 연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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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 혁신의 당위성과 또 한번의 기회

두발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면 페달을 쉬지 않고 밟아야 한다. 약국의 경영과 약사의 직능개발도 예외가 아니다. 편의상 약국과 약사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약업(藥業)이라 부르겠다. 흔히 경영환경이 바뀌면 약사를 포함한 모든 경영자는 세가지 측면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전략(Strategy), 비즈니스모델(Business Model), 그리고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가 그것이다. 

시장환경이 격변기가 아니라면 이 세가지를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개선’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지금은 온 세상이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큰 변혁기의 문턱에 서있다. 더불어 지금까지 기업이나 개인이 처한 환경과 여건에서 각자도생 할 수준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자기가 소속된 집단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고 중간정도에는 설 수 있었으나, 이제는 전 지구적인 사회, 산업, 시스템, 프로세스, 전문성과 경쟁력까지 모두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시대로 진입했기에 약사와 약국, 그리고 약업 종사자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진지한 학습과 실천이 필요하다.

혁신의 뜻
가장 흔하게 접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가 ‘혁신(革新)’이다. 이는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라고도 해석되기에 매우 어렵고 주저되는 행동이다. ‘피(皮)’란 짐승의 가죽을 벗겨 낸 것(skin, fur)이고, ‘혁(革)’은 가죽에서 털을 다듬고 없앤 것(leather)이란 차이가 있는데, 혁신이란 단어에 옛사람이 굳이 ‘피’가 아닌 ‘혁’을 쓴 것은 이미 가공된 가죽(leather)을 더 새롭게 만든다(renewal)는 뜻이 여기에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영어로는 innovation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안에서 밖으로(in)’와 ‘새롭다(nova)’가 결합되어 ‘안에서부터 시작해서 새롭다’라는 뜻을 갖는다. 혁신이란 ‘고쳐서 착해진다’는 개선(改善, Improvement)과는 다른데, 두 단어 모두 변화(change)란 뜻을 갖지만 개선은 고친다고 해도 이전과 크게 다른 것으로 인식되지 않지만 혁신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경영학자 탐 피터스는 The Circle of Innovation (1997)이란 저서에서 “혁신이란 이미 햄버거가 존재하는데 또 다른 수준의 햄버거를 내놓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즉, 혁신은 단순히 표면적으로 다르다는 개념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를 움직여서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가치를 창출해야 완전한 혁신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혁신이란 ‘소비자가 이제껏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기존의 잠재력을 강화시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거나, 없던 것 혹은 저급한 것으로부터 향상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모든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쉬지 않고 성장해야 한다. 성장은 기존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일이나 일하는 방식을 돌아보아 새로운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혁신적 과정을 통해서만 달성된다. 심지어 경영자들 조차도 변화(change)와 혁신(innovation)의 차이를 자주 혼동하여 각종 ‘변화관리’를 ‘혁신’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변화와 혁신은 전혀 다른 것이다. 

변화란 무엇을 새롭게 바꾸는 활동 전반을 뜻하지만 혁신은 여기에 ‘가치(Value)’ 개념이 더해진다. 그 가치란 제조자나 판매자가 아니고 그것을 구매하는 고객이 결정한다. 개념조차 제대로 통일하지 못한 채 많은 기업이나 개인이 변화와 혁신을 표어로 내걸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실천하는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거나 ‘먼저 변해야 이긴다’라는 강렬한 구호를 외치는데, 요즘같은 디지털 변환 시대에는 이런 선동적 구호로는 좀처럼 성과를 내기 어렵다. 

왜냐하면 기업이 성장하는 길은 전의를 다지면서 구태를 벗어나는 정도가 아닌, 고객이 정말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구성원이 고객 우선의 마인드를 가지고, 고객이 깜짝 놀랄만한 획기적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조직문화체로 변하는 것이 혁신활동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점진적 혁신과 급진적 혁신
‘파괴적 혁신 이론’을 창안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의 종류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이다. 이는 기존의 행동과 연속선 상에 있는 혁신인데, 해당 산업 혹은 기술과 같은 특정한 영역에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일반적으로 경쟁력 우위의 기업들이나 완고한 시장에 속한 기업들이 점진적 혁신을 추구한다. 

둘째는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으로서 기존 형태의 산업에서 사용되지 않던 자원이나 속성을 활용하여 산업형태를 완전히 변화(Disrupt)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시장이나 새로 산업에 진입하는 후발주자들이 추구한다. 이 둘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지는 시장의 성격이나 시장 안에서 특정 기업의 위치(선도기업 또는 신규기업)에 따라서 상이하다. 다만, 혁신활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중요한 것은 ‘혁신경로(Innovation Path)의 지속성’, ‘내부역량 사이의 조화’, 그리고 ‘혁신의 방향성과 깊이’라고 알려졌다.

혁신경로의 지속성 유지
혁신활동을 실행할 때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 보다 혁신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능한 경영자는 혁신활동을 통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지만,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신규시장은 항상 경쟁자를 끌어 모으고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별성은 사라지고 평준화 된다. 

그래서 지속적인 혁신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자기파괴(Self-destruction)나 캐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을 통해서 연속적인 혁신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의 연속적 흐름을 ‘혁신경로’라고 부른다(그림 1).
 
그림1. Innovation Path (출처: claytonchristensen.com)▲ 그림1. Innovation Path (출처: claytonchristensen.com)
혁신경로의 지속성은 특히 고도첨단기술산업 분야에서 중요한데, 여타 산업보다 소프트웨어 등 기술기반 신제품의 시범(Beta Version)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흔히 거대 기업은 풍부한 투자여력(자금) 때문에 혁신활동이 수월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혁신적 기업 중 40%가 기업공개(IPO, 주식시장에 상장) 이후에 대체로 혁신활동력이 둔화되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경영학자 탐 피터스는 ‘불만에 가득 찬 고객, 눈에 안 띄는 경쟁자, 불만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는 조직구성원, 하찮게 여겨지는 하청업체’가 지닌 충족되지 않은 욕구(Pain-points)를 관찰하고, 수렴하고, 해결하는 것이 혁신의 본질이며 그래서 ‘혁신이란 실제로 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혁신이란 그것이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어떠한 산업영역 안에서 Pain-point를 찾아서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특별한 방법으로 변화시켜 해결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지속적으로 파괴하면서 또다른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철학이 체질화 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패러다임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의 사전적 의미는 변화, 변신으로서 기존에 추구해 온 변화보다 한층 높은 강도의 근본적인 변화와 변혁을 뜻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 디지털 변환)’이란 “디지털적인 모든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변화에 대하여 디지털 기반으로 기업의 전략,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모델,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영전략”이라고 표현한다. 

현재 이를 뜻하는 용어로 Digital Transformation, Digital Disruption, Digitalization이 혼용되고 있으며, 최근 이슈가 된 ‘4차 산업혁명(Industry 4.0)’과 ‘DT’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실은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이 기술적 변화에 따른 경제, 산업, 사회, 정치의 ‘총체적 변화’에 초점을 두는 반면, DT란 디지털 패러다임에 따른 기업의 경영전략적 관점에서의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모델,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적 변화’에 중점을 둔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실체에 대하여 조금 더 깊이 다뤄보고자 한다.

위와 같이 우리나라의 약업환경은 구성원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밖으로부터 큰 변혁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변화의 당위성과 방향성은 이미 정해졌으며, 심지어 속도와 정도까지 약업계가 능동적으로 선택할 여지가 좁은 형국이다. 

지난 1차부터 2차 산업혁명까지는 우리나라 국가적 중추산업이나 약업계가 기술, 자본, 전략, 모델이 전무한 채 그저 압축성장기를 누리며 선진 성공사례를 급히 수용하는 방식으로 지나쳤다. 그래서 다행히 그 뒤를 이은 3차 산업혁명도 이미 구축된 기반과 역량을 활용하여 세계 경제사에서 뒤쳐지지 않는 성과를 창출하여 미래 성장의 발판을 확보하였다. 

이제 4차의 산업혁명 물결이 다시 밀려온다. 지난 세기까지 여러 번 반복됐던 변화의 물결을 놓친 국가나 산업분야는 이미 도태했거나 선두주자를 위한 원자재 공급처나 단순 소비처로 전락하여 발전의 중심축에서 밀려났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약사, 약국, 약업계가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 시기에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확연한 변화의 방향성이 제시된 지금, 보다 신속하고 현명한 대응전략의 개발과 실천역량의 발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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