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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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비듬약 이야기

편집부

기사입력 2020-11-18 09:00     최종수정 2020-11-18 12:4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찬바람이 불면 머리에서 어깨로 눈이 내린다. 진짜 눈이면 아름다우련만 피부 제일 바깥의 각질층이 비늘처럼 벗겨져 떨어지는 인설(鱗屑)이다. 헤드앤숄더(Head&S houlders)라는 비듬 샴푸 제품명이 아마도 이런 모양에서 착안한 게 아닌가 싶다.

춥고 건조한 날씨에 피부 각질층이 일어나며 가려운 것은 손발과 같은 다른 부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비듬의 경우는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두피에는 피지가 분비되고 그걸 먹고 사는 말라세지아라는 효모가 있다.

효모는 곰팡이와 함께 진균에 속한다. 효모가 지방분해효소로 피지를 분해하여 유리 지방산과 활성 산소종을 만들어내면 이게 피부를 자극하고 심하면 염증을 일으킨다. 유산균이 우유 속 유당을 먹고 나서 유산(젖산)을 만들면 그게 다른 세균의 번식을 방해하는 것처럼 효모가 피지를 먹고 내놓는 산물도 다른 정상 피부 세균의 생존에 방해가 된다.

그리하여 두피의 정상 세균총을 교란하게 되는 것도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루성 피부염의 경우에 그런 염증을 포함한 증상이 더 심하고 범위도 넓다. HIV에 감염된 환자의 경우 지루성 피부염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두고 면역 조절 기능과 관련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지루성 피부염에 바르는 스테로이드나 바르는 칼시뉴린 억제제와 같은 면역조절제를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겨울에 비듬이나 지루성 피부염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들 효모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춥고 흐린 날이 이어지면서 두피가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들면 자외선 살균 효과도 떨어진다. 반대로 여름에는 증상이 나아진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남성호르몬은 피지 분비를 촉진하므로 비듬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생긴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피지가 증가하고 지루성 피부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감정적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으로도 증상이 악화된다. 무스, 젤, 헤어스프레이는 제품에 따라 두피를 더 기름지게 하여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항불안제로 사용되는 부스피론이나 조현병에 쓰이는 클로프로마진, 할로페리돌과 같은 약도 지루성 피부염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비듬과 지루성 피부염의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의심이 되는 요인은 많지만 각각의 관계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고 증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하여 약이 없는 건 아니다. 항진균제인 케토코나졸과 같은 약을 두피에 발라주면 효과가 있다. 보통 사용하기 편리하게 샴푸 타입으로 된 약을 사용한다. 머리를 물에 적신 뒤에 약을 바르고 거품을 내면서 두피를 마사지해준다. 이때 바로 헹궈내면 접촉시간이 짧아 약효를 제대로 보기 어려우니 최소한 3분에서 5분 정도 기다렸다가 헹궈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을 사용하면 비듬이 줄어든다. 처음 2주~4주는 주2회 이상 쓰다가 증상이 나아지고 나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주1회 쓰면 된다. 징크 피리치온이나 셀레늄 설파이드 같은 성분의 샴푸도 마찬가지로 항진균 효과를 나타낸다.

이들을 사용할 때도 바르고 최소한 5분 정도는 두피와 접촉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가 헹궈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살리실산, 유황도 각질을 녹이는 효과로 약간 도움이 될 수 있고 콜타르도 냄새 때문에 기피하는 약이긴 하지만 지루성 피부염의 염증과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용도로 종종 쓰인다.   

항진균제 같은 성분을 먹는 약으로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먹는 약은 바르는 약으로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아주 심해서 어쩔 수 없을 때만 쓰는 게 원칙이다. 먹는 약으로 복용할 경우는 전신 부작용이나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에 더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진균제가 효과가 있으니 결국 비듬의 원인은 효모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케토코나졸 같은 항진균제에는 염증을 낮추는 작용도 있는데다가 일부 연구에서는 이 약을 바른 뒤에도 정작 효모 수는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듬은 보기 좋지 않다는 미용 상의 이유로 관리가 필요하지만 지루성 피부염은 이보다 증상이 훨씬 심각하다. 후속 연구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게 되어 더 나은 치료약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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