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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트럼프 소독제논란을 통해 본 신약개발 이야기

정재훈 약사

기사입력 2020-05-06 14:15     최종수정 2020-05-06 14:1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코로나19 치료약에 대한 오해로 인해 세계 여러 곳에서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독제 발언으로 난리가 났다. 트럼프는 지난 4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소독제는 1분 만에 바이러스를 모두 소멸시킵니다. 이를 몸 안에 주입하거나 세척하는 것 같은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 뒤 18시간 동안 뉴욕 독극물센터에 신고된 살균소독제 사고 건수가 무려 30건으로 급증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리포트에 따르면 이 발언이 있기 전에도 살균소독제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은 많았던 듯하다. 미국 전역에서 1월~3월 사이에 관련 사고가 20% 늘었다. 이란에서는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전국에서 5000여 명이 메탄올을 마셨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20일부터 4월 7일 사이에만 무려 700여 명이 사망하고 90명 이상이 실명했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아직 이런 비극적 사고에 대한 소식이 없다.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를 농담 삼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살균소독제를 마시면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놓고 보면 한국인의 평균적 건강정보 문해력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높은 수준인 것 같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경솔한 발언이었지만 트럼프의 질문 자체는 따져볼 가치가 있다. 손에 뭍은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소독제를 왜 마셔서는 안 되는 걸까? 우선 독성 때문이다. 아직 인체의 바깥에 있는 바이러스를 소독할 때와 인체 세포 내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인체 바깥의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킬 수 있는 소독제일지라도 인체 세포 내에 숨은 바이러스에는 효과를 보이기 어려운 이유다. 바이러스를 잡으려다가 인체에 해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증명하기 위해 실험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명확한 사실이다.

트럼프 발언의 오류는 언론에 연이어 소개되는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인다는 약들에 지나친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약후보물질을 찾아내는 초기단계에서는 세포실험을 이용한다. 배양한 세포의 환경은 생체 내와는 전혀 다르다. 주변 세포, 조직, 장기와 연결되어 있지도 않고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도 없다. 약을 넣어주면 세포에 바로 작용하여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실제 상황은 전혀 다르다. 먹는 약일 경우 우선 장에서 흡수되어야 한다. 방송에서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떠드는 물질 중에는 장에서 흡수가 거의 안 되어서 인체 내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흡수가 되고 난 뒤에는 문맥을 통해 간을 거쳐 대사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약효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먹어서 흡수가 안 되는 약을 주사해서 넣어주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는 약이 길눈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약물 분자는 감염된 세포로만 가서 작용하지 않는다.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 간다. 이 과정에서 약의 농도가 효과를 내기에 부족한 정도로 낮아지고 이걸 끌어올리려고 더 많은 양을 투입하면 불필요한 부작용이나 독성이 나타난다. 10,000종의 신약후보물질을 가지고 시작해서 고작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항바이러스제의 경우 인체 세포 속에 숨은 바이러스만 선택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문제가 하나 더 추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항말라리아약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부정맥을 유발하여 심장에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자살 행동과도 관련된다. 효과를 기대했던 약 중에 하나가 렘데시비르인데 현지시간으로 지난 4월 23일에 렘데시비르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임상시험 연구결과가 WHO 웹사이트에 실수로 공개되었다가 삭제되는 소동이 있었다.

약을 쓰다보면 효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기 마련이고 낫는 사람을 보면 약의 효과가 확실히 있다고 단정짓기 쉽다. 하지만 위약군을 두고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처럼 약 없이 저절로 나을 수도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성 질환일 경우는 더 주의해야 한다. 렘데시비르의 효과에 대해서는 4월 초에 이미 완료된 임상시험과 5월초에 완료될 임상시험 결과가 연구 발표되면 아마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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