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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혈압약 복용시간 이야기

정재훈 약사

기사입력 2019-11-20 06:40     최종수정 2019-11-20 17:0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혈압약 자기 전에 복용하라” 아침 복용보다 저녁 취침 전에 혈압약을 복용하면 더 효과적이어서 심장발작과 조기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소식이 건강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10월 22일에 발표된 대규모 임상시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스페인에서 평균 나이 60세인 19,08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무작위로 전체의 절반은 자기 전, 절반은 아침에 일어나서 혈압약을 복용하도록 하고 6.3년 추적 조사한 것이다. 이 기간 중에 10명에 한 명 정도의 참가자에게 심장발작, 심부전, 뇌졸중,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나타났다.

이번 스페인 연구 결과에서 놀라운 것은 아침 복용자 집단과 저녁 복용자 그룹의 혈압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고 밤에 아주 조금 더 잘 떨어지는 정도였지만, 혈압약을 언제 복용하느냐에 따라 심장발작, 뇌졸중과 같은 해로운 결과가 나타나는 비율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전 혈압약을 복용한 그룹은 아침에 혈압약을 복용한 그룹보다 사망을 포함한 모든 심뇌혈관질환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45% 적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뇌졸중은 49%, 심부전은 42%, 심근경색은 34%,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56%가 낮았다.

쉽게 말해 항고혈압약을 저녁에 복용한 환자들의 경우에 사망 위험이나 심장마비, 뇌졸중, 심부전을 겪을 위험이 절반 정도로 낮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것일까? 아직 분명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는 동안에 혈압이 15%정도 떨어져야 정상인데 열 명에 한 명 꼴로 야간 수면 중에도 혈압이 안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고, 이 경우에 심혈관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불안한 사람이라면 24시간 혈압계로 하루 중 혈압의 변화를 체크해볼 수 있다. 야간 고혈압 환자가 아니더라도 아침에 깨어나서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몸에서 혈압을 올릴 준비를 하게 되는 게 정상이고 이를 위해 혈압을 올려주는 호르몬 분비가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보통 처음 4-6시간 동안 한 시간당 수축기 3 mmHg, 이완기 2 mmHg씩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이로 인한 오전 혈압 상승이 심혈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오전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빈도가 더 높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혈압약 복용 뒤에 너무 어지럽거나 피곤하다고 느끼는 경우 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밤에 자는 동안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혈압약 전체 또는 일부를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 모든 사람이 아침에 먹던 혈압약을 저녁 복용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이 부분은 우선 담당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저녁에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밤에 복용하면 약을 깜박 잊었을 때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복용하기가 힘들다. 자는 시간이나 저녁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매번 약 복용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약에 따라서는 이뇨제처럼 저녁에 복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뇨제를 밤에 복용하면 소변이 마려운 나머지 자다가 깨서 화장실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건강 뉴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지만, 혈압약 저녁 복용에 대한 긍정적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

이번 연구가 무작위로 진행되었고 대규모이긴 했지만 스페인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는 한계가 있고, 특정 약에 대한 게 아니라 다양한 혈압약 조합을 그대로 써서 각각의 약효에 따른 차이를 분석할 수 없었다는 한계도 있었다. 블라인드 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두 집단 간의 차이를 더 정확히 파악하려면 한쪽에는 가짜약을 아침, 진짜 혈압약을 저녁, 다른 한쪽에는 진짜 혈압약을 아침, 가짜약을 저녁에 주는 식으로 하여 플라시보 효과를 제거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장기간 동안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

훌륭한 연구 결과이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 근거가 더 쌓일 때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단, 자신의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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