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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프리셉터의 피곤한 어느 하루

편집부

기사입력 2017-09-07 09:44     최종수정 2017-09-07 09:5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응급실에 파견나갔던 약대 본과 4 년차 임상 로테이션 중인 데이비드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약국으로 들어온다.  혹 이것이 또 무슨 사고를 쳤나… 필자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데 성큼 필자 책상으로 와서 대뜸하는 말이,

” Something wrong…” 

“David, what did you do??”

“Why would a doctor give Zosyn (조신) and Vancomycin (반코마이신) for UTI (요로감염증)?”

“Are you sure those are for UTI or for something more complicated?”

필자는 단연코 성차별주의자 (Sexist) 는 아니다.   하지만 로테이션을 하는 남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왜 여학생들 처럼 머리 회전이 안될까 또는 로테이션에 흥미를 가지고 보다 적극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의 빈도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하긴, 필자의 성균관대 약학과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사실 필자도 여기에 대해선 변명할 말이 없다.   필자를 포함해서 많은 남학생들이 전공 보다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잠시 이런 잡념에서 깨어난 필자는 데이비드가 물어온 케이스를 살펴보았다.  전날 고열과 오한(fever and chills)으로 고생한 환자는 응급실에서 UTI (urinary tract infection)로 의심하였고 병동 중환자실 주치의가 곧바로 응급실로 내려와 환자에게 항생제 조신과 반코마이신을 일회 처방한 후 전자차트에 환자의 상태와 치료기록을 아직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데이비드가 성급히 이러한 질문을 한 것 같다.  병동주치의가 응급실에 내려오는 경우는 보통 응급실 환자가 많아 응급전문의를 도와주거나 아님 퇴원 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응급실로 다시 들어오는 재입원 환자인 경우이다.  병동주치의는 늦은 오후, 환자를 병동으로 옮긴 후 임상약학팀에게 조신과 반코마이신 pharmacokinetic dosing 해줄 것을 부탁한 후 퇴근을 한 상태이다.

다음날 아침 임상약학팀은 병동주치의와 같이 병실 라운딩을 하면서 이 환자의 상세한 병력을 알게 되었다.   과거 신장이식을 받은 이 환자는 현재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고 여러 임상 정황으로 봤을때 urosepsis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뇨와 혈액 균주배양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일단 empiric antimicrobial 치료를 위해 광범위 항생제 조신과 MRSA를 염려하여 반코마이신을 처방한 것이다. 

데이비드가 생각한대로 단순 요로감염증이었다면 아마도 앰피실린 1 그램 매 6 시간 투여와 그램 음성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젠타마이신 일회 투여 처방을 하였을것이다.   혹 환자가 경미한 페니실린 알러지가 있을 경우 엠피실린을 세파졸린으로 대체하거나  Anaphylaxis 같은 심각한 페니실린 과민 반응을 과거 보였던 환자는 시프로와 젠타마이신이 또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 환자는 한달 전 중환자실 입원 치료 당시 Klebsiella pneumoniae 가 뇨에서 배양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K. pneumoniae는 요도 카테터를 삽입한 입원환자들에게 고약한 요도감염증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작년 필자 병원 입원 UTI 환자들의 소변 샘플을 배양하여 발표한 원인균 통계치를 보면 E. Coli 가 앞도적으로 많고 다음이 바로 K. pneumoniae 인데 이는 어느 병원이나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작년 병원에서 발표한 Antibiogram을 살펴보면 시프로 항생제가 1차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위 환자의 경우는UTI로 인한 urosepsis이기에 먼저(empirical) 광범위 항생제를 쓰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조신은 시프로 항생제 보다는 조금 (susceptibility) 약하지만 그래도 만족할 만한 항균력을 K. pneumoniae에 가지고 있다는 2016 년 필자 병원Antibiogram에 기초하여 아마도 병동의의 선택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혹 몇일 후 나올 배양결과에 따라 항생제의 선택이 달라지리라 예상된다. 

필자가 예상컨대 환자의 과거 전염병력, 당뇨, 패혈증, 신장기능 저하, 면역기능 저하등 복잡한 병력 그리고 빈번한 재입원으로 인해  아마도 병동주치의 (내과)를 중심으로 신장내과의와 Infectious Disease (감염내과) 팀이 합류할 것 같다.

또한 환자는 심한 대사성 산증(metabolic acidosis)와 함께 높은 수치의 anion gap을 보이고 있는데 담당의는 패혈증으로 인한 급성 신장기능 저하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중탄산나트륨(Sodium Bicarbonate) 부족으로 인해 필자 병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체약 Sodium Acetate (체내에서 간대사를 거쳐 중탄산나트륨으로 변환) 150 mEq 투여로 대사성 산증을 호전시켰다.  

데이비드가 필자의 장황한 설명을 듣고는,

“Holy Moly…It’s way over my head…”

“David!  NO it’s not!”   (분명 3학년 전염병 수업시간에 다 배웠을텐데… 짜식…넌 아직 멀었다…)

하지만 순간 어디선가 필자에게 들려오는 말…”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못한다더니 너가 딱 거기까지다…”

P.S. 

최근 몇년 전 부터 이곳 미국 병원에서는 기본적인 전해질 주사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탄산 나트륨, 인산칼륨은 이제 단골 목록이 되어 버렸다.  최근에는 Lidocaine with Epinephrine, Dextrose 50%, Bupivacaine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자의 미약한 유기/무기화학 지식으로는 별 어려운 제조 공정이 아닌 것 같은데 혹 한국의 제약 기업들이 미국 제약산업 기초 전해질 시장에 진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인허가와 여러 제반 행정 절차에 무지한 필자의 사견이지만...

<필자소개>

 

임성락약사는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한후 도미, Purdue University(의약화학 석사) Butler University 약학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인디애나 주립대학 의대부속병원의 임상약사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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