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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약업사제도폐지와 관련된 해묵은 민원해결

'나의 공직생활 35년을 뒤돌아 보며' 이창기 전 보사부 약정국장

편집부

기사입력 2018-04-13 11:26     최종수정 2018-04-13 16:3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한약업사시험문제와 이해단체간의 분쟁

1981년 제5공화국이 탄생되면서 야당 국회의원인 천명기 의원이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임명되었고 이 해 8월 국립의료원 약제과장(부이사관)으로 재직하던 나는 약정국장 발령을 받아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내가 부임하기 전에 경기도에서 한약업사시험실시 공고를 하였다가 보사부가 경기도에 시험실시를 연기하도록 요청하여 보류되었고 그 전년도에도 다른 도에서 시험실시 공고를 하였다가 연기한 사실이 있다고 하였다. 한약업사시험은 1975년에 경남도에서 실시한 이후 계속하여 보류해왔다고 한다. 한약업사시험문제는 7년동안 시험실시를 보류하고 연기해온 해묵은 미결민원사안으로 되어 있었다. 

한 약업사제도는 일제 강점기의 한약종상에서 유래돼 1953년 약사법 제정시 보건의료자원이 절대부족하여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지역에 예외적으로 국민보건증진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영업지역 영업범위에 제한을 두고 시행된 제도이다. 병의원, 약국이 없는 동, 읍, 면에서 허가를 받아 한약을 팔 수 있는 업종으로 동에 1명, 읍, 면에 2명의 한약종상을 허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일반 매약을 팔 수 있는 약종상과 함께 생긴 제도로 약종상은 약방을, 한약종상은 한약방을 개설하여 허가지역에서 매약과 한약을 판매하였다. 그 후 의사, 한의사, 약사 등의 전문인력이 많이 배출되면서  이와 같은 구제도를 폐지하고자 1971년에 약사법을 개정하여 약종상 제도는 폐지되었고 경과조치로 이미 허가받은 약종상은 약업사로 개명되면서 허가받은 지역에서 약방을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한약종상은 국회심의과정에서 폐지되지 아니하고 그 명칭만 한약종상이 한약업사로 바뀌면서 약사법에 그대로 남게 되었다. 이때부터 분쟁이 발생하고 말썽이 돼왔다. 

80년대에 한약업사제도 폐지문제와 한약업사 시험실시 여부에 대하여 여러차례 보도되었다(1983.5.17 한국일보 기사)▲ 80년대에 한약업사제도 폐지문제와 한약업사 시험실시 여부에 대하여 여러차례 보도되었다(1983.5.17 한국일보 기사)
시 도지사는 약사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한약업사 결원이 생겨 청원이 있으면 한약업사시험을 실시하여 한약업사허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약업사를 허가하기 위하여 한약업사시험실시 공고를 할 때마다 이해단체인 한의사협회와 약사회는 시험실시를 반대하면서 한약업사제도를 폐지하도록 건의하였고 보사부는 한약업사시험 실시방안을 정하여 지침을 통보할 때까지 시험실시를 보류하도록 도에 지시해왔다. 이렇게 수년 동안 이제도를 폐지하지도 아니한 채 시험실시를 연기해올 동안 시험을 준비해온 사람들의 진정이 빗발쳤고 이들이 구성한 모임의 대표와 한약업사단체인 한약협회는 법에 따라 한약업사시험을 조속히 실시해달라는 청원을 계속하였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보면 법을 믿고 생업을 얻기 위해 수년간 준비해온 이들에게는 간절한 소망이었을 것이다. 

한편 한의사협회와 약사회 입장에서 보면 한약업사는 약사법에서 기성한약서나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한약을 혼합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조제할 자격이 없는 한약업사에게 조제라는 용어를 쓸 수가 없어 혼합판매라고 표현했을 뿐 사실상 한약조제 행위를 하여 한의사와 약사의 조제영역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도 두 단체가 한약업사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었다. 

분쟁해소 방안

공직자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람이다. 국민에게 약속했으면 지켜야한다. 계속 미룰 일도 아니다. 한의사협회와 약사회에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으면 다시 법을 개정하여 폐지해야하고 한약업사시험을 준비해온 사람들에게도 약속을 지켜야한다. 시험실시 공고를 하였다가 보류하였던 도에도 약속을 이행하여 정부공신력을 지켜야한다.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책무라 생각하였다. 이를 조속히 이행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 한약업사제도를 폐지하기 위하여 약사법을 개정하려면 국회심의를 거쳐야하고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약사법을 개정할 때까지 법에서 위임한 하위법령을 고쳐 허가지역을 없애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모법을 개정하기 전에 한약업사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 위해서이다. 한약업사시험을 실시하기 전에 우선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한약업사의 허가지역을 병의원, 한의원, 약국, 한약업사, 보건지소가 없는 면으로 규정하여 보건지소가 없는 면은 없으므로 한약업사의 배치근거를 삭제한 것이다. 


보사부는 한약업사 제도를 폐지하면서 한약업사시험 실시방침을 확정하였다(1983.11.22 약업신문 기사 )▲ 보사부는 한약업사 제도를 폐지하면서 한약업사시험 실시방침을 확정하였다(1983.11.22 약업신문 기사 )
다음은 한약업사시험을 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했다. 오랫동안 시험을 실시하지 않아 결원이 많이 발생하였을 뿐 아니라 50년대 초에 제정한 법령이어서 이 규정대로 많은 수의 한약업사를 허가할 수는 없으므로 이 제도의 입법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하여 동과 읍 지역은 제외하고 면에도 2명의 한약업사를 허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을 한약업사가 없는 면에 한하여 1명의 한약업사를 허가할 수 있도록 허가지역과 인원을 최소화하여 시험을 실시하도록 하고, 시험문제를 출제할 시험위원을 보사부가 직접 위촉하여 시험문제를 출제하여 같은 날 동시에 전국 일제히 시험을 실시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종전의 법령규정에 따라 전국 읍 면의 한약업사 결원지역을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2531명이었고, 한약업사가 없는 면은 590개이었다. 이 한약업사시험방침에 대하여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약협회와도 협의가 되었다.

이와 같이 한약업사제도를 페지하면서 한약업사시험을 전국 일제히 실시할 계획을 세워 1983년 11월 27일 한약업사시험을 실시하도록 전국 각도에 지침을 보냈고 각 도에서 한 달 전에 시험실시일, 장소, 방법 등을 공고하고 이날 전국 일제히 시험이 실시되어 무사히 끝났다. 한약업사가 없는 590개 면에 총 2212명이 응시하여 1차 시험에서 1395명이 합격하고 2차 실기시험에서 502명이 합격하여 각 도지사가 해당 면에 허가함으로써 오랜 기간 갈등을 겪던 한약업사문제는 대립하던 양쪽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면서 풀어갈 수 있었다. 이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 협조해주셨던 대한한의사협회 차봉 오 회장, 대한약사회 길병전 회장, 대한한약협회 김재덕 회장님께 감사드리고 국회 보건사회위원회의 약사 출신 국회의원 김완태 의원, 김정수 의원, 김장숙 의원의 자문과 성원에 대하여도 감사를 드린다.


이창기박사 ▲ 이창기박사
<필자소개> 이창기 박사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후 원광대학교에서 약학박사학위와 미국지구환경대학원(EEU)에서 명예환경과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보건사회부 국립화학연구소 연구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후 내무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공기사, 연구관. 국립보건원 마약시험과장, 분석4과장. 보건사회부 약정국 마약과장, 약무과장, 약품수급담당관, 국립의료원 약제과장, 약정국장, 약무식품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국립보건원 안전성 연구부장, 국립보건안전연구원장(초대), 국립환경연구원장(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을 거쳐 환경관리공단 이사장과 중앙약사심의위원,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서울대 연세대 충북대에서 강단에 서기도 했으며 현재는 한국환경한림원 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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