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경 교수의 '야생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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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홀아비꽃대(Chloranthus japonicus)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기사입력 2018-07-25 09:38     최종수정 2018-07-25 10:1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우리나라 야생화를 찾아다니다 보면 꽃 이름이 재미있고 해학적인 것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잦은 국란과 탐관오리에 시달리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유머를 잊지 않은 삶이 꽃 이름에도 내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4~5월경에 피는 봄꽃 홀아비꽃대도 꽃 모양뿐만 아니라 꽃 이름이 유머러스해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사투리로 호래비꽃대라고도 부른다. 산지의 나무 그늘 밑에 잘 자라며 홀아비꽃댓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홀아비꽃대는 통상적으로 생각되는 꽃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병을 청소하는 솔을 연상시키는 이삭 모양을 하고 있다, ‘홀아비’는 부인 없이 혼자 사는 사내를 일컫는 말로써 조금은 궁상맞고 처량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혹시나 이 꽃이 홀아비와 관련된 무슨 기상천외한 사연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 하는 선입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홀아비꽃대는 구질구질한 홀아비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의 독특한 모습의 꽃을 피운다.

자료조사로 알게 된 것은 홀아비꽃대의 ‘홀아비’는 ‘상처한 남자’를 일컫는 뜻이 아니라 한 포기 식물에서 꽃대 하나만이 촛대처럼 홀로 솟아 꽃이 피고 지는 외로운 풀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홀아비는 ‘홀로’란 뜻으로 쓰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는 한 개의 꽃대에 꽃받침과 꽃잎 없이 수술로만 구성된 불완전화에서 생긴 이름이라는 해석도 있다. 굳이 홀아비와 연관 짓자면 꽃송이 전체가 실 같이 생긴 막대 모양의 흰 수술이 마치 몇 일간 수염을 깎지 않은 홀아비의 궁상맞은 턱수염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억지 설명도 있기는 하다. 일본 이름은 일인정(一人淨)이다.

뿌리가 옆으로 뻗으면서 자라고 마디마다 줄기가 돋아나 10~25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란다. 줄기 끝에 4장의 잎이 돌려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서로 마주 보고 돋아난 2장 잎이 수직으로 배열되어 십자형을 하고 있고 마디 사이가 좁아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잎이 있는 부위에서 2~3센티미터 정도 크기 꽃대 하나가 돋아나고 꽃대 주위에 꽃이 돌려나며 개화 전에는 4장의 잎으로 감싸여 있다. 결국 4개의 잎은 꽃잎과 꽃받침 대신에 꽃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꽃은 흰 실처럼 보이는 수술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솔을 연상시킨다.

꽃을 자세히 보면 3개의 수술대가 씨방에 합쳐져 있으며 3개의 수술대 중에서 바깥쪽 2개의 수술대는 아랫부분에 꽃밥(화분)을 가진 반면 가운데 수술대는 화분이 없다. 꽃밥은 노란색이고 꽃 전체에서 감미로운 향기를 풍긴다. 홀아비꽃대는 식물분류학적으로 미스터리한 의문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옥녀꽃대라는 식물이 있는데 식물의 전체모습이 홀아비꽃대를 닮았다. 다만 꽃대에 붙어있는 실 같이 생긴 수술이 홀아비꽃대에 비해서 가늘고 길이가 2~3배로 긴 것이 특징이다. 옥녀꽃대 이름은 두 식물의 생김새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홀아비꽃대의 처량한 신세를 감안해서 짝지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으로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옥녀’는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거제도에 있는 옥녀봉의 ‘옥녀’에서 따온 것으로 한국에서는 옥녀봉에서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옥녀꽃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자초지종이야 어떻든 남녀가 짝을 이룬 형국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위적인 작명이었더라면 과부꽃대가 더 궁합에 맞지 않을까. 라틴명의 속명 클로란투스(Chloranthus)는 희랍어로 ‘황록색’의 클로로아(chloroa)와 ‘꽃‘을 뜻하는 안투스(anthus)의 합성어로서 꽃밥의 색이 황록색인 데서 비롯되었다. 종명 야포니쿠스(japonicus)는 ’일본‘이라는 뜻이다.

한방에서 식물 전체를 말린 것을 은선초(銀線草)라 하며 중풍, 종기, 기관지염, 월경불순에 사용한다. 알려진 성분으로 클로란타락톤(chloranthalactone)이 있다. 쥐의 백혈병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능이 밝혀졌다. 항암제 개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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