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경 교수의 '야생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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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아라홍련(阿羅紅蓮, Nelumbo nucifera)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기사입력 2017-08-16 09:38     최종수정 2017-08-16 09:3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권 순 경
함안박물관 입구 연못(아라홍련 시배지)에 분홍색 연꽃이 피어있는데 700년 된 연꽃 씨앗이 발아하여 피운 꽃이다. 700여년 만에 환생한 이 연꽃을 보는 순간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동화가 떠올랐다.

심술 궂은 마법사의 저주로 100년 동안 깊은 잠에 빠진 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잠에서 깨어난다. 700년 전 땅 속에 묻혀 잠자고 있던 연꽃 씨앗은 왕자가 아닌 과학자에 발견되는 행운으로 보통 식물체로 변신한 것이다.

보통 씨앗은 수 년 길어야 수 십 년이 지나면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연꽃 씨앗은 어떻게 오랜 세월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단단하고 치밀한 구조로 된 껍질이 감싸고 있어서 씨앗 내용물인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상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세를 못 넘기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식물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할 뿐이다.

함안은 고대 6가야의 하나인 아라가야(阿羅加耶)의 옛 도읍지로 고대유적이 많은 곳이다. 2009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가야문화권 유적 학술조사의 일환으로 고대 산성인 성산산성을 발굴하게 되었다.

이 산성은 6세기 중반이후 아라가야 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굴과정에서 연못 터에서 연꽃 씨 15개를 수습할 수 있었고 이 씨앗을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으로 측정한 결과 700여 년 정도 된 것으로 나왔는데 이 시기는 고려 중기인 1160~1300년에 해당된다.

출토된 고려시대 연꽃 씨를 농업기술센터에 5알 그리고 함안박물관에 3알을 각각 분양해서 싹 틔우기를 시도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5알 중 2알, 그리고 함안박물관에서는 3알 중 1알을 발아시키는데 성공했다.

보통 연꽃 씨앗은 발아율이 100%지만 고려시대 연 씨는 30% 정도 발아율을 보인 것이다. 발아 다음해인 2010년 드디어 꽃을 피우는데 성공했는데 발아 첫 해는 연잎만 무성하게 자랐다. 요즘 연꽃 씨앗도 발아한 당해 연도에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이듬해부터 핀다.

연뿌리를 심으면 그 해 바로 꽃을 피울 수 있다. 발굴지가 고대 아라가야 지역임으로 연꽃을 ‘아라홍련’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보고된 바로는 일본 동경대학 그랜드 지하에서 발견된 연씨 3알이 2000년 전의 것으로 가장 오래 된 것이고 다음이 중국 동북부 지방 연못 터에서 발견된 1300년 전 연꽃 씨앗이다. 이 씨앗들이 모두 아름다운 분홍색 연꽃을 피우는데 성공했다.


아라홍련을 요즘 연꽃과 비교하면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6월 말에 개화하여 7월에 만개하고 꽃잎 크기도 요즘 홍련과 비슷하다. 꽃잎 수가 12개 전후로 적고 꽃 색이 옅으며 선명한 분홍색으로 단정한 형태이고 꽃잎 아래쪽은 흰색이다. 고려시대 탱화나 벽화에 그려진 모습 대로다.

요즘 홍련은 짙은 홍색이고 꽃잎수가 25개 전후로 많고 화탁(花托)에 40여 개 암술을 갖고 있으나 아라홍련은 암술이 10~20 정도로 적다. 화탁은 깔때기(샤워꼭지) 모양으로 종자를 담는 용기 역할을 한다. 가을에 꽃대가 말라 꺾이면 화탁이 아래를 향하게 되고 이 때 씨앗이 빠져나와 물에 떨어져 진흙에 묻힌다.

연꽃은 이른 아침에 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해 오전 9시 경 활짝 피고 오후에는 다시 오므라든다. 대부분 품종이 초기 개화 1일, 만개 2일, 낙화 1일로 총 4일 동안 피어있다. 연구소 직원 말로는 아라홍련이 매년 조금씩 요즘 홍련을 닮아간다고 했다.

즉 꽃잎과 연꽃 씨앗수가 점점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그 이유로 연꽃은 타가수정을 하는 식물로서 나비나 곤충이 요즘 연꽃의 화분을 아라홍련 암술머리에 운반하여 수정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 양성화인 연꽃은 자가수정을 막기 위해 암술이 먼저 성숙하고 수술은 늦게 성숙한다. 곤충이 다른 꽃의 화분을 암술머리에 옮겨주면 즉각 암술머리 점액에 달라붙게 되고 화분관이 움트면서 정자를 배낭으로 운반하여 수정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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