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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화목자(和睦者)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0-03-11 10:19     최종수정 2020-03-11 12:49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어려워도 화목한 집이 있고 부유해도 싸우며 사는 집이 있다. 화목한 집엔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싸우는 집엔 불러도 가고 싶지 않다. 아마 복(福)도 화목한 집에만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요즘 코로나 19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이다. 3월 1일 주일 아침에는 유례없이 전국 대부분의 교회가 문을 닫았다. 다행히 내가 섬기는 온누리 교회는 CGN이라는 TV방송을 통해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교회의 교인들은 심적 고통이 매우 클 것이다.

최근 스마트바이오팜 대표인 심유란 박사가 페이스 북에 쓴 ‘요물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글이 뇌리에 남는다. “서유기에 나오는 이 거울, 세상에 변장하고 숨어있는 요물들을 다 비추어 원래 모습을 보여준다는 이 거울! 요즘 페북과 위챗을 보면서, 이번 신종코로나는 영락없는 이런 거울이라는 걸 느낀다 (중략).

재난 중에 한 몫 건지려는 사람들부터, 니탓 내탓을 넘어 욕심을 드러내는 사람들, 어떻게든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내 잇속만 챙기려는 사람들, 숨겼던 발톱을 서서히 드러내는 사람들, 두려움에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 평소에 그렇게 순하게 보였음에도 갑자기 돌변하여 온갖 화풀이를 다 하는 사람들, 팩트인지 아닌지 가리지도 않고 무작정 욕부터 하는 사람들... 참말로 요지경이다.

그 가운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사람들, 드러내지 않고 재난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 확연하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원래 인간과 함께 자연에 존재했던 바이러스인데 어느 날 갑자기 "거울"로 변이하여 인간세상의 천라만상을 보여주고 있다. (중략)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물이지만 이처럼 인간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준다. 인간의 오만은 어디까지일까?”

윗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난리 상황에서도 세상이 자기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툭탁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자기는 사심 없이 나라를 위해 이런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십중팔구 나쁜 사람이거나 아니면 생각이 짧은 바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이미 자기 신념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 아래 하나님 말씀 외에 불변의 진리가 어디 있으며, 누가 그 진리를 확신하겠는가? 예컨대 한 때 경부 고속도로 건설을 강력 반대했던 정치 지도자들의 신념도 시대착오였음이 들어난 바 있지 않은가?

나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였을 때 내 주장을 강력히 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내 식견이 부족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지만, 우유부단한 내 성격 탓도 적지 않을 것이다. 사실 회의에서 논쟁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들어보면 이 주장도 일리가 있고 저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어느 의견을 택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은 주제를 놓고도 쉽게 흥분해서 싸우는 사람들이 때로는 신기해 보인다.

서로 얼굴을 붉힐 정도로 논쟁이 가열되는 낌새가 보이면 나는 얼른 유머와 농담 등을 구사해 양측의 열기를 누그러뜨리려 노력한다. 사실 어떤 일의 성패는 회의에서 어느 쪽 의견을 선택했느냐 보다, 얼마나 화기애애하게 결론을 냈느냐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내는 이런 나를 가끔 ‘회색분자’라고 놀리지만, 나는 회색분자의 역할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이런 역할을 하려 들어서는 아무 결론도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가난해도 화목한 집안이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그리고 싸우는 사람은 많아도 화목을 도모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는 생각에서 화목자(和睦者) 역할을 자임해 보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성의 냉철함보다 사랑의 따듯함이 백배천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불평, 불만, 비난, 조소, 조롱 보다는 감사, 위로, 격려, 응원, 후원, 화합이 특히 크리스찬에게 합당한 성품임을 깨닫는다.

지금은 전염병과 싸우고 있는 분들과 다툴 때가 아니라, 오히려 그 분들을 기도와 물질로 응원 후원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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