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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건방져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9-01-30 08:4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새 해가 오면 집안의 윗사람이나 연상(年上)의 사람 또는 직장의 상사들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많아진다. 이 때 까딱 잘못하면 갑(甲)의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을(乙)인 내가 건방진 사람으로 찍히기 쉽다. 건방져 보이지 않기 위해 ‘을’이 갑’의 앞에서 조심해야 할 사항들을 열거해 본다.

1. 외모 및 태도: 안경 (특히 선글라스), 모자 (특히 남자)나 마스크를 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얼마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선글라스를 쓰고 전방을 시찰했다가 자기 정치를 한다고 비난을 받았다. 선글라스가 건방져 보인 탓도 있었을지 모른다. 젊은이가 수염을 기르는 등 나이 들어 보이게 외모를 가꾸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자식이 수염을 길러 부모보다 나이 들어 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 늘 옷을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 단추를 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껌을 ‘짝짝’ 씹어서도 안 된다.

2. 담배 피우기: 담배를 뻑뻑 펴대거나, 맞담배질 해서는 안 된다. 갑이 나타나면 잽싸게 돌아서서 비벼 끄거나, 최소한 돌아서서 피우는 제스처를 해야 한다.

3. 술 마시기: 물건을 드리거나 받을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술의 경우 한 손으로 따르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 무릎 꿇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잔을 드리고 술을 따라 올려야 하며, 받을 때에는 ‘감사합니다’ 사의를 표한 후 역시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받아, 돌아서서, 남김없이 마셔야 한다. 그러고는 마치 진 빚을 갚는 것처럼 신속하게 ‘갑’에게 다시 한잔을 따라 올려야 한다.

4. 말하기: ‘갑’이 말씀 하시는데 쥐뿔 나게 톡 튀어나와 한 마디 해서는 안 된다. 무례하게 나대는 것으로 보인다. 딴청을 부려서도 안되고, 꼬박꼬박 말대꾸를 해서도 안 된다. 또 토를 달아서도 안 된다. 너무 큰 소리로 말해도 안 된다. ‘에헴’ 따위의 헛기침을 특히 ‘크게’ 해서는 안 된다. ‘갑’과 슬슬 말을 트려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완벽한 경어체로 말해야 한다.

5. 쳐다보기: 윗사람을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 봐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눈 깔아”라는 ‘갑’의 마음속 호령을 듣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고개를 약간 숙이고 아래를 내려보는 각도가 안전하다. 특히 ‘째려’본다는 오해를 받았다가는 치명적이다.

6. 만나기: 만날 장소에 먼저 가 있다가 ‘갑’을 만나자 마자 벌떡 ‘일어나’ ‘먼저’ 인사해야 한다. 떡~하니 앉아서 인사를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실내라면 안쪽 편안한 자리인 상석(上席)으로 안내해 드려야 한다. 겉옷은 받아서 옷걸이에 걸어 드리고, 의자를 빼어 앉기 편하게 해 드려야 한다.  여기까지의 절차가 끝 났다면 이제 앉아도 좋다. 바닥에 앉는 경우라면, 다리를 꼬고 앉는 ‘양반다리’로 앉아서는 절대 안 된다. 양반다리는 ‘갑’만이 취할 수 있는 자세이다.

7. 악수하기: ‘갑’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쌍놈’소리를 듣는다. ‘갑’이 먼저 내민 손을 잡을 때 한 손으로 그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 특히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고 악수를 하는 것은 최악이다. 얼른 두 손으로 ‘갑’의 손을 잡고 황송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물론 갑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손을 내밀 것이다. 이때 ‘을’은 15-20도 정도 허리를 구부려야 공손해 보인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갑’이 키가 작더라도 결코 갑의 어깨에 손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감히 ‘갑’을 격려하는 모양새가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상의 사항들을 일종의 예의범절(禮儀凡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오늘날 젊은이들이 이런 것들을 다 지키고 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갑’은 이런 예의범절 대접을 받지 않고 살아도 괜찮다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고, 반대로 ‘을’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예의범절은 지키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젊은이는 자리를 양보하려고 들고 노인은 이를 만류하는 모습이, 겸손한 갑과 공손한 을이 함께 사는 아름다움으로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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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 추천 반대 신고

"일종의 예의범절(禮儀凡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오늘날 젊은이들이 이런 것들을 다 지키고 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이란 글을 남겨주셔서 더욱 공감입니다...이런 것을 따지는 것 자체를 잘 들 모른답니다...모두 조금씩 신경쓰면 서로 다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유념토록 해야겠습니다...
(2019.01.30 17:31)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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