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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초청강연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8-09-05 09:38     최종수정 2018-09-05 11:1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7월 26일부터 30일까지 4박 5일 동안 중국 감숙성 (甘肅省)의 성도(省都)인 란주 (蘭州, Lanzhou)시 소재 란주대학교에서 열린 ‘제3회 약물전달체 란주 포럼’에 참석하여 “Transporter-targeted delivery of drugs”란 주제로 초청강연을 마치고 돌아 왔다.

초청자는 란주대학교 교수인 무신안 (武新安, Xian Wu) 박사였다. 나와 함께 UCSF의 Benet교수, Kanazawa 대학의 Tamai 교수도 초청을 받았다.

이번으로 내가 국제학술대회에서 초청강연을 한 횟수는 47회에 이른다. 이 중 세 번은 일본어로, 44회는 영어로 발표하였다.  어떻게 횟수까지 기억하느냐 하면, 몇몇 국내외 학회의 펠로우가 되기 위해, 또는 무슨 무슨 상을 받기 위해 이보다 더한 것까지 시시콜콜 적어낸 적이 여러 번 있기 때문이다.

내가 교수가 된 1983년 즈음에는 국제 학회에 자비(自費)로 참석하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참가 횟수가 늘어나면서 비용과 노력에 비하여 얻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우선 내 영어 실력이 시원치 않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미국이나 유럽 학회에 참석할 경우 시차(時差) 때문에 더욱 영어가 들리지 않았다.

두 번째 이유로는 내 전공 실력이 부족해서 발표 내용을 들어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 두 가지 이유에서 나는 ‘내가 들어서 알만한 내용은 듣지 않아도 될 것이고, 내가 모르던 내용은 들어 봤자 이해를 하지 못하니까 들을 필요가 없다, 즉 어느 경우에나 들어봤자 별 소득이 없다’는 냉혹(?)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 해외에 나가면 모처럼 만난 동료나 제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느라 학회장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래저래 점차 ‘비싼 내 돈 내고 국제학회에 갈 일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후부터는 경비를 부담할 테니 와서 강연해 달라는 학회에만 가기로 마음을 먹고 실행하였다.

내가 47회에 걸쳐 강연한 학회 중 상당수는 세계 일류의 학회는 아니다. 내 연구 성과가 그 정도로 대단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후배 연구자들은 세계 최고의 학회로부터 초청을 받아 특강을 할 정도로 뛰어난 연구 업적을 쌓기를 기원한다.

내 경우, 국제학회의 강연 초청을 수락하고 나면 곧바로 영어 발표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습하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한 나는 일본어 발표는 어느 정도 임기응변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영어로 발표하는 경우에는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하나부터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매 문장마다 ‘그러므로’, ‘그러나’, 또는 ‘한편’ 과 같은 접속사 선택에 유의하여야 한다. ‘그러나’로 시작해야 할 문장을 얼떨결에 ‘그러므로’로 말해 버리고 나면 그 뒷감당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반드시 설명했어야 하는 말을 빼놓는 가는 바람에 당황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나는 ‘그러나’, ‘그러므로’를 포함해서 내가 해야 할 거의 모든 말들을 슬라이드에 빽빽하게 써 넣는다.

나도 스티브 잡스처럼 키워드나 사진 몇 개만 스크린에 띄어 놓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무대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설명을 하면 한결 폼이 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언감생심! 그건 내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중국학회에서는 학회일 하루 전에 그 곳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는 워크샵도 있었다. 20여명의 대학원생과 그곳 지도교수가 모인 자리에서 세 명의 대학원생이 각자 자신의 연구 결과를 30분씩 영어로 발표하면, 내가 질문이나 코멘트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초청 받은 다른 두 명의 교수도 나처럼 각자 세 명의 논문 발표를 지도하였다. 이 워크샵은 사전에 예기치 못한 일이었는데, 두 시간에 걸친 워크샵을 통하여 그들의 높은 연구 수준에 큰 자극을 받았다.

포럼 전날 란주 시내를 관통하는 황하(黃河)를 보고, 학회 후에는 돈황(敦煌)에 날아 가서 낙타를 탄 다음, 막고굴(莫高窟)을 구경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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