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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바로 다툴 준비를 하고 사시나요?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8-08-22 09:38     최종수정 2018-08-22 10:3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십여 년 전 모 지방 큰 도시에 갔을 때 택시 정거장 부근에서 본 장면이다. 두 대의 택시가 서 있었는데, 뒤에 선 택시가 앞 차에게 경적을 울렸다. 내 차 좀 나가게 앞으로 차를 좀 빼달라는 의미 같았다. 그러나 앞 차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아마 ‘네가 후진 했다가 돌아 나가면 되는데 왜 나보고 비키라느냐’ 반발하는 것 같았다. 화가 난 뒷 차는 수 차례 반복해서 경적을 울려댔다. 잠시 후 앞 뒤 차의 문이 열리더니 두 차의 운전자가 내렸다. 그러더니 두 사람은 거두절미(去頭截尾) 하고 바로 서로 치고 받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와! 나는 두 사람의 성격 급함에 기가 질려버렸다.

얼마 후 다른 지방 큰 도시에 갔을 때의 일이다. 택시를 탔는데 얼마나 운전이 난폭 하던지 택시 뒷좌석 창문 위에 달린 손잡이에 결사적으로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기사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약국에 감기약을 사러 갔는데 약사가 몇 가지 불필요(?)한 약의 구입을 권유하기에 화가 나서 바로 약사의 멱살을 잡고 끌고 나와 차도에 팽개쳤다고 한다. 마치 자기 자랑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와! 이 동네 사람들 성질 한번 대단하구나. 내가 만약 여기 와서 약국을 열었다면 그런 꼴을 당할 뻔 했구나’ 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사람들은 잘도 다툰다. 별 일도 아닌 것에 용케도 싸움을 한다. 물론 살기가 각박해진 데에 첫 번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같이 체격이 왜소한 사람은 싸우고 남을 만큼 억울한 일을 당해도 아무 말 못하고 속으로만 삭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나는 평생 남에게 싸움을 걸지 못하는 체질이 되어 버렸다.

약 40년전 낙성대 근처에 살 때, 두 옆집 사람이 후딱 하면 싸우길래 하루는 어떡하면 저렇게 잘 싸울 수 있나 한 수 배울 참으로 아내와 함께 유심히 관찰하였다. 들어 보니 우리 같으면 도저히 싸울 깜도 되지 않는 걸 가지고 용케도 잘 싸우고 있었다. 그 때 깨달았다. 우리는 싸움 체질이 못 된다는 것을. 그 때부터 싸움하는 법 배우기를 아예 포기하였다.

서울 모처에 있는 처가에 갔을 때의 일이다. 부득이 주택가 어느 집 앞에 잠시 주차를 하려 드는데 어떤 젊은이가 나오더니 눈을 부라리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남의 집 앞에 차를 새우면 자기 차가 어떻게 나가느냐는 것이었다. 잘하면 사람을 칠 기세이었다.

물론 내가 잘못을 하긴 했지만 그토록 난폭하게 나올 일까지는 아니었다. 체격이 왜소한 나는 그 젊은이에게 그저 미안하다고 굽실거리며 얼른 차를 빼는 것이 고작이었다.

한번은 남부순환도로에서 까치고개를 넘어 사당역 쪽으로 차를 운전해 내려가는데, 갑자기 차도(車道) 한 선이 밀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내다 보니 젊은 남자가 늙수그레한 남자 한 명의 멱살을 잡고 봉고 차 옆면에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젊은이는 “그래 나 몇 살 안 먹었다. 어쩔래 이 XX야” 하며 소리를 질렀다. 순간 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십중팔구 두 사람은 운전 중 누군가 때문에 언쟁을 하게 되었다. 차를 세우고 서로 당신이 잘못한 거라고 다투다가, 바락바락 덤비는 젊은이에게 ‘너 몇 살이냐? 어딜 어른한테 그 따위로 덤비느냐?’고 연장자가 야단을 쳤을지 모른다.

이 말이 젊은이의 화를 돋구었는지 결과적으로 백주 대로(白晝大路)에서 젊은이에게 목을 졸리는 망신을 당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본 이후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비굴하게 사는 게 인생의 지혜’라는 평소의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뉴스는 매일 같이 말다툼, 주먹다짐, 칼부림 같은 다툼 소식을 쏟아낸다. 나라간에는 무역전쟁, 외교전쟁 또는 진짜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도 나라도 누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바로 싸울 수 있는 만반의 준비, 즉 임전태세(臨戰態勢)를 갖추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정녕 하나님 뜻대로 서로 사랑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일까? 하나님 섭리의 결말이 두려워진다. 모든 힘있는 사람들과 나라들의 각성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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