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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혼자서도 잘 산다구요?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8-02-14 09:38     최종수정 2018-02-14 13:4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누구나 늙을수록 누군가 함께 놀아주길 바란다. 여기에서 ‘누군가’란 단연 손주, 자식, 며느리, 사위 같은 가족을 말한다. 젊어서는 혼자 사는 게 좋을 때가 많다. 혼자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혼밥’ ‘혼술’을 즐기는 젊은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이가 모르는 게 한가지 있다. 늙으면 본의 아니게 몸이 아프고, 우울해지고, 외로움을 타게 된다는 사실이다. 또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그랬었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말씀하시면 ‘또 시작이신가’하고 귀찮게만 생각했었다. 이제 와 생각하니 나는 참 무심한 자식이었다.

의사도 자신이 병을 앓아 보고 나서야 환자를 살갑게 치료한다고 한다. 비로소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젊은이가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노년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 유행하던 노래에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란 가사가 있다. 늙은이는 젊어 봐서 젊은이를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젊은이는 늙어보지 못해서 늙은이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내용이다.

아무튼 늙은이는 이런 저런 이유로 누군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자식보고 그래 달라고 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우선 젊을수록 바쁜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손주들도 학원 다니느라 할아버지 할머니와 놀아 줄 시간이 없어졌다. 어쩔 수 없이 늙은이는 스스로 자신의 아픔과 외로움을 감당해 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대개 교양(敎養)있는 사람일수록 자식에게 덜 의존하려고 노력한다. 교양이란 음악 미술 영화의 감상, 독서, 산책 등처럼 혼자 잘 노는 기술을 말한다. 이런 기술, 즉 교양이 없을수록 자식들이 싫어한다. 자식만 바라보고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늙은이에게 교양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늙은이는 누구나 교양 있게 늙다가 품위 있게 죽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천부적으로 교양이 없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옛날 시어머니가 흔히 했던 며느리 괴롭히기도 어쩌면 심심해서, 외로워서, 즉 교양이 없어서 할 수 밖에 없었던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소위 교양이 있는 (척 하는) 사람은 이런 행동을 자제하지만, 아무리 교양이 있어도 더 나이를 먹어 몸이 아프거나 우울증 등이 생기면, 내심 자식들이 안 놀아주나 바라게 된다.

다만 겉으로 괜찮은 척, 교양 있는 척, 위선을 떨고 있어서 남들이 잘 인식하지 못할 따름이다. 아무튼 혼밥, 혼술은 특히 늙어서는 절대 피하고 싶은 못된 생활양식이다.

자식, 특히 손주를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무지하게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식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더니 우리 부부도 정말 아들딸보다 손주가 더 예쁘다. 내리사랑은 하나님의 섭리인 듯 하다.

함께 살며 수시로 손주들의 재롱을 즐기는 우리 부부지만, 우리도 몸이 아플 때면 자식이 그리워진다. 하물며 가족과 가정도 없이 평생을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삶은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응급 시 119에 전화 걸어줄 사람, 아플 때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도 없는 노년을 산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그것은 결코 교양 있는 삶이 아니다.

요즘 비혼(非婚)이 무슨 풍조(風潮)처럼 되어 있지만 20-30년 후, 나는 사회가 독거노인 생활의 어려움을 심각하게 인식한 다음에는 다시 모든 사람이 결혼을 하는 시대로 돌아 오게 되리라 믿는다.

2030년이 되면 인류 최초로 평균수명이 90세가 되는 나라가 출현한단다. 그리고 그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란다. 작년에 Lancet이라는 의학잡지에 실린 내용이다. 머지않아 인생의 대부분은 늙은이로서 살게 될 모양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이여, 결혼해서 가족과 함께 늙어가기 바란다.

우리 부부도 교양 있게, 자식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인생 말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우리도 어느덧 자식의 따듯한 말과 사랑의 기도가 그리운 나이가 되었다. 늙을수록 자식들, 특히 손주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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