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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약방의 감초?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7-10-25 09:38     최종수정 2017-10-25 10:1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오늘은 내가 학창 시절에 잘못 알고 있던 약학 관련 용어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약방의 감초’란 말이 있다. ‘너는 약방의 감초처럼 안 끼는 데가 없냐?’ 와 같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말을 ‘약방(藥房)에 감초(甘草)가 있듯이 꼭 있다’라는 뜻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약방은 藥房이 아니라 藥方 즉 약 처방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이 말은 ‘한약 처방에 감초가 들어가듯 꼭 있다’라는 의미이다. 옛날부터 한약 처방에 감초가 많이 사용된 데에서 유래하였을 것이다.

2. 상등액/상징액 (上澄液): 어떤 혼합 액체를 원심분리하였을 때 위 층에 생기는 맑은 액을 상등액이라고 배웠다. 澄자의 오른 쪽 登(등) 때문에 澄을 ‘등’으로 잘못 읽은 것이다. 그러나 澄은 ‘물 맑을 징’자이므로 상등액이 아니고 상징액으로 읽어야 한다. 물이 맑다고 할 때에도 ‘징명(澄明)하다’고 해야 한다.

3. 천평/천칭 (天秤): 저울을 말하는데 천평으로 잘못 읽곤 하였으나 천칭이라고 해야 한다. 역시 秤자의 오른 쪽 平(평) 때문에 秤을 ‘평’으로 잘못 안 것이다. ‘저울로 달다’라는 의미의 秤量도 평량이 아니라 칭량이다.

4. 활탁제/활택제 (滑澤劑): 약제학 시간에 활탁제라고 배웠으나 활택제가 맞다. 澤을 탁으로 읽을 근거가 없는데 탁으로 잘못 읽게 된 내력이 오랫동안 궁금하였다. 마침내 일본어에서는 澤의 일본자인 沢을 ‘타꾸’로 읽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일제 때 일본어로 약제학을 배우신 원로 교수님들 입에 밴 ‘활타꾸제’에서 활탁제가 나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5. 충진/충전 (充塡): 역시 약제학 시간에 충진이라고 배웠으나 충전이 맞다. 오래 전 모 제약회사 공장에 가 봤더니 어떤 방에 ‘충진실’이라는 문패가 붙어 있었다. 塡자의 오른 쪽에 있는 眞(진) 때문에 塡을 ‘진’으로 잘못 읽은 것이다.

6. 각반/교반 (攪拌): ‘저어준다’는 뜻인데, 각반이 아니라 교반으로 읽어야 한다. 攪자의 오른 쪽 覺(각)에 속아서는 안 된다.

7. 엑기스/엑스 (Ex): 흔히 ‘인삼 엑기스’라고 부르지만 실은 ‘인삼 엑스’가 옳은 표현이다. 대한약전(大韓藥典)에서는 오래 전부터 의약품 ‘엑기스’를 ‘엑스’로 바꾸어 부르도록 정하였다. 엑스는 extract (Ex)의 번역에 해당하는 말인데, 일본 사람들은 일본어의 특성 상 Ex를 엑기스라고 밖에 발음하지 못 한다.

왜정 때 일본어로 약학을 배운 우리의 선배들도 자연히 엑기스가 정답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르러서 우리는 Ex를 ‘엑스’라고 발음할 수 있는 민족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때부터 엑기스 대신 ‘엑스’라고 부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때가 늦은 것 같기도 하다. 엑스라고 하면 어쩐지 ‘엑기스’처럼 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장차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8. 캅셀/캡슐: 예전에는 capsule을 캅셀이라고 불렀다. 역시 ‘캅세루’라고 읽을 수 밖에 없는 일본어 교육의 잔재이다. 뒤늦게 우리는 캡슐이라고 발음할 수 있음을 깨달은 다음부터 대한약전에서 ‘캡슐’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참고로 캡슐과 캡슐제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빈 캡슐에 약을 충전하면 그 때 캡슐제가 되는 것이다.

9. 프세이도/슈도: pseudo를 ‘프세이도’라고 발음하는 분을 본 적이 있다. 슈도가 맞다.

10. 불계속성 초본: 약용식물학 전공의 고 임기흥 교수님은 약용식물을 계속성 초본 (草本)과 불계속성 초본으로 분류하고 각각을 continuous plant와 uncontinuous plant라고 명명하여 논문을 발표하셨단다. 그런데 한참 뒤에 영어 사전을 뒤져보니 아뿔싸! 불계속성은 uncontinuous 가 아니라 discontinuous이었단다. 본인이 강의 중에 하신 말씀이다.

이상의 오류는 옥편(玉篇)만 한번 찾아 봤어도 진작에 바로 잡을 수 있는 일이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돌아보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날에는 모든 정보가 다 부족했었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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