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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초당림과 산림녹화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7-08-09 09:38     최종수정 2017-08-09 09:5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 6월 30일부터 이틀간 대학 동기 부부 13명이 전남 강진에 있는 초당림(草堂林) 견학을 다녀 왔다. 수서역에서 기차(SRT)를 타고 나주에 내려 초당대학교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초당림을 향하였다. 가고 오는 길에 다산 정약용이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였던 다산초당(茶山草堂), 김영랑 시인의 생가(生家), 청자 박물관 및 초당대학교의 안경 박물관도 구경하였다.

 

초당림은 백제약품의 명예회장이신 김기운 선생이 50년 전인 1967년 강진군 칠량면 일대의 산 약 300만 평을 매입하여 조림(造林)한 국내 최대의 조림지이다. 광대한 산에는 편백, 리키테다, 백합나무 등이 이미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산 자락에 세워진 제재소에서는 재목으로 자라난 나무들을 가공하고 있었다.

우리들을 안내해 준 분은 김기운 선생의 아들인 김동구 회장(백제약품)이었다. 안내를 위해 서울에서 일부러 내려온 그는 조선대 약대를 졸업한 약사이지만 약보다 나무에 대한 애정이 더 커 보였다. 산림청에 나무에 대한 강의도 나갈 정도로 나무 하나 하나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였다. 우리들은 오랜 세월 조림을 해 온 그분들의 열정과 안목과 애국심에 감동하였다.

과거 우리나라의 산들은 모두 벌거숭이 민둥산이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녔던 1950년대는 물론이고, 대학에 다녔던 1960년대 말까지도 그랬다. 당시 학생들이 즐겨 부르던 ‘메아리’란 동요(1954년 유치환 작사)에, “벌거벗은 붉은 산에 살 수 없어 갔다오. (후렴)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옷을 입히자.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란 가사가 나올 정도이었다.

그랬던 우리나라 산들이 요즘에는 어디를 가나 숲으로 덮여 있다. 도시 개발 등으로 인하여 산림의 면적은 줄어들었지만, 단위 면적당 산림의 밀도는 수십 수백 배 높아진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산림녹화(山林綠化)에 성공한 것이다.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에 의해 그 답이 이미 나와 있을 터이지만 이하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원인을 적어 보기로 한다.

첫째는 누구나 인정하듯 정부의 식목(植木) 장려 덕분이다. 돌아 보면 1960년대 후반까지도 내 고향 김포 검단면 사람들은 집집마다 때때로 산으로 동원되어 나무를 심었다. 나도 하루 종일 나무를 심은 후 이장 댁 마당에 줄을 서서 일당(日當)을 받던 생각이 난다. 그 정도로 정부, 특히 박정희 정부는 식목 장려에 열심이었다.

그러나 나는 산이 푸르러진 것이 오직 식목의 장려 덕분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연료 혁명, 즉 연탄의 기여가 오히려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골에까지 연탄이 보급되기 전인 1960년대까지는 시골에서는 으레 산의 나무를 잘라다 취사 및 난방을 하였다. 도시에서도 가로수마저 몰래 잘라다 땔 정도로 그 때는 나무가 우리나라 가정의 주된 연료이었다.

그러나 자기집에서 땔 나무를 자신의 산에서 베어 올 수 있는 집이 몇이나 되었겠는가? 대개는 몰래 남의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 오는 일종의 ‘서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앞 동네는 이름마저 ‘나무서리’이었다. 이처럼 나무서리를 하지 않으면 취사나 난방을 할 수 없던 시절이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가 되자 농로(農路)가 정비되어 시골까지 연탄을 배달하는 트럭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곧 연료 혁명이 일어났다. 너도 나도 나무대신 연탄을 때기 시작한 것이다. 나무꾼을 사서 나무서리를 하는 것보다 연탄을 사서 쓰는 것이 더 편하고 쌌기 때문이다. 내가 살던 시골도 더 이상 나무를 베지 않고 연탄을 사용하게 되었다. 실로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혁명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연탄 보급을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일등공신이라고 믿는다. 물론 연탄의 부작용도 많았다. 도시의 골목길은 연탄재투성이였고, 겨울의 대기(大氣)는 일산화탄소에 절어 있었다. 방에 스며든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사람이 죽는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리 멀지도 않은 시절의 이야기이다. 산림녹화 만세, 초당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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