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정복 커다란 한걸음: 미국 크리스퍼 업계 최근 동향

[KASBP 공동기획8] 백재은 Ph.D. (Elizabeth J. Paik, Sana Biotechnology)

기사입력 2019-04-03 13:00     최종수정 2019-04-03 13:2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백재은 Ph.D. (Elizabeth J. Paik, Sana Biotechnology)▲ 백재은 Ph.D. (Elizabeth J. Paik, Sana Biotechnology)
얼마전 중국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 중 하나인 크리스퍼 (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를 이용해 유전자를 교정한 후 태어난 아기, 즉 크리스퍼 베이비가 큰 화제가 되며 많은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이 글에서는 크리스퍼라는 혁신적인 유전자 가위 기술의 역사를 간단히 정리하고, 현재 이 기술을 질병치료에 적용하고자 하는 그룹들 중에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되는 미국 내 대표적인 세 개의 회사를 소개함으로써 크리스퍼 기술을 통한 인류 난치병 정복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모든 기술이 그렇듯 크리스퍼 또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많은 기술적 도전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 할 것이다.

크리스퍼는 박테리아의 유전체에 존재하는 반복서열로, 박테리아가 박테리오파지에 대항하기 위한 기작 중 하나다.

크리스퍼는 1987년에 처음 발견됐고 [Ishino et. al. J Bacteriol 1987], 2007년에 크리스퍼가 한 번 감염된 파지의 서열 정보를 박테리아에 남김으로써 유전자 수준에서의 후천 면역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다[Barrangou et. al. Science 2007].

2012년에는 Jennifer Doudna와 Emmanuel Charpentier 그룹에서 크리스퍼 시스템 중 Cas9이 RNA를 이용하는 유전자가위라는 것을 규명했고, crRNA와 tracrRNA를 합친 가이드 RNA를 이용하면 이 유전자가위에 임의의 염기서열을 자를 수 있는 특이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Jinek et al. Science 2012].

이듬해 2013년에는 Feng Zhang 그룹이 Cas9이 포유류 세포에서도 유전자가위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이면서[Cong et. al. Science 2013], CRISPR/Cas9은 획기적인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로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크리스퍼가 다른 유전자 가위 기술보다 더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가위인 ZFN (Zinc Finger Nuclease)나 TALEN (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을 이용한 유전자 교정 시스템은, 특정한 단백질 구조의 조합을 통해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는데, 원하는 DNA서열을 표적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이에 반해 CRISPR/Cas9은 RNA-DNA의 상보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이드RNA의 염기서열을 조작하는 방식을 통해 원하는 DNA 염기서열을 쉽게 표적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적용이 발 빠르게 이뤄졌다.

학계에서는 주로 크리스퍼 기술을 통해서 지금까지 유전자조작이 힘들었던 다양한 동식물종의 유전적변형이 시도됐다. 바이오텍/제약업계에서 크리스퍼 기술은 ZFN 분야에서 연구된 transfection 방법을 응용해 ex-vivo 치료법을, AAV (Adenoassociated virus) 시스템과 siRNA 전달 시스템에서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in-vivo 치료법을 빠르게 수립함으로써, 후발기술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유전자ㆍ세포치료 분야에서 기존의 방법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입지를 갖추게 됐다. 

크리스퍼 기술이 유전자 교정에 쓰일 수 있다는 개념이 확립된 2012년 이후, 크리스퍼의 발견자들이 세 회사를 보스턴 지역에 설립했다. 2013년 Emmanuel Charpentier가 설립한 CRISPR Therapeutics는 ex vivo 세포치료제에 집중투자해, Vertex Pharmaceutical과 hemoglobin disorder indication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CTX001을 개발했다.

CTX001은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추출하여 유전자를 교정한 뒤 다시 주입하는 ex vivo 방식의 자가세포치료제로, CRISPR/Cas9을 통해 gamma globin을 upregulation하는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17년 말에 지중해성 빈혈(beta-thalassemia) 치료제로 유럽에서 임상실험 허가를, 2018년 초에는 미국 FDA에서 겸상적혈구증(sickle cell anemia) 치료제로 임상실험허가를 받았다. 최근에 유럽에서 첫 환자에게 투약을 시작했고, 미국에서는 2019년 중반기에 임상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다. 

CTX001 프로그램에 더해, CRISPR Therapeutics는 CAR-T 기술을 이용한 면역항암요법(immuno-oncology:IO)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IO프로그램은 이미 상용화된 노바티스나 Juno Therapeutics의 CAR-T 전략과는 다르게, CRISPR/Cas9기술로 CAR-T세포에서 MHC class와 T cell receptor을 knockout하는데, 이를 통해 면역반응성을 제거해 환자들에게 이종세포치료제 (allogeneic cell product)를 제공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CRISPR Therapeutics는 현재 IO pipeline으로 CTX110 (CD19 CAR: B cell malignancy), CTX120 (BCMA CAR: multiple myeloma), CTX130(CD70: 고형암)를 진행 중이며, CTX110과 CTX120 프로그램은 현재 IND-enabling study를 진행 중이다. 

Ex-vivo 치료제를 중점적으로 개발한 CRISPR Therapeutics와 달리 Editas Medicine과 Intellia Therapeutics는 in vivo 유전자치료를 각각 중점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Editas Medicine은 Feng Zhang, George Church, Keith Joung, David Liu가 2012년에 설립한 회사로 안과질환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Allergan Pharmaceuticals와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했다.

EDIT-101 프로그램은 10형 레버 선천성 흑암시 (LCA: Leber Congential Amaurosis type 10)라는 희귀 선천성 망막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상대로 개발된 in vivo 유전체 교정 프로그램이다.

LCA type 10 환자들은 CEP290 유전자의 이어맞추기 오류 (splicing error)로 인하여 잘려진 CEP290 단백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EDIT-101은 AAV(Adenoassociated virus)를 이용하여 유전자 교정에 필요한 CRISPR/Cas9과 가이드RNA를 주입하여 오류의 원인이 되는 인트론 변이를 제거하는 매커니즘을 가지고, AAV를 직접 안구에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AAV 제조에 어려움을 겪어 지연됐으나, 2018년 말에 FDA로부터 1/2상 용량상승 임상시험허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Intellia Therapeutics는 2014년에 Rudolphe Barrangou, Rachel Haurwitz, Luciano Marrafini, Eric Sontheimer, Derek Rossi가 설립한 회사로, Doudna가 세운 Caribou Bioscience로부터 크리스퍼 특허를 도입 (in-licensing)했다.

위에 설명한 두 회사와 달리, Intellia는 siRNA전달 기술로 상당 기간 연구되어 온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LNP)를 이용한Cas9과 가이드 RNA 전달방법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원하지 않는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AAV와 달리, LNP는 반복 투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siRNA와 같이 작은 크기의 분자가 아닌Cas9과 가이드RNA를 모두 전달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Intellia는 독자적인 LNP기술을 가지고 트랜스티레틴 유전분증 (transthyretin amyloidosis)이라는 희귀 간질환을 대상으로 Regeneron과 공동개발 중이며, 최근 영장류에서 얻어진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렇게 크리스퍼 기술은 Doudna와 Charpentier그룹의 연구결과가 발표된지 불과 7년 만에 학계와 바이오텍/제약업계 양쪽에서 빠르게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으나, 이것이 세포ㆍ유전자 치료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DNA 염기서열 편집(off-target effect)을 방지할 수 있는 Cas9과 가이드 RNA를 디자인하는 방법은 여전히 연구가 진행중이다.

현재 세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CRISPR/Cas9이 세포 안의 유전체를 자른 뒤 일어나는 비상동 말단연결 (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을 이용하고 있으나, 이 매커니즘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희귀병의 종류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중증 복합 면역결핍증 (Severe-Combined Immunodeficiency : SCID)과 같은 유전질환의 경우, 돌연변이 유전자를 상동 재조합 (homologous recombination)을 통해 편집해야하는데, 아직 크리스퍼를 이용한 상동 재조합을 조혈줄기세포와 같이 분열하지 않는 세포에서 높은 확률로 성공시킨 예는 드물다.

마지막으로, ex vivo 방식은 혈액세포와 같이 분리, 재주입이 가능한 세포만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크리스퍼 기술이 세포 및 유전자치료의 표준방식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in vivo방식의 세포치료가 보편적 기술로 수립돼야 한다.

그러나 AAV와 LNP로는 표적하지 못하는 체내 조직이 많고, 아직까지는 유효한 체내 치료용량에 도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있다. 

해당 기술이 다양한 질병을 대상으로 하는 효과적인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로써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제시했듯 여러 기술적 난관들이 극복돼야 하는 바,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더 많은 연구 및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주의: 글쓴이는 현재 미국 소재 제약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위의 글 내용은 글쓴이가 근무하는 제약회사가 아닌 글쓴이 개인 의견임을 밝힌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광고)제니아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한풍제약 -굿모닝에스
Solution Med Story
lactodios
보령제약 - 용각산쿨/용각산
아이오틴 - 메디알람(Medi Alarm)
블랙모어스 - 피쉬 오일
퍼슨 -성광관장약/베베락스액

한국제약산업 100년의 주역

<58> 한승수 <제일파마홀딩스 회장/ 제54회 / 2018년도>

1959년 창립된 제일약품은 지난해 6월, 미래성장 추...

<57>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 제53회 / 2017년도>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은 고(故) 윤광열 동화약품 명...

<56> 김동연 (한국신약개발조합이사장 / 제52회 / 2016년)

  김동연 한국신약개발 이사장은 1950년 출생, ...

<55> 이성우 (삼진제약사장 / 제51회 / 2014년)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54> 이정치(일동제약회장 / 제50회 /2013년)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은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

더보기

사람들 interview

“30년간 생존율 제자리 ‘골육종’, 해결 할 희망 보인다”

골육종(osteosarcoma)은 30년간 5년 생존율이 60~7...

더보기

실시간 댓글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누구나 알기쉬운 한약제제 길라...

누구나 알기쉬운 한약제제 길라...

생약이 가지고 있는 성분의 약리작용을 근거로 방제를 ...

팜플러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