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플래그쉽 역할, 의료‧정책까지 ‘그들’이 있었다

연구, 경험 등 통합 노력…수가, 신약급여화 개선 필요성도 제기

기사입력 2020-05-18 06:00     최종수정 2020-05-25 11:1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미진단 희귀질환 연구는 생선의 뼈를 발라내는 것과 같다. 우리는 유전자라는 뼈를 제대로 발굴하기 전까지 연구‧진료‧환자와의 라포를 통해 살을 발라내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는 2008년 연구 목적 사업으로 시작해서 10년이 넘는 역사를 기록한다. 정식 직제로 된 것은 작년이지만 오랜 세월동안 국가 중앙병원으로서 국내의 난치, 희귀질환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오면서, 원내에서의 의료진 네트워크 및 다학제간 연구 네트워크까지 기반은 이미 잡혀 있었다.

현재 정부와의 연계사업 일환인 K-UDP(미진단 연구사업), K-DNA(바이오 빅데이터 시범사업)를 통해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를 축적해 진단 및 치료법 개발에 노력하며 중앙지원센터 사업으로 희귀질환에 대한 전체적 역량을 상향평준화하고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

약업신문은 희귀질환의 플래그쉽(flagship) 역할을 주도하는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의 채종희 센터장을 비롯 사업단 중심멤버를 만나 ‘희귀질환센터의 설립 취지 및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센터의 설립 과정 및 구성원, 중점적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서울대병원은 희귀질환에 대한 경험을 어떤 병원보다 많이 축적해왔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우리가 쌓아온 연구자원을 통한 사업을 실시해 희귀질환에 대한 진료, 연구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센터가 본격 운영되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증상을 가진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이를 통합적으로 진료하고자, 희귀질환센터 소속의 교수를 선발한 것은 서울대병원이 최초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에 발맞춰 지방 환자를 본격 케어하기 위해 정부는 서울대병원을 중앙센터로 지정, 국립대 위주로 거점병원을 만들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연구 및 진료 역량을 키우고자 하고 있다. 이는 환자의 진료에 연계성을 가져오고 표준화된 치료를 구축함으로써 의료전달시스템을 개선함은 물론 거점병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모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희귀질환 연구는 환자가 없어선 안 되며 결국은 치료를 성공함으로써 환자에게 열매를 맺고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를 중점으로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때문에 의료진을 선택할 때도 무엇보다 넓게 보는 시야를 가진 사람인가를 중점으로 본다.
희귀질환에서도 특히 미진단 환자의 경우 여러 병원을 떠도는 ‘방랑자’가 많다. 그 환자의 질환을 진단하기 까지 다른 방향으로 세지 않도록 설득시키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미진단 희귀질환 연구는 생선의 뼈를 발라내는 것과 같다. 우리는 유전자라는 뼈를 제대로 발굴하기 전까지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진료‧환자와의 라포를 통해 살을 발라내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K-UDP가 최근 성인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갖는 의미와 향후 변화될 점은

2017년부터 정부사업으로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 책임으로 진행된 K-UDP(미진단 사업)은 소아 파트부분에서 오랫동안 큰 성과를 보여왔고 그 결과로 성인까지 확대된 부분이 있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쌓아왔던 노하우를 새롭게 참여하게 된 성인 미진단 연구팀 (책임연구자-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 공동연구)과 공유하고,  성인 희귀질환이 가지는 특성을 고려한 연구를 더해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  
성인 희귀질환 특성은 소아에 비해 유전적인 원인이 적다. 여러 가지 면역학적기전, 자가면역, 감염 등 환경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유전자검사 유무 정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자칭 희귀질환 환자인 ‘기능성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을 희귀질환으로부터 분류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업 확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크다. 성인 환자들은 한 두 달 안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지 않은 희귀질환이 많기 소아에 비해 기대여명이 길다. 이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성인 환자가 치료 후 경제적 활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인력을 키울 수 있고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소아환자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자녀 계획, 산전 상담부분도 고려하게 됐다. 이번 사업이 유기적으로 돌아간다면 큰 성과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의학으로 정밀의료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센터 입장에서 정밀의료에서의 희귀질환의 의미는 ?

정밀의료란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는 물론 생활습관, 환경 등 개인이 가진 다양한 특성을 종합해 최선의 진료를 하는 미래의 의료방향이다. 그런 면에서 희귀질환은 정밀의료 역사의 첫 시작을 열었다.
 대부분의 희귀질환은 개인만이 가진 매우 드문 유전자 변이가 그 원인이므로 정밀의료의 본질인 개인의 특성에 기반한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는 정밀의료 적용이 필수적인 질환이므로 정밀의료의 플래그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진단 희귀질환 환자의 진단을 위한 연구 노력을 통해 기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의 기능과 병의 기전 등 생명과학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면서 이를 만성, 복합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예방적 측면에서도, 첫 아이가 희귀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부모들은 자녀를 가지기를 두려워한다. 원인을 알게 되면 본인, 가족과의 유전상담 등을 통해 질환의 반복적 발생에 대한 예방노력이 가능해 진다. 

희귀질환 신약의 수입, 보험적용 문제는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한 센터 측 협력방안 혹은 보완할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패스트트랙으로 인한 약물 수입이 빠르고 희귀질환과 관련한 오픈된 임상도 최고로 많다. 희귀질환 관리법 근거하에 정부의 노력으로 희귀질환 지원을 위한 산정특례 등을 통해 합리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처에서도 보여주듯 우리나라처럼 진단을 이렇게 싼 가격으로 진행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고가의 약제 경우도 글로벌 제약사가 마케팅을 할 정도로 수많은 약을 들여오고 있다.
다만, 환자들의 절박함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런 신약에 대해 환자들은 급여, 수입 등만을 요구할 것이 아닌 지금까지 희귀질환 약제 개발부터 힘써 온 연구진, 의료진, 임상시험에 참여해준 환자들이 있기에 약물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존중해줘야 한다. 효용성 검증돼지 않은 것에 재정을 낭비하게 되면 필요한 환자가 막상 그 약을 쓰려할 때 쓸 수 없게 돼 버린다. 때문에 환자와 정부, 그리고 전문가들은 어떻게 하면 고가의 희귀의약품을 ‘가치효용’에 따라 합리적으로 잘 나눌 건가에 대한 양보와 이해가 필요하다.  
희귀질환 치료제 중에는 새롭게 개발되지 않아도 기존의 약물의 적응증을 바꿔서 효과를 보는 경우 (Drug repositioning)도 드물지 않다. 적응증의 변화에 대한 빠른 승인 등 제도적 유연성 또한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희귀질환의 특성에 따라 신생아 스크리닝 등을 통해 조기진단, 조기 치료가 가능한 질환 등이 있으므로 이 부분에 집중해 의학적/비용적 부담을 줄이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는 무엇인지

그 동안 쌓아왔던 진료, 연구, 경험 등을 통합해서 제대로 틀을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국가 중앙병원으로서 이를 서울대병원만의 자산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권역별 거점센터들과 모두 공유해서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적절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연구자산의 통합을 통한 미래연구로의 확대 등 한층 성숙한 희귀질환센터로 나아가고 싶다. 또한 희귀질환과 관련된 환자의 지원정책, 연구정책 등 국가가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좋은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희귀질환에서 빠질 수 없는 진단 및 치료기술 연구부분에서도 미래의학에 대비해 고도화를 이루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은 의료진만이 노력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국민들도 자신의 가족 혹은 미래세대가 언제라도 이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희귀질환은 숨은 비용이 많다. 경증 환자 10명을 보는 것보다 희귀질환 환자 1명을 보는 일이 더욱 힘이 드는 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상 체계가 없다. 질병코드의 규제적 완화, 수가 반영 등을 통해 환자 유입을 넓히고 의료진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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