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근거 확실한 환자 적응증 맞는 처방이 중요

체중감소 뿐 아니라 생활습관·만성질환 위험성 고려해야

기사입력 2020-04-27 12:00     최종수정 2020-04-27 14:0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박경희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전문의, 전임의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연구 교수(내분비대사 영양분과)를 역임했다. 현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소속으로 웰니스 건강증진센터, 비만클리닉에서 가정의학, 평생 건강 관리, 성인 비만, 소아 비만 등과 관련된 진료를 맡고 있다. 아래는 박경희 교수와의 일문 일답이다.
                                                                      <편집자 주>


- 비만 치료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과 국내 가이드라인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국내에는 대한비만학회에서 발간되는 비만 진료지침을 진료실 표준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만의 진단 기준에 있어 국내 기준치는 서양의 기준치와 약간 다릅니다.(국내는 BMI 25 이상, 서양은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

비만을 진단하는 기준으로 BMI가 가장 쉽고 흔히 사용되다 보니, 이 수치가 비만을 진단하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만의 의학적 정의가 ‘몸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라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BMI가 기준치 이상인 것 이외에도 체지방이 과도하게 있는 경우나 복강 내 내장지방을 반영해주는 지표인 허리둘레가 기준치 이상인 복부비만의 경우 모두 적극적인 치료의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약물치료 적응증 역시 해외 기준과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미국 FDA에서는 체질량지수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심혈관계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약물치료를 권고하는 반면, 아시아-태평양 비만치료 지침에는 체질량지수 25 이상인 경우 또는 23 이상이면서 심혈관계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를 약물치료의 대상으로 제안하였습니다.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에 의하면, 한국인의 경우, 체질량지수 25이상의 비만환자에서 비약물치료로 체중감량에 실패한 경우 약물치료를 고려해보기를 권고합니다.


- 그동안 국내 비만 치료제로 도입된 제품들은 어떤 약리 작용 및 이상 반응을 가지고 있었나요.

1890년대에는 갑상선추출물을 체중감량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1950년대의 암페타민이 사용되면서 심질환이나 급사 등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저용량의 펜플루라민과 펜터민 병합요법이 임상시험에서 좋은 체중감량 효과를 보여  많이 처방됐었습니다. 그러나 펜플루라민이 심장판막병증과 폐동맥 고혈압 등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펜터민의 경우, 오래 전에 사용승인이 된 약제인 탓에 장기간의 임상시험 결과를 통한 안전성이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1990년대 말 pancreatic/gastric lipase의 활동을 억제 효과를 가진 orlistat(당시 상품명 제니칼)이 장기간의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어 국내에 최초로 시판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 효과를 통해 배고픔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가져오는 기전으로 1997년에 해외에서 승인된 sibutramine이 국내에 도입되었고,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로 상당히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심혈관질환 위험성에 대한 문제 등으로 인해 2010년에 시장에서 자진철수 되었습니다.

그 이후 lorcaserine(벨빅), phentermine과 topiramate 복합제(큐시미아), naltrexone과bupropion 복합제(콘트라브), GLP-1 수용체에 작용하여 위배출시간 지연, 포만감 유지 및 식욕을 억제하는 liraglutide(삭센다) 등이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고 처방되어 왔습니다. 이 중, lorcaserine은 올해 초 암발생 위험성에 대한 문제로 시판 중지 되었습니다. 현재는 장기간 처방이 승인된 비만 치료제로는 Oristat,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 naltrexone/bupropion 복합제, liraglutide 4가지의 약제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 사람마다 다른 비만 치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좋나요?

진료실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이 사람이 체중감량이 필요한 상태가 맞는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비만에 해당이 되지 않는데 본인이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 중에는 실제로 상대적인 체지방율이 높거나, 저체중 상태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체중이 늘어서 불편한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절대 약물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음을 명확하게 주지시키고, 일반적인 비만치료에 해당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보다는 운동 교육이나 식사일기 점검을 통한 식이형태 변화 등으로 바른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게끔 도와주어야 합니다.

특히 평소 먹는 양이 그리 많지 않고 신체활동이 적고 운동 시작하기를 어려워하는 분들은 보다 개별적인 접근을 해야 합니다. 이런 분들에서 흔히 보는 체성분 패턴은 적은 양의 근육과 상대적으로 높은 체지방률일 수 있습니다. 근육량이 적고 평소 신체활동이 적은 경우에는 평소 신체활동량을 늘리고 스트레칭과 함께 하루 걷는 시간 늘리기 등과 같은 낮은 강도의 운동을 짧은 시간 시작해서 서서히 강도와 지속시간 및 빈도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시작해야 실패가 적습니다. 또한 음식량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먹고 있는 음식내용을 다시 살펴보게 해서 영양소 균형이 잘 맞게끔 먹게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비만 치료법은 약물치료 뿐만 아니라 식이요법, 운동요법, 심할 경우 위절제술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데,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필요한가요?

비만 치료에 있어서 에너지 섭취과 소비의 균형을 근거로 하는 생활습관 개선은 가장 핵심적인 치료의 근간입니다. 영양소 균형이 맞는 식사조절과 규칙적인 운동 및 신체활동 증가는 평생 실천해야 하는 생활습관입니다. 비만환자들에서 이런 생활습관 개선 노력으로도 3-6개월 이내에 체중의 10% 정도 감량 효과가 없다면 약물치료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약물치료를 할 때에도 생활습관 개선에 대한 노력은 반드시 병행을 해야 합니다.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노력으로도 비만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나 고도비만인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비만진단 기준이 다르다 보니, 수술 적응증에 대한 기준도 수치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에서는 체질량지수 35kg/m2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 30kg/m2 이상이면서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 비수술적 치료로 체중감량에 실패한 경우를 수술 적응증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 현재 시중에는 수많은 비만 관련 제품들이 출시돼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를 선택할 때 기준이 있을까요?

비만 뿐 아니라 다른 만성질병의 경우에도 각종 민간요법이나 건강보조제 등과 같은 병원 밖에서 행해지는 방법들이 유행을 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병원에서 진행하던 주된 치료를 소홀히 하고 그런 비의료적 혹은 보조적 요법에 의존하다가 큰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는 사례도 있습니다.

현재 병원에서 처방되는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약제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장기간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와 안전성이 확보된 것들입니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검증이 되어 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한 약제들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일 것입니다. 비만 역시 질병으로 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현재 병원에서 처방되는 약제들 또한 각 약제별 부작용이 있고, 예상치 못한 문제로 인해 중간에 퇴출되거나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약제들을 처방함에 있어 처방의 근거가 확실한 대상자에게 적응증에 맞게 바른 방법으로 처방을 했다면 이는 과학적 근거뿐 아니라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약을 적정한 대상자에게 사용방법 및 처방가능 기간을 준수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장기적 관리가 필요할까요.

비만은 감기처럼 한 번 치료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조절하면서 살아야 하는 만성 질병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단시간에 극적인 체중감량 사례들만을 보면서 ‘왜 나는 저게 안되나’ 하며 현실과의 괴리감에 좌절을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급격한 체중감량의 이면에는 성공적인 감량 후 유지가 어려워 오히려 이전의 체중보다 더 많이 나가는 상태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지요.

비만은 평생 조절하면서 살아가는 질병이니만큼, 길게 봐야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꾸준히 할 수 있을 만한 현실에서 실천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건강생활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목표체중을 이루는 것만이 이러한 노력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게끔 환자분들에게 미리 알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목표치라는 것은 체중 10% 감량과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주 5일 유산소 운동하기나 영양소 균형 잡힌 식단 유지 혹은 동물성 지방 줄이기 등과 같은 생활습관 실천도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체중조절에 대한 의지가 강한 상태에서도 장기간 관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비만상태에 해당하고 만성질환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으나 체중조절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는 환자들은 동기부여를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행동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환자면담기법 중에 동기강화상담 기법을 간단하게라도 적용시켜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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