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직영 도매 불씨 남았다'

이권구 기자 |     기자가 쓴 다른기사 보기

기사입력 2004-02-23 09:28     최종수정 2006-09-15 15:2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종합병원 독점공급 도매 여전


지난 1월 29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약사법 제 37조 제 4항 제4호 중 의약품도매상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반대의견 2인)했다.

병원직영 도매 금지 규정은 합헌이라는, 이 결정으로 업계는 한시름을 덜었다. 헌재는 병원직영 도매 설립 시 리베이트, 과잉처방, 의약분업 취지 위배 등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었고, 도매업계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업계에서 거론하는 부분은 직영도매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애초 도매업계에서 헌재의 결정을 주시한 이유는 위헌결정이 나왔을 경우 의약품 도매업 설립을 저울질했던 의료기관들이 너도나도 뛰어들 것이 자명했기 때문.

무차별 도매상 설립은 업소난립, 독점공급, 도매업 생존권 박탈 등을 포함한 여러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공통의 인식이다.

실제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상당수 종합병원은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 헌재의 결정을 유통일원화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한 고위인사는 “종합병원유통일원화 보다 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위헌 결정이 나왔으면 종합병원은 도매상을 개설, 이 도매상을 통해 원하는 방식으로 의약품을 공급받게 될 것이고, 기존 도매업소들은 병원공급의 길이 봉쇄된다”며 “도매상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 아직 완전히 만족하지 않는 이유는 직영도매 의심을 받고 있는 도매상들이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 다른 인사는 “이들 도매업소들은 해당 의료기관에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10~20% 정도를 다른 도매업소와 함께 공급하고 있지만 직영도매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또 “독점 공급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하지만 기회를 봉쇄 당한다는 점은 간접적인 피해로 도매업소들은 엄연히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업계에서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 도매업소들은 형식적으로 이번 헌재의 결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 이들 개설자가 약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개설자만 다를 뿐 직영도매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리고 `약사법 법률조항은 부속병원을 개설한 학교법인이 의약품도매상을 경영할 경우 부속병원이라는 확고한 의약품 수요자를 확보하고 있는 지위를 남용해 다른 의약품도매상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의약품을 공급할 제약회사에 의약품대금 등 계약조건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부당한 거래를 강요하는 등 공정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해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할 가능성을 사전에 배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판결로 볼 때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도 보고 있다.

다른 인사는 “개설자는 달라도 지배를 하기 위해 자본참여를 한 것은 해당돼야 하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물증이 없다는 게 문제. 또 입증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실제 헌재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소유 경영하는 의약품도매상의 경제적 이윤 획득증가를 위한 동기라는 점을 입증해 이를 사후에 규제하는 방법 정도가 있는데, 이러한 사후적 규제의 요건사실을 입증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입증책임의 전환 등의 방법에 의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개별적 사후적 규제만으로는 입법목적의 장기간에 걸친 근본적 실천이 제약받을 것임을 분명해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도협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장된 실질적 병원직용도매 식별방법 연구개발, 병원직영도매라는 물증 확보,당국에 확인의뢰 및 조치 건의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결국 도협만의 노력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공은 업계 전체로 넘어온 셈이다.


▶개요=고황재단(청구인)은 2000년 12월 18일 동대문보건소장에게 의약품도매상 허가신청을 했으나 동대문보건소장은 약사법 제 37조 제 4항 제 4호를 근거로 고황재단의 허가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따라 고황재단은 서울행정법원에 동대문보건소장을 상대로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다음 소송 계속 중 약사법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했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1월 29일 재판관 6인의 의견으로 약사법 제 37조 제 4항 제4호 중 의약품도매상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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