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호자 백신부담 우려에도 농림부 '무응답'"

수의사처방약 확대 '먹구름'…회의 불구 시종일관 부처 확대안 강행

기사입력 2020-03-27 06:00     최종수정 2020-03-27 07:3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수의사 처방목록 확대가 관계자 협의절차 없이 강행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가까스로 이어진 회의에서도 농림부 일방통행 입장이 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는 지난 25일 '1차 유관단체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했다.

앞서 농림부는 수의사 처방대상 품목 확대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회를 갑작스럽게 취소하고 서면 의견조회로 전환해 추진안을 강행하려다 질타를 받았는데, 이에 대한 후속 대응으로 관계자 협의를 진행한 것이다. 

1차 회의에서는 농림부를 비롯해 대한약사회, 대한수의사회, 한국동물약품협회, 한국동물용의약품판매업협회, 동물자유연대, 기타 협회(한우협회, 한돈협회, 양계협회)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농림부는 수의사 처방대상 품목을 기존 20%에서 인체용 전문의약품 수준인 60%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2013년 처방대상 품목 20%까지만 확대하기로 한 당시 유관단체 협의를 깬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2017년 이미 수의사처방품목이 20%라는 목표치를 달성했는데, 협의를 무시하고 임의로 목표치를 넓혔다는 지적이다.

약사회는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을 인체용 전문의약품과 같은 수준인 60%까지 확대하겠다는 농림부 입장은 국민의 이익보다 수의사 이익에 집중하는 본말이 전도된 행태"라며 "동물 의료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황당한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대한동물약국협회가 올해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반려동물 보호자 1,000명 중 응답자의 76%가 반려동물 예방접종을 동물병원에서만 이뤄지도록 한정 하는 것에 반대한 결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농림부는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수의사 처방 품목을 확대해야한다는 기존 논리를 반복하면서, 과거 협의 내용은 중요치 않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약사회는 의약분업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처방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으나, 농림부는 의약분업 계획이 없고 논의사항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동물약국협회 강병구 회장은 "이날 회의에 참여한 농림부 측 과장은 '각 단체의 이익보다 동물복지, 동물권리를 우선시 생각하겠다, 반려동물이 더 이상 예전의 개·돼지가 아닌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으나, 오히려 수의사 처방품목확대는 동물복지 훼손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모든 반려동물의 예방접종을 동물병원으로만 한정한다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접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가정은 오히려 동물복지가 훼손될 뿐더러, 질병에 의한 동물의료비 부담은 고스란히 사람에게 피해가 전가되면서 예방접종·치료를 받지 못하는 반려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강 회장은 "반려동물 보호자의 부담 증가에 대한 지속적인 의견을 제출했지만, 이 부분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차 화상회의는 유관단체의 의견을 교환하고 타당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닌 농림부의 확대안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자리로 밖에 볼 수 없었다"며 "완벽한 요식행위로 면피용에 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약사회는 "정부가 소비자 보호 대책없이 심장사상충약 및 백신을 수의사 처방 품목으로 확대해 수의사 독점을 강화하는 일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반려동물 보호자의 대다수가 동물병원 진료비와 약값 폭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는데 나서야 한다"며 "이러한 조치 없이 결정을 강행한다면 반려동물 보호자 등 국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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