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품 유통은 단순히 물건을 나르는 일이 아닙니다. 생명을 지키는 사회 인프라이자, 의료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축입니다.”
일본 의약품유통업체 스즈켄의 나카무라 코이치로 부장(집행역원)은 3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경험을 이렇게 정의했다. 최근 약업신문은 그를 만나 일본 유통업계의 변화와 스즈켄이 추구해온 전략, 그리고 유통의 본질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나카무라 부장은 스즈켄 본사가 있는 나고야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역의 상징처럼 자리한 본사를 보며 자연스럽게 의약품 유통 업계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입사 후 30여 년 동안 한 분야를 파고들었다. 현재는 도쿄 23구 전체를 총괄하는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가 몸소 경험한 가장 큰 변화는 의약분업과 업계 재편이다. 의약분업이 본격화한 약 20년 전, 스즈켄을 포함한 4개 대형 그룹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전국적 공급망을 구축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적 공급체계가 마련되는 듯 보였지만, 그는 현장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경쟁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한다. 단순한 배송 능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각 도매업체는 고유한 ‘부가가치’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했다.
스즈켄이 이 시기에 선택한 방향은 ‘토탈 헬스케어’로의 강화다. 제약 제조(산와화학연구소)와 자체 약국 운영을 비롯해 스마트 물류 시스템과 디지털 플랫폼 구축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경쟁 전략을 강화했다.
특히 스즈켄 차별화의 중심에는 현장 영업 인력의 전문성 강화가 있다. 산와화학연구소 MR 수준의 교육·연수를 통해 영업직원들이 질환과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출 수 있도록 했고, 이는 약국·의료기관과의 대화의 질을 높이는 기반이 되었다. 나카무라 부장은 “단순히 물류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현장 컨설턴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축적된 정보는 제약사와의 협업에도 활용된다. 처방 변화나 시장 트렌드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정보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제약사-유통-약국 간 연결을 강화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그의 경력에서 가장 잊지 못하는 순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다. 도로가 끊기고 물류가 마비된 상황에서 그는 유통업의 사명을 다시 체감했다고 한다.
“환자에게 약이 끊기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우리가 멈추면 의료도 멈춘다는 절박함이 30년을 버티게 한 힘이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직원들조차 현장을 지키며 의약품을 전달했던 그 경험은, 의약품 유통이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공공적 역할과 책임을 지닌 영역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일본 약국은 단순 조제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건강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즈켄 또한 약국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나카무라 부장이 이끄는 팀은 정책 정보 제공, 연구회 개최, 재택의료·케어매니저 연계 등 현장의 필요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 약국에는 DX 대응과 경영 지원을, 체인 약국 본부에는 가격 경쟁력·물류 서비스·신규 개업 의사 정보 등을 제공해 맞춤형 가치를 더한다.
그가 요즘 집중하고 있는 화두는 ‘기존 유통의 진화와 디지털 혁신의 결합’이다. 고가 의약품 재고를 실시간 관리하는 Cubixx 시스템, 납품 예정 안내 앱, 발주 제안 앱, 채팅 기능 등 디지털 도구가 속속 도입되면서 약사의 업무 부담 감소, 의료기관의 폐기 손실 감소 등 유통 전반의 효율성이 향상되고 있다.
스즈켄의 미래 전략 핵심은 ‘콜라보 포털’이다. 제약사와 헬스테크 기업을 의료기관·약국, 더 나아가 의료인 개인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스즈켄이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나카무라 부장은 “이러한 디지털 도구와 플랫폼은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 우리가 지켜야 하는 환자와 의료 현장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약품 유통의 본질을 다시 강조했다.
“의약품 유통은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 환자와 치료 사이의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합니다. 정확한 제품이 정확한 장소에, 정확한 방식으로 도착하지 않으면 의료 행위 자체가 흔들립니다. 환자와 의료 현장을 지킨다는 사명만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의약품 유통업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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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유통은 단순히 물건을 나르는 일이 아닙니다. 생명을 지키는 사회 인프라이자, 의료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축입니다.”
일본 의약품유통업체 스즈켄의 나카무라 코이치로 부장(집행역원)은 3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경험을 이렇게 정의했다. 최근 약업신문은 그를 만나 일본 유통업계의 변화와 스즈켄이 추구해온 전략, 그리고 유통의 본질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나카무라 부장은 스즈켄 본사가 있는 나고야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역의 상징처럼 자리한 본사를 보며 자연스럽게 의약품 유통 업계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입사 후 30여 년 동안 한 분야를 파고들었다. 현재는 도쿄 23구 전체를 총괄하는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가 몸소 경험한 가장 큰 변화는 의약분업과 업계 재편이다. 의약분업이 본격화한 약 20년 전, 스즈켄을 포함한 4개 대형 그룹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전국적 공급망을 구축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적 공급체계가 마련되는 듯 보였지만, 그는 현장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경쟁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한다. 단순한 배송 능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고, 각 도매업체는 고유한 ‘부가가치’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했다.
스즈켄이 이 시기에 선택한 방향은 ‘토탈 헬스케어’로의 강화다. 제약 제조(산와화학연구소)와 자체 약국 운영을 비롯해 스마트 물류 시스템과 디지털 플랫폼 구축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경쟁 전략을 강화했다.
특히 스즈켄 차별화의 중심에는 현장 영업 인력의 전문성 강화가 있다. 산와화학연구소 MR 수준의 교육·연수를 통해 영업직원들이 질환과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출 수 있도록 했고, 이는 약국·의료기관과의 대화의 질을 높이는 기반이 되었다. 나카무라 부장은 “단순히 물류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현장 컨설턴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축적된 정보는 제약사와의 협업에도 활용된다. 처방 변화나 시장 트렌드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정보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제약사-유통-약국 간 연결을 강화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그의 경력에서 가장 잊지 못하는 순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다. 도로가 끊기고 물류가 마비된 상황에서 그는 유통업의 사명을 다시 체감했다고 한다.
“환자에게 약이 끊기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우리가 멈추면 의료도 멈춘다는 절박함이 30년을 버티게 한 힘이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직원들조차 현장을 지키며 의약품을 전달했던 그 경험은, 의약품 유통이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공공적 역할과 책임을 지닌 영역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일본 약국은 단순 조제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건강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즈켄 또한 약국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나카무라 부장이 이끄는 팀은 정책 정보 제공, 연구회 개최, 재택의료·케어매니저 연계 등 현장의 필요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 약국에는 DX 대응과 경영 지원을, 체인 약국 본부에는 가격 경쟁력·물류 서비스·신규 개업 의사 정보 등을 제공해 맞춤형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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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부장은 “이러한 디지털 도구와 플랫폼은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 우리가 지켜야 하는 환자와 의료 현장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약품 유통의 본질을 다시 강조했다.
“의약품 유통은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 환자와 치료 사이의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합니다. 정확한 제품이 정확한 장소에, 정확한 방식으로 도착하지 않으면 의료 행위 자체가 흔들립니다. 환자와 의료 현장을 지킨다는 사명만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의약품 유통업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