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편집자>
■ 들어가는 글
과민성 장 질환(Irritable Bowel Syndrome, IBS)은 복통, 복부팽만, 설사 또는 변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기능성 장 질환입니다. 여기서 ‘기능성 질환’이란 장 점막의 뚜렷한 염증이나 손상 소견 없이 장의 운동성이 변화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내시경이나 영상 검사에서 구조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큰 병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장운동 조절 장애, 장신경계 과민성, 장내 미생물 변화, 심리·정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IBS 환자들은 식사, 외출, 업무 일정 등 일상생활 전반이 증상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설사형 IBS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데, 실제 한의원에서도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 일상에 제약을 느끼는 환자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변비형 IBS의 경우에도 장기간의 복부 불편감과 가스로 인해 소화 문제뿐 아니라 일상 속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장과 뇌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장-뇌 축(Gut-Brain Axis)’ 개념이 IBS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뇌가 느끼는 감정 상태와 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설로, 장이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가 다시 장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IBS가 길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표현합니다. 이 때문에 전신 기능과 정서 상태를 함께 고려한 치료의 필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장·신경·면역의 불균형을 전신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체질·생활습관·정서 상태까지 포함한 통합적인 치료를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실제 임상에서도 한방치료와 생활관리의 병행을 통해 증상이 호전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 한의학적 및 서양의학적 원인 및 유형
서양의학에서는 IBS의 주요 원인을 장운동의 불규칙성, 장신경계 과민 반응, 장내 미생물 불균형, 식습관 문제, 스트레스 등으로 설명합니다. 장 점막의 미세 염증은 장신경계를 민감하게 만들어 복통, 잦은 배변 욕구, 설사·변비를 반복적으로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총의 불균형 역시 가스 생성, 염증 반응, 장 민감도 증가와 직결돼 IBS 악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트레스 또한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장운동을 불규칙하게 만들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의학에서는 IBS를 오래전부터 ‘비(脾) 기능계(소화기능계)’의 불균형과 연관 지어 설명해 왔습니다. 이를 ‘비허(脾虛)’라 하여 장이 쉽게 예민해지고 소화력이 떨어지는 상태로 이해합니다. 다만 인체의 장기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에 따라, IBS를 ‘비’ 기능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간(肝) 기능계’의 정서 작용, ‘폐(肺) 기능계’의 면역 작용 등과 함께 살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장과 그 주위 신경에 집중하는 서양의학적 관점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즉, 대장 자체의 문제도 살피지만 보다 더 근본적으로 대장의 기능을 저하시키게 만드는 인체 전신적인 주위 배경 및 환경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비허(脾虛)’하게 만드는 원인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간비불화(肝脾不和)’로 스트레스로 인한 장운동 교란으로 설사와 변비가 반복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로 인한 ‘담음저체(痰飮沮滯)’로 인해 더부룩함·가스·복부팽만이 지속되는 상태가 되면 ‘비(脾) 기능’을 손상시켜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 외의 외부요인으로 ‘한습(寒濕)’의 침입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찬 음식 또는 기후 영향으로 싸한 복통·묽은 변이 나타나는 유형으로 표현됩니다.
이처럼 한의학적 원인 분석은 장의 기능뿐 아니라 정서, 체질, 환경 요인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IBS를 치료하는데 있어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한의학적 예방 및 생활관리
IBS는 별다른 구조적인 문제가 없기에 정서안정 및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대장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인체 주변 장기의 배경 및 환경 개선을 치료의 핵심으로 보기 때문에 생활관리가 필수적이며, 여기에 침·한약 등을 병행하면 훨씬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 진료시 타 질환의 경우 한약 복용시 크게 제한점을 두지 않고 있지만, 과민성 장 질환의 치료만큼은 식습관 개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과하지 않은 선에서 식이에 제한을 두고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1. 식습관 조절
IBS 환자는 특정 음식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의 유발 음식 파악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카페인, 술,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 탄산음료, 밀가루, 찬 음식 등은 장운동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식하거나 불규칙한 식사 습관은 장운동 리듬을 깨뜨려 증상을 재발시키므로 규칙적인 식사 패턴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설사형 IBS는 따뜻하고 자극이 적은 음식이 도움이 되며, 변비형 IBS는 충분한 수분과 알맞은 섬유질 섭취가 필요합니다. 다만 섬유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가스가 차서 오히려 팽만감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본인의 상태에 맞춰 조절해야 합니다. 특히 동의보감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체내 수분량이 감소하는 ‘노인혈쇠(老人血衰)’를 설명하며, 60대 이상 변비형 IBS 환자에게 수분 섭취를 보다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이 안정화돼 대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유산균 섭취도 효과적입니다. 김치나 요구르트에 풍부하지만 김치는 장에 자극이 되지 않게 너무 맵거나 짜지 않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스트레스·정서 관리
IBS는 스트레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정서 안정이 필수적입니다. 심호흡, 복식호흡, 명상, 산책 등 자율신경계 안정 활동은 장운동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정서가 불안할수록 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수면, 휴식, 생활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불규칙한 것을 교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몸의 스트레스를 줄여 증상 악화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3. 온열·환경 관리
찬 음식이나 찬 환경은 복직근과 함께 장 긴장도를 높이고 설사·복통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부 찜질, 온수 샤워, 따뜻한 물 섭취는 장의 과민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가벼운 운동
걷기, 요가, 스트레칭, 기체조 등 가벼운 운동은 장운동을 안정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복식호흡은 복근과 장을 동시에 이완시켜 복통·팽만감 완화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정서 안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한의학적 침, 뜸, 한약 치료
IBS는 원인과 증상 양상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지므로, 한의학에서는 개인의 체질과 증상 유형에 맞게 맞춤 치료를 시행합니다.

1. 침구 치료
중완, 천추, 관원, 족삼리, 태충 등의 혈자리를 자극하면 장운동 조절, 복통 완화, 경련 감소 등의 증상조절과 함께 자율신경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스트레스가 동반된 IBS 환자분들은 백회혈의 침치료 후 긴장완화, 수면개선, 불안감소와 함께 대장의 기능도 회복했다는 Case가 있습니다. 또한 하복부의 순환 및 기능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IBS(주로 한습(寒濕)형)의 경우, 관원혈 부분의 뜸 치료가 복강 내의 순환을 도우며 증상개선에 효과적입니다.
2. 한약 치료
IBS는 기능적 질환이면서 몸의 전체적인 환경 개선 및 근본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한약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증상 개선만을 위해 대증적으로 쓸 수 있는 처방들도 존재하나(설사형-불환금정기산 혹은 이신환 등, 변비형-조위승기탕 혹은 대승기탕 등)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증상이 발생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체질에 맞춰 조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소음인의 경우에는 정서적인 원인에 의해 하복부가 차갑게 되며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이를 교정해주는 치료가 들어갑니다. 곽향, 향부자 등의 따듯하게 하여 순환을 돕는 약재를 이용합니다.
소양인의 경우에는 수액대사 및 체내의 열로 인한 대장의 문제가 많이 생기고, 복령, 저령, 차전자 등 수액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약재가 이용됩니다.
태음인의 경우에는 찬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지나치게 섭취하여 위장관 운동이 저하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의이인, 대황 등의 약재를 이용하여 습담을 제거하여 장을 우선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같은 체질 내에서도 세부적인 원인이 다를 수 있으므로 한의사의 체질감별 및 진찰이 중요합니다.
■ 마무리하며
과민성 장 질환은 눈에 보이는 병변이 없더라도 장운동, 장내 미생물, 신경계, 주변 장기, 정서·면역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인체 전반적인 체내 환경을 개선시켜 주는 한의약 치료가 큰 강점을 보일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 관리와 스트레스 조절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완화될 수 있으며, 여기에 한의학적 침·한약 치료를 병행할 경우 장의 과민성을 낮추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더욱 효과적입니다.
IBS는 단기간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증상을 안정시키고 악화를 예방하는 관리 중심 질환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전신 균형을 회복하는 한의학적 관리가 더해진다면, IBS는 충분히 조절 가능하며 일상생활의 불편도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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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편집자>
■ 들어가는 글
과민성 장 질환(Irritable Bowel Syndrome, IBS)은 복통, 복부팽만, 설사 또는 변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기능성 장 질환입니다. 여기서 ‘기능성 질환’이란 장 점막의 뚜렷한 염증이나 손상 소견 없이 장의 운동성이 변화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내시경이나 영상 검사에서 구조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큰 병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장운동 조절 장애, 장신경계 과민성, 장내 미생물 변화, 심리·정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IBS 환자들은 식사, 외출, 업무 일정 등 일상생활 전반이 증상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설사형 IBS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데, 실제 한의원에서도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 일상에 제약을 느끼는 환자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변비형 IBS의 경우에도 장기간의 복부 불편감과 가스로 인해 소화 문제뿐 아니라 일상 속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장과 뇌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장-뇌 축(Gut-Brain Axis)’ 개념이 IBS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뇌가 느끼는 감정 상태와 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설로, 장이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가 다시 장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IBS가 길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표현합니다. 이 때문에 전신 기능과 정서 상태를 함께 고려한 치료의 필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장·신경·면역의 불균형을 전신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체질·생활습관·정서 상태까지 포함한 통합적인 치료를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실제 임상에서도 한방치료와 생활관리의 병행을 통해 증상이 호전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 한의학적 및 서양의학적 원인 및 유형
서양의학에서는 IBS의 주요 원인을 장운동의 불규칙성, 장신경계 과민 반응, 장내 미생물 불균형, 식습관 문제, 스트레스 등으로 설명합니다. 장 점막의 미세 염증은 장신경계를 민감하게 만들어 복통, 잦은 배변 욕구, 설사·변비를 반복적으로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총의 불균형 역시 가스 생성, 염증 반응, 장 민감도 증가와 직결돼 IBS 악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트레스 또한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장운동을 불규칙하게 만들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의학에서는 IBS를 오래전부터 ‘비(脾) 기능계(소화기능계)’의 불균형과 연관 지어 설명해 왔습니다. 이를 ‘비허(脾虛)’라 하여 장이 쉽게 예민해지고 소화력이 떨어지는 상태로 이해합니다. 다만 인체의 장기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에 따라, IBS를 ‘비’ 기능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간(肝) 기능계’의 정서 작용, ‘폐(肺) 기능계’의 면역 작용 등과 함께 살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장과 그 주위 신경에 집중하는 서양의학적 관점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즉, 대장 자체의 문제도 살피지만 보다 더 근본적으로 대장의 기능을 저하시키게 만드는 인체 전신적인 주위 배경 및 환경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비허(脾虛)’하게 만드는 원인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간비불화(肝脾不和)’로 스트레스로 인한 장운동 교란으로 설사와 변비가 반복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로 인한 ‘담음저체(痰飮沮滯)’로 인해 더부룩함·가스·복부팽만이 지속되는 상태가 되면 ‘비(脾) 기능’을 손상시켜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 외의 외부요인으로 ‘한습(寒濕)’의 침입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찬 음식 또는 기후 영향으로 싸한 복통·묽은 변이 나타나는 유형으로 표현됩니다.
이처럼 한의학적 원인 분석은 장의 기능뿐 아니라 정서, 체질, 환경 요인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IBS를 치료하는데 있어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한의학적 예방 및 생활관리
IBS는 별다른 구조적인 문제가 없기에 정서안정 및 생활습관 변화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대장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인체 주변 장기의 배경 및 환경 개선을 치료의 핵심으로 보기 때문에 생활관리가 필수적이며, 여기에 침·한약 등을 병행하면 훨씬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 진료시 타 질환의 경우 한약 복용시 크게 제한점을 두지 않고 있지만, 과민성 장 질환의 치료만큼은 식습관 개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과하지 않은 선에서 식이에 제한을 두고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1. 식습관 조절
IBS 환자는 특정 음식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의 유발 음식 파악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카페인, 술,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 탄산음료, 밀가루, 찬 음식 등은 장운동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식하거나 불규칙한 식사 습관은 장운동 리듬을 깨뜨려 증상을 재발시키므로 규칙적인 식사 패턴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설사형 IBS는 따뜻하고 자극이 적은 음식이 도움이 되며, 변비형 IBS는 충분한 수분과 알맞은 섬유질 섭취가 필요합니다. 다만 섬유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가스가 차서 오히려 팽만감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본인의 상태에 맞춰 조절해야 합니다. 특히 동의보감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체내 수분량이 감소하는 ‘노인혈쇠(老人血衰)’를 설명하며, 60대 이상 변비형 IBS 환자에게 수분 섭취를 보다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이 안정화돼 대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유산균 섭취도 효과적입니다. 김치나 요구르트에 풍부하지만 김치는 장에 자극이 되지 않게 너무 맵거나 짜지 않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스트레스·정서 관리
IBS는 스트레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정서 안정이 필수적입니다. 심호흡, 복식호흡, 명상, 산책 등 자율신경계 안정 활동은 장운동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정서가 불안할수록 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수면, 휴식, 생활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불규칙한 것을 교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몸의 스트레스를 줄여 증상 악화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3. 온열·환경 관리
찬 음식이나 찬 환경은 복직근과 함께 장 긴장도를 높이고 설사·복통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부 찜질, 온수 샤워, 따뜻한 물 섭취는 장의 과민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가벼운 운동
걷기, 요가, 스트레칭, 기체조 등 가벼운 운동은 장운동을 안정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복식호흡은 복근과 장을 동시에 이완시켜 복통·팽만감 완화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정서 안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한의학적 침, 뜸, 한약 치료
IBS는 원인과 증상 양상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지므로, 한의학에서는 개인의 체질과 증상 유형에 맞게 맞춤 치료를 시행합니다.

1. 침구 치료
중완, 천추, 관원, 족삼리, 태충 등의 혈자리를 자극하면 장운동 조절, 복통 완화, 경련 감소 등의 증상조절과 함께 자율신경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스트레스가 동반된 IBS 환자분들은 백회혈의 침치료 후 긴장완화, 수면개선, 불안감소와 함께 대장의 기능도 회복했다는 Case가 있습니다. 또한 하복부의 순환 및 기능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IBS(주로 한습(寒濕)형)의 경우, 관원혈 부분의 뜸 치료가 복강 내의 순환을 도우며 증상개선에 효과적입니다.
2. 한약 치료
IBS는 기능적 질환이면서 몸의 전체적인 환경 개선 및 근본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한약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증상 개선만을 위해 대증적으로 쓸 수 있는 처방들도 존재하나(설사형-불환금정기산 혹은 이신환 등, 변비형-조위승기탕 혹은 대승기탕 등)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증상이 발생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체질에 맞춰 조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소음인의 경우에는 정서적인 원인에 의해 하복부가 차갑게 되며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이를 교정해주는 치료가 들어갑니다. 곽향, 향부자 등의 따듯하게 하여 순환을 돕는 약재를 이용합니다.
소양인의 경우에는 수액대사 및 체내의 열로 인한 대장의 문제가 많이 생기고, 복령, 저령, 차전자 등 수액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약재가 이용됩니다.
태음인의 경우에는 찬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지나치게 섭취하여 위장관 운동이 저하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의이인, 대황 등의 약재를 이용하여 습담을 제거하여 장을 우선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같은 체질 내에서도 세부적인 원인이 다를 수 있으므로 한의사의 체질감별 및 진찰이 중요합니다.
■ 마무리하며
과민성 장 질환은 눈에 보이는 병변이 없더라도 장운동, 장내 미생물, 신경계, 주변 장기, 정서·면역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인체 전반적인 체내 환경을 개선시켜 주는 한의약 치료가 큰 강점을 보일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 관리와 스트레스 조절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완화될 수 있으며, 여기에 한의학적 침·한약 치료를 병행할 경우 장의 과민성을 낮추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더욱 효과적입니다.
IBS는 단기간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증상을 안정시키고 악화를 예방하는 관리 중심 질환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전신 균형을 회복하는 한의학적 관리가 더해진다면, IBS는 충분히 조절 가능하며 일상생활의 불편도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