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소비' 시대, 기업은 밀도 높은 '고농축 경험' 선사해야
로렉스·리트머스 소비 확산... 심리적 만족 채우는 전략 필요
입력 2025.12.03 06:00 수정 2025.12.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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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소비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로 '압축소비'가 부상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소비 피로감이 이어지는 환경에 적응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의미 있는 곳에만 소비를 집중하고 나머지에는 철저히 절약하는 방식이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압축소비 흐름이 △개인 내부의 소비 양극화 △로렉스 소비 △리트머스 소비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고농축 경험’을 설계하고, 소비자의 가치 기준에 맞는 제안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먼저, 압축소비의 대표적 양상 중 하나는 한 사람의 소비 안에서 나타나는 '소비 양극화'다. 절약과 고가 소비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과거의 계층간 소비 양극화와는 달리 한 개인의 소비 포트폴리오 안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소량화·소형화·소분화로 다양하게 경험해보길 원하는 '소분소비'와는 차별화된다. 조금씩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보다 '진짜 의미 있는 것에 깊이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의 소비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뷰티 카테고리에선 인디 뷰티 소비와 프리미엄 뷰티 소비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합리적 가격대의 인디 뷰티 브랜드 제품이나 다이소의 저가 화장품을 구매하면서, 절약한 예산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 가령 반려동물을 위한 고가의 '펫 향수'를 구매하는 데 과감히 사용하는 식이다.

보고서는 "한 개인 안에서 절약과 플렉스가 동시에 나타나는 소비 양극화의 내면화가 표준 소비 행태가 되고 있다"며"기업은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도 고가와 실속형을 정밀하게 분리 제안하는 '핀셋 세그멘테이션' 역량이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압축소비의 영향으로 '절약'과 '플렉스(Flex)' 소비의 경계가 재편되면서, 두 개념이 중첩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절약'의 가치는 '무조건 아낀다'에서 '이렇게 스트레스 받을 바엔 차라리 돈을 쓰겠다'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무더위를 무조건 참기보다는 전기요금이 절약되는 고효율 에어컨을 사거나, 스킨케어 제품을 덧바르기보다는 고기능성 한두 제품에 집중 투자하는 소비가 그 예다.

과시 소비를 뜻하는 플렉스도 '고급 레스토랑 방문'에서 '고급 레스토랑 맛을 경험하는 밀키트를 구매함으로써 비용을 낮춰 다른 곳에 투자한다' 쪽으로 가치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비싼 웨딩드레스를 대여하지 않고,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 저렴한 드레스를 직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선택적 절약' 방식을 '로렉스 소비(Lowlex; Low+Flex)'로 칭하며, "절약을 통해 확보한 삶의 여유와 선택권 자체가 새로운 과시이자 추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조사에서도 현명하게 아끼고 절약하는 소비 습관이 ‘힙하다’고 인식한 응답자는 76.8%에 달했다

지출 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리트머스 소비'도 압축소비의 한 형태다. 리트머스 종이로 산도를 재듯, 소비자들은 큰 지출에 앞서 자신의 취향이나 체질에 맞는지를 소액으로 먼저 시험해본다. 만족감 대비 후회 가능성, 유지 비용, 장기 가치 등을 따져 ‘후회하지 않는 소비’를 지향하는 심리적 ROI(Return on Investment) 전략에 기반한 행태다.

이러한 소비 방식은 뷰티·가전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고가 정품 대신 디자인이나 성능이 유사한 ‘듀프(Dupe)’ 제품을 먼저 사용해보고, 만족하면 정품 구매로 이어지는 식이다. 유행 아이템은 처음부터 정품보다 듀프로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들은 이를 ‘거품을 걷어낸 현명한 선택’으로 인식한다.

다이소나 편의점 등에선 화장품·건기식 등을 소용량·샘플 형태로 선보이며 이 같은 ‘테스트 소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인하 전략이 아니라, 저비용으로 시험해보려는 소비자 심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보고서는 "많은 것을 잘게 나눠 경험하던 소분소비의 시대를 지나 적은 것을 더 깊이 있게 경험하려는 압축소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며 "앞으로는 삶의 밀도를 높여줄 수 있는 경험과 브랜드만이 선택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들은 더 깊고 의미있는 고농축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에 따라 '고농축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나 장소를 찾는 '제철 코어'처럼, 순간의 몰입감과 희소성을 결합한 설계가 정서적 만족을 이끌어내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고농축' 추구 경향은 인간관계로도 확장돼 밀도 높은 교류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소비 관계 경험 모든 것이 개인의 성장과 만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고농축 경험'이 새로운 사치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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