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했는데 '1년 기다려라'… 만성화된 '대기간호사제'

국공립대학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20개소 10명 중 실제 임용은 6명

기사입력 2020-10-23 11:1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해 국공립대학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24개소의 모집정원 대비 실제 임용 발령률이 평균 67%에 불과하고, 대기간호사 중 현장에 발령될 때까지 9~12개월 대기하는 경우도 5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사진: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제공
23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77개소 중 71%인 55개소가 임용 대기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모집인원이 가장 많은 주요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24개소를 분석한 결과, 10명 중 6명만 현장에 발령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국립대학교병원의 실제 임용률은 겨우 17%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채용이 확정됐에도 병원에 실제 입사해 근무를 시작할 때까지 무기한 대기발령 상태로 있는 간호사를 의료현장에서 이른바 '대기간호사'라고 부른다.

간호사 이·퇴직률과 임용 중도 포기율이 높아 결원이 자주 발생하자, 대형종합병원은 인력을 긴급히 충원하기 위해 대기간호사 수를 2~3배까지 증원하는 대규모 채용을 연중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간호사 지망자들이 대형종합병원에 채용되었음에도, 실제 현장에 임용될 때까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기약 없이 대기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대기간호사 중 56%가 채용 후 발령까지 9~12개월, 20%는 6~9개월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선우 의원실이 주요 상급종합병원과 국공립대학병원24곳의 채용공고를 확인한 결과, 많은 병원이 채용 후 임용까지 대기기간이 있음을 공공연히 명시했다.

심지어 한 국립대학교병원은 최대 3년까지 임용이 연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공고했으며, 최대 대기기간을 아예 기재하지 않거나 ‘병원 재량’이라며 불명확하게 공지한 병원도 있었다. 24개소 중 절반 이상인 14개소가 이렇게 오랜 기간 임용 대기기간을 두면서도 신규 간호사를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수습직으로 채용했다.

대기간호사제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3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통해 '신규 간호사 대기순번제 근절 가이드라인'을 제정·권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2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가이드라인은 제작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중복합격과 임용포기 인원을 최소화해 유휴인력 발생을 줄이고자 올해 서울의 5개 대형병원이 간호사 채용 시 동시면접을 실시했지만, 이는 오히려 신규 간호 지망생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해치며 대기간호사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어제(22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영애 중소병원간호사 회장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대형병원의 발령일을 기다리는 간호사들은 불안한 마음에 중소병원에서 근무한다"며 "대형병원에서 대기간호사로 부족한 인력을 긴급 충원하면, 중소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간호사들이 '응급사직'을 하게 돼 중소병원에도 타격이 크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말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기간호사제를 비롯한 간호사 분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잘 알고 있다"며, "간호협회와 함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내어 준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월,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태움방지 3법'을 발의한 강선우 의원은 "대기간호사제는 태움뿐만 아니라 신규 간호사의 청년실업과 지역별·병원 종별 간호사 수급불균형을 조장한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도 위협하는 만큼, 보건복지부가 대기간호사제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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