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입점한 '척', 약국분양 20억원 '꿀꺽'하려던 회사 덜미

개국약사, 수원지법 청구소송서 승소…회사 '채무불이행' 인정

기사입력 2020-09-23 06:00     최종수정 2020-09-23 06:4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개국약사가 허위 입점으로 분양대금을 편취하려던 회사로부터 원금·권리금·손해배상금을 포함해 20억원을 돌려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최근 A약사가 B업체(이하 B사)와 직원 C씨를 진행한 '분양대금반환 등 청구소송'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사건 주요 내용을 보면, A약사는 2017년 11월 2일 B사와 건물 1층에 약 16억원 규모(102호 분양대금 6억3,882만원+ 103호 분양대금 9억5,823만원)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서는 해당 점포의 약국 독점권(특약사항)과 건물 병원 입점(입점보장약정)을 보장하는 특약사항이 포함돼 있었다. 

A약사는 B사에게 11월 2일 계약금 3억원, 27일 잔금 12억9,705만원을 각각 지급했고, 해당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분양업체 직원 C씨에게는 2억3천만원(병원지원비 명목)을 지급했다.

그런데, 계약에서 언급된 병원입점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불이행됐다.

2018년 1월 경 점포에 진료과목을 이비인후과 365진료(2층), 피부과(3층)로 표시한 D병원이 개원했으나, 5월 경 야간진료와 휴일진료가 중단됐고, 7월 경에는 이비인후과 진료가 중단됐으며, 10월에는 3층 피부과 진료도 중단된 것이다.

A약사는 입점보장약정이 '운영주체 및 진료과목이 다른 이비인후과, 피부과 및 364열린의원의 입점을 보장한다'는 의미임에도 B사는 입점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분양계약을 해제했기 때문에 B사가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금 17억3,099만원 및 법정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사는 특약사항에서 '운영주체를 달리하는 3개 병원이 입점한다'고 기재돼 있지는 않고, '입점예정'이라고 기재돼 있어 3개 병원 입점이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으며, 입점보장약정에서 'B사는 입점이 예정된 이비인후과, 피부과, 365 열린의원의 현실적 입점을 보장하고, 위 병원이 입점되지 않는 경우 B사의 귀책사유와 관계없이 분양계약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거나 A약사에게 계약해제권을 유보'하기로 하는 약정이라고 해석했다.

점포 2층, 3층 수(受)분양자들은 상가건물에 입점한 병원 E 원장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현실적 입점이 됐기 때문에 B사는 약정을 모두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채무불이행 사실과 관련, 특약사항에 대해 입점보장약정에서 의미하는 '병원'이 별개의 운영주체에 의해 운영되고 진료과목이 다른 '이비인후과, 피부과, 365 열린의원'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분양자료·외벽 현수막 등 관련 증거들을 볼 때, B사는 분양계약 체결 당시 A약사에게 건물에 3개 병원이 입점할 예정이라는 신뢰를 준 것으로 보이고, 해당 점포가 동일 면적의 다른 점포보다 고액으로 분양으로 이뤄진 점, 권리금 명목으로 2억3천만원이 별도로 지급된 점을 고려할 때 특약사항이 3개 병원 입점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실제 건물에 입점한 병원은 입점보장약정에 부합하지 않고, 그마저도 개원한지 불과 6개월 만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중단했으므로 B사는 병원 입점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채무불이행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약사는 B사의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어 원상회복 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에서 등기비용·인테리어 비용은 인정됐으나, 약국가맹비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약사가 지출한 등기비용, 인테리어 비용은 각 소유권 취득 및 약국 점포 개설을 위해 통상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으로 인정되므로 피고 회사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면서도 "약국 가맹비에 대해 피고 회사가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어 이 부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A약사가 병원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한 권리금 2억3천만원에 대해서는 반환청구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우선 A약사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금원의 용도가 특정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A약사 스스로 권리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장소적 이점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지원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던 사실 등을 종합하면 C씨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금원의 성질을 권리금이라고 보더라도 이는 이번 분양계약과 결합해 일체로 이뤄져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분양계약이 해제되면서 해당 금전지급약정도 함께 해제돼 원상회복으로 2억3천만원 지급의 의무가 있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B사가 A약사에게 19억5,499만2,320원(=분양대금 15억9,705만원+손해배상 1억2,794만2,320원+권리금 2억3,000만원)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입점과목을 진료과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되기 어렵다"며 "이 사건 의사가 잠시 봉직의사로 근무했다가 나갔다는 것만으로 약속했던 병원이 입점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핵심 쟁점을 설명했다.

특히 우종식 변호사는 약사들에게 입점 관련 증거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우 변호사는 "병원과 약국 상가분양에 있어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데, 우선 병원 입점과 관련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증거를 보전해둬야 한다"며 "계약서 작성 이전부터 필요하면 도움을 받아서라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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