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원격의료시 국가 기본 의료시스템 붕괴”

국가재난 코로나19 속 자본 논리 득세에 강력한 우려 표명

기사입력 2020-05-26 17:5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약사회가 코로나19라는 국가재난 상황 속에서 국가의 기본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원격의료 추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약사회(회장 김대업)는 26일 정부의 원격의료제도 도입 추진을 반대하고, 감염병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감염증 예방 관리 기반 구축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약사회는 2015년 메르스 감염대응을 위해 삼성서울병원, 건국대학병원 등 일부 병원에 제한된 범위 내의 전화 진료가 시행됐고,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는 환자의 건강을 위해 전화를 통한 환자 상담 및 처방이 허용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를 빌미로 정부 일각에서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시민단체와 보건의료인 모두가 반대해왔던 원격의료제도 도입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더구나 이를 신종 ‘한국형뉴딜’ 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며 “국가재난을 볼모로 하는 자본의 논리가 득세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비대면은 대면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당연한데 비대면이라는 이름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원격진료를 주장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며 “이는 재난을 핑계로 자본의 논리가 하고 싶은 일을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하겠다는 근시안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으며,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서비스산업선진화법’과 다를 바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해 허용된 전화처방의 경우 대부분 의사의 판단하에 안전성이 확보되는 경우로 이미 오랫동안 추적 관찰 중인 고령 또는 만성질환자의 재진 약물 처방 등이었다”며 “감염증으로 인해 의료기관 방문을 꺼려하는 환자에게 처방전 리필의 개념이 강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전화처방이 곧 원격의료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약사회는 “비대면이 무조건 절대 선이라는 생각에서 무모하게 원격의료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적 논리를 앞세워 환자의 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것”이라며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을 일방적으로 줄이고 의료를 산업으로 몰고 가는 시도는 국민건강을 위해 용납될 수 없으며, 비대면을 강조함으로써 붕괴될 의료제도 시스템은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원격의료 도입을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주장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을 강조하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 단순히 편하다는 것으로만 국가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며 “국민건강을 중심에 두고 판단할 때 일정한 규제를 통해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짚었다.

약사회는 “정부는 원격의료라는 논쟁으로 국론을 분열하고 감염증 예방을 위한 제도정비에 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우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에 더 매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모바일을 활용한 전자보험증의 도입을 통한 감염예방 물품의 적정한 보급과 개인별 관리, 건강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전자보험증을 플랫폼으로 하는 환자 중심의 보관 및 활용이 가능한 시스템 완비 등으로 국민건강관리의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작업부터 완성한 이후에 비대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며 “감염증 예방 물품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실시 등이 감염증 예방에 있어 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는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대면에 대한 관심을 원격의료 도입이라는 꼼수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감염병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감염증 예방 관리 기반을 구축하는데 우선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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