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R-PN 진단율 높인 비결? 관심·다학제 진료 필요”

예심 팔만 교수 “진단 가능성 염두해야…심장·신장내과, 안과 협진 필수적”

기사입력 2019-12-19 06:00     최종수정 2019-12-19 06:5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10만 명 중 1명 꼴로 발병하는 극희귀질환인 유전성 아밀로이드증 중 하나인 ATTR-PN(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은 트랜스티레틴 유전자의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장과 소화기계를 포함해 전신적 다발성 자율신경병증을 보인다.

한국은 ATTR-PN의 비풍토병 국가로, 질환 인지도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다른 병으로 오인해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고, 진단까지의 기간은 최대 4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터키는 한국과 같이 비풍토병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 중 최근 ATTR-PN 진단율이 급증한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약업신문은 터키에서 ATTR-PN의 조기 진단율을 성공적으로 끌어올린 경험을 갖고 있는 이스탄불 대학의 예심 팔만(Yesim Parman) 교수를 만나 그동안의 노력들에 대해 들어봤다.



- 터키를 포함한 최근 유럽의 ATTR-PN 유병률은 어떠한가.

ATTR-PN은 현재 다행히 치료제가 있지만 치명적인 극희귀질환이다. ATTR-PN은 아밀로이드증의 하위 개념으로 아밀로이드증은 유럽 전체에서 10만 명 중 47명이 앓고 있다. 이 중 ATTR-PN은 유전성의 아밀로이드증으로 10만 명 중 1명꼴이다. 포르투갈 특정 지역에서 1,000명 당 1명꼴로 나타난다. 독일과 프랑스 내 환자케이스는 약 500~700건으로 보고되고, 불가리아는 700~800건으로 최근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각 국가마다 역학적 연구진행 여부의 차이가 있지만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연구조사는 없다. 터키는 ATTR-PN에 대한 인지도가 굉장히 낮아, 전국적으로 역학적 연구가 진행된 것은 없지만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 ATTR-PN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의료진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나.

먼저 ATTR-PN의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의료진은 ATTR-PN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신경과에 내원한 다발성신경증 환자의 진단시에도 ATTR-PN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오진의 우려가 없다. ATTR-PN 환자가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는 대게 CIDP(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신경병증)이다. 그 다음에는 가족력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 비풍토병 지역에서는 가족력 없이 환자 단독 출현일 가능성도 있다. 이때는 보통 심장, 신장에서도 증상이 동반돼 나타나기 때문에 가능성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 또, 자율신경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일반적인 신경병증은 감각이나 운동신경에서 이상이 발생하면서 감각 손실, 원위부 쪽으로 내려오면서 하지에 신경들이 마비되는 증상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ATTR-PN은 자율신경계 이상이 같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 한국도 터키와 같이 ATTR-PN 비풍토병지역이다. 터키가 진단율을 높일 수 있었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선 ATTR-PN를 확진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혈액검사만으로도 10일 이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다양한 진료과의 진료협진을 통한 다학제 협진이 중요하다. 특히 TTR에 변형이 생긴 아밀로이드가 심장, 신장, 눈에 침착하기 때문에 심장내과, 신장내과, 안과와의 협진이 필수적이다. 또한 어느 장기에 침범이 되었는지 전신적인 스캐닝도 환자에게 필요하다. 진단 후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관찰도 중요하다. 추적관찰은 진단 후 치료제 복약 중인 환자들은 6개월에 한 번, 무증상의 보인자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추적관찰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무증상 보인자가 1년 내에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내원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 이 외에도 희귀질환 치료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

터키는 인구 8천 2백만 명, 78만km2의 큰 나라이기 때문에 10개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인구수를 가졌기 때문에 거점별로 희귀질환과 ATTR-PN를 관리할 수 있는 중점 센터를 세워서 같이 협력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또, 희귀질환 관리에서는 인식강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심장내과에서 ATTR-PN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ATTN의 표현력을 보면 PN(신경병증)으로 나타나거나 심장이상증으로 나타나는 CM(심장병증)이 혼합돼 있다. 때문에 환자가 자신의 병명은 모른 채 심장과로 내원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때 신경과와 심장내과간의 협진이 필요하고, 심장내과에서도 ATTR-PN과 ATTR-CM의 가능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 ATTR-PN은 다행히 치료제가 있는 희귀질환이다. 교수님의 경험에서 비춰봤을 때, 치료제 사용경험과 치료성과는 어떠셨는지 궁금하다.

ATTR-PN의 대표적인 약제로 빈다켈(성분명: 타파미디스 메글루민염)이다. 빈다켈은 2011년 이후 출시돼 터키에서는 2012년부터 사용됐으니 7년 정도의 빈다켈 처방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빈다켈은 ATTR-PN 초기인 1단계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우수한 치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치료제 결과를 측정하는 여러 지표 중에서 하지 쪽의 신경손상정도를 평가하는 NIS-LL 점수가 개선됐고, BMI, QoL에 대한 지표에서도 성적이 좋았다. 이후에도 신약이 등장하고 있지만 모든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치료제가 나왔다는 것은 무증상의 보인자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다. 또 의료진 입장에서도 환자에게 치료제들이 있기 때문에 진단 내리는 것에서 걱정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일단 진단이 되면 치료 가능한 치료제가 있기 때문이다.


- 한국에서도 지역마다 희귀질환 거점병원을 지정해서 희귀질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터키에서의 아밀로이드센터 운영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 조언한다면.

첫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등록부(registry)를 만드는 것이다. 환자등록부를 통해 해당 질환에 대한 임상적인 경과, 침범되는 장기 등 굉장히 광범위한 정보들을 직접 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로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희귀질환에 있어 다학제적 접근의 중요성이다. 환자등록부를 통해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규모, 진단에서 중요한 사안을 확인하고 임상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기준과 다학제적 접근을 통한 다양한 진료 과목의 전문의들과의 협력이 좋은 치료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희귀질환에 대해 전문의 사이에서 질환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진단만 적시에 잘 됐다면 치료는 비교적 순조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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