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색전술, 건강한 간 조직 보호·종양만 괴사”

파베즈 맨트리·김경민 교수, ‘SGI 2019’서 새로운 간암 치료법 소개

기사입력 2019-10-16 06:00     최종수정 2019-10-16 06:5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방사성 물질을 이용, 건강한 조직을 피해 종양에만 작용해 암 진행을 멈추는 간암 치료법이 국내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 소개됐다.

지난 11일, 12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13회 소화기 인터벤션(Annual meeting of Society of Gastrointestinal Intervention, SCI)’에서 방사선 색전술을 이용한 간암 치료기법이 다뤄졌다.

발제는 미국 메소디스트 댈러스 메디컬센터(Methodist Dallas Medical Center) 간이식 내과의사인 파베즈 맨트리(Parvez Mantry) 교수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경민 교수가 맡았다.

방사선 색전술이란, 수술이 불가능한 간암을 치료하는 시술로 알려져 있다. 간동맥화학색전술(TACE)과 시술 방식은 동일하지만, 혈관에 항암제를 넣어 종양을 괴사시키는 간동맥화학색전술과 달리 방사성 물질을 이용해 치료한다는 점이 다르다.

간에 발생한 종양은 간동맥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해 자라는데, 영양분 통로가 되는 간동맥에 카테터를 넣어 종양 쪽으로 방사성 물질을 흘려보내 치료 효과를 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이트륨(Yttrium)-90을 사용하는데, 이 물질이 최종적으로 종양 조직에 도착해 베타선을 방출하고 종양 괴사를 유도한다.

일반적인 항암치료는 인체 외부에서 방사선을 쬔다. 따라서 방사선이 지나가는 모든 신체부위가 방사선 영향을 받아 신체조직이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모근에 작용해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다른 외부장기가 손상되기도 한다.

김경민 교수는 “방사선 색전술을 이용하면 방사선이 간에만 효과를 미치도록 국한된 부위에만 초점을 맞춰 다른 건강한 신체기관이 망가질 위험이 적다”며 “이 치료법의 가장 좋은 점은 건강한 간 조직을 보호하면서 간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맨트리 교수는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 226명을 방사선색전술로 치료한 후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맨트리 교수는 “미국에서 15년 넘게 이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초기 대장암에서 전이된 간암에만 적응증이 있다가 지금은 원발성간암 치료 적응증도 추가됐다”며 “이 치료 후에도 화학요법이나 면역요법이 가능하기에 치료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방사선색전술에 사용되는 치료제 '써스피어스'(SIR-Spheres)를 국내 공급하고 있는 제이팜 김정한 대표는 “워낙 고가 치료제라 그동안 국내에서 시술된 사례가 많지 않았지만, 현재 정부와 급여적용을 논의하고 있어 이르면 올해 안에 급여목록에 등재될 전망”이라며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더 많은 환자들이 방사선 색전술을 통해 간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방사선 색전술, 생존률·수술예후 타 치료법 앞서”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경민 교수는 “방사선 색전술은 2008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11년 째 사용되고 있다”며 “고가 치료법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권할 수는 없지만, 생존률과 수술 예후 모두 다른 치료법을 앞선다”고 말했다.

김경민 교수는 “간암은 간경화에서 많이 생기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서 간기능 보호가 가장 중요한데, 방사선 색전술을 쓰면 간암이 있는 부분만 치료제가 작용하고 간의 다른 약해진 부분은 보호하기 때문에 치료가 효과적이다”라며 “일반적인 항암제 치료와 비교해도 생존률이 높고 드라마틱한 케이스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치료법은 특히 진행성 간암에 효과적이다. 간암은 ABCD 유형으로 나뉘는데, C형이 진행성 간암이다. C형 간암에 아무 치료를 가하지 않으면 평균 6개월의 생존율을 보인다. 여기에 교과서에 나오는 표준치료 소라토닌 등 항암제를 쓰면 8~9개월 가량으로 생존기간이 늘어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지만 방사선색전술을 시행하면 그보다 훨씬 길다. 의료진들도 실제 그렇게 느끼고 있다. 큰 틀에선 8~9개월로 동일하게 나오지만, 맨트리 교수가 일하는 미국 병원에서는 평균 16.6개월까지 늘어났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면역항암제·방사선 등 병합치료, 간암치료 트렌드”

미국 메소디스트 댈러스 메디컬센터 간이식내과 파베즈 맨트리(Pavea Mantry) 교수는 “간에는 간문맥이 있다. 중요한 혈관이다. 암이 간문맥을 침범하기 쉽고, 일단 침범하면 예후가 안 좋다. 이 치료법은 이런 환자에게 특히 효과가 좋다”며 “우리는 ‘헤파톨로지’라는 미국의 간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회지에 저번 주 이 치료법에 대한 논문을 제출했다. 3~4주 후면 논문 채택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베즈 맨트리 교수는 “과거에 간암은 치료가 힘든 암 중 하나였으나, 최근 5년 간 많이 기술들이 발전됐다. 딱히 뭐가 좋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5년 간 발견된 것 중에는 여러 가지 시술법을 병합해 치료하는 방법이 효과가 좋고 현재 연구도 많이 되고 있다”며 “병합치료를 예를 들면 써-스피어스와 같은 항암제와 색전술의 병합, 서로 다른 종류의 항암제를 병합해 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 면역+면역, 표적+표적 등을 동시에 쓰는 것이 최근 간암 치료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맨트리 교수는 “면역+방사능 병합치료를 연구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조금씩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며 “면역항암제와 방사선을 묶은 병합치료는 현재 임상이 진행되고 있고 결과는 내년 말쯤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간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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