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혈압서 자살생각 위험 높아진다' …연구 논문 '눈길'

약정원 정경인 학술팀장 참여 연구팀, 저혈압과 자살 상관관계 연구

기사입력 2018-03-14 12:00     최종수정 2018-03-20 17:3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약학정보원 정경인 학술팀장(약사)이 제1저자로 발표한 저혈압에 관련 연구가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혈압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고혈압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고, 저혈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고혈압과 달리 낮은 혈압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질환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며,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는 통념이 일반적이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이러한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과 정경인 연구원(약학정보원 학술팀장)이 지난 3월 1일 Springer Nature 출판사의 BMC Public Health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혈압이 낮은 사람은 자살생각의 위험이 더 높을 수 있어, 낮은 혈압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연구진은 2010-2013년 4개년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정상혈압 또는 낮은 혈압을 가진 10,703명 한국 성인(19-101세)의 자살생각 위험을 비교했다. 

정상혈압을 “100 ≤ SBP(수축기혈압) < 120 mmHg 그리고 DBP(확장기혈압)< 80 mmHg” 으로 하였을 때, 저혈압의 기준은 “수축기 혈압 100 mmHg”로 하여 매우 심한 저혈압이 아니라 통상 정상의 범주로 여겨지는 정도의 낮은 혈압도 저혈압으로 간주하였다. 

또한 양적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저혈압의 기준을 수축기혈압 110 mmHg, 95 mmHg, 90 mmHg으로도 설정하여 결과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자살 생각은 다음 두 가지 질문 중 하나를 묻는 것으로 "작년에 ​​자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까?"(2010-2012)”, "작년에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습니까?"(2013) 등으로 확인했다.

연구결과, 정상혈압에 비해 수축기혈압이 100 mmHg 미만인 낮은 혈압을 가진 사람들에서의 자살생각의 위험은 25% 증가하였고, 저혈압의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하여 수축기 혈압 95 mmHg 또는 90 mmHg으로 했을 때는 자살생각의 위험이 더욱 증가하여 정상혈압에 비해 각각 43%, 74% 증가했다.

이러한 위험의 증가는 성별, 연령, BMI, 가구소득, 교육수준, 흡연, 알코올섭취, 당뇨병, 뇌졸중, 심근경색/협심증 등의 병력 등 자살생각의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수들을 통제한 뒤에 나타난 결과이다. 이에 비해 저혈압의 기준을 110 mg 미만으로 설정하였을 때에는 자살생각의 위험이 정상혈압과 동일했다.

연구진은 높은 혈압에서도 이러한 결과를 보이는지를 추가적으로 확인하였는데, 높은 혈압(고헐압 전단계와 고혈압)에서는 자살생각의 위험이 정상혈압과 차이가 없었다. 

조성일 교수는 "저혈압이 우울증과 불안 등 심리적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제기한 연구는 있지만 저혈압과 자살 생각과의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는 본 연구가 처음이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또 이번 연구는 낮은 혈압은 고혈압과는 다른 양상의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제기한 것으로, 낮은 혈압에 대한 재평가와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이 연구에서 저혈압의 기준으로 설정하였던 수축기 혈압 100 mmHg 미만은 전체 성인의 11%에 해당하여 적지 않은 사람이 이에 속한다며, 심각한 저혈압이 아닌 수용할 만한 수준의 낮은 혈압도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경인 팀장은 "주변에서 '혈압이 낮아서 자주 어지럽다거나 '혈압이 낮아서 기운이 없다'라고 호소하며 본인의 낮은 혈압이 삶의 질이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이것이 낮은 혈압이 실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학계의 보편적인 인식에 의문을 갖게 됐다"며 이번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혈압이 낮은 사람이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호소할 때 임상에서 이를 무시하지 말지 말고, 운동, 카페인섭취, 염분섭취 등과 같은 쉬운 생활습관교정을 하도록 충고해 주는게 환자에게 유익한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독일, 스페인과 같은 유럽국가에서 영미권에서와는 달리 임상현장에서 낮은 혈압이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환자에게 운동, 커피 음용과 같은 생활요법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낮은 혈압이 어떻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관한 생물학적인 기전은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뇌 관류(perfusion)나 미세혈관 순환, 산소전달에서의 감소가 그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 연구의 결과는 생리심리학 분야 연구자들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혈압-감정 감쇠 가설(blood pressure-emotioanl dampening hypothesis) [높은 혈압이 부정적인 감정경험과 통증 인식에 있어 억제적인 효과가 있는데 비해, 낮은 혈압에서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를 압력반사의 감수성 차이로 설명하는 가설]과도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약학정보원 양덕숙 원장은 "약정원 학술정보 인력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우수한 의약학, 보건 분야의 연구능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확보와 학술역량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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