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연구도 이젠 “꺼진 불도 다시 보자”

7개 제약사ㆍ英 MRC, 신약후보물질 ‘공동 도서관’ 구축

기사입력 2014-07-23 14:0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신약개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린(deprioritised) 신약후보물질들을 연구자들이 일종의 ‘공동 가상 도서관’(a virtual library)처럼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이 구축됐다.

영국의 빈스 케이블 기업혁신기술부 장관은 국가의료연구위원회(MRC: Medical Research Council)가 7개 글로벌 제약기업들과 이 같은 내용의 파트너십을 구축키로 합의했다고 21일 공표했다.

파트너십 구축에 참여한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아스트라제네카社,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 존슨&존슨社의 계열사인 얀센 리서치&디벨롭먼트 LLC社, 일라이 릴리社, 화이자社, 다케다社 및 UCB社 등이다.

참여한 제약사들은 각사가 신약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려 “실패한” 신약후보물질들을 내놓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통해 다양한 질병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보다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을 모색하는 등 새로운 방향의 연구가 진행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후순위로 밀려 “실패한” 신약후보물질들은 개발이 어느 정도의 단계까지 진행되었지만, 초기 검증단계에서 충분한 수준의 약효가 입증되지 못해 제동이 걸린 상태의 것들을 지칭한 개념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경로가 상당부분 오버랩되는 다른 질병들을 치료하는 데 괄목할 만한 약효를 발휘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학계의 연구자들에게 이처럼 후순위로 밀린 신약후보물질들이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연구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

체내에서 질병이 발생하는 기전을 규명하거나, 발병을 차단하거나, 발병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MRC와 7개 글로벌 제약사들이 파트너십을 구축키로 합의한 것도 현재까지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신약후보물질이지만, 다른 목적으로 방향을 전환할 경우 효과적인 신약의 개발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게다가 후순위로 밀린 신약후보물질들은 이미 안전성 검증을 비롯한 초기단계의 연구‧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이므로 연구의 방향을 전환했을 때 후속단계가 훨씬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이다.

MRC의 경우 이미 지난 2011년 12월 아스트라제네카社와 같은 성격의 신약후보물질 공유 파트너십을 구축한 결과 기대할 만한 결실을 맺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고, 이번에 제휴대상 제약기업들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식도 역류증 치료제 개발에 목표를 두고 개발을 진행했던 한 신약후보물질을 만성기침 치료용도로 방향을 전환한 연구사례는 단적인 사례. 이것은 기침반사와 위식도 역류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연구를 진행한 끝에 도출된 성과이다.

MRC의 존 사빌 위원장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구축한 획기적인 신약후보물질 협력에 학계로부터 엄청난 관심이 쏠리면서 알쯔하이머, 암 및 희귀질환 등의 연구에 700만 파운드의 연구비 조성으로 이어졌다”며 “이번에 파트너십이 구축되지 않았다면 그냥 버려졌을 지도 모를 신약후보물질들로부터 혁신적인 성과물들이 도출되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함에 따른 가용 신약후보물질 풀-리스트는 올해 말경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RC와 7개 제약사들은 차후 더 많은 제약기업들과 더 많은 신약후보물질들이 프로그램에 추가될 수 있기를 요망했다.

영국 제약협회(ABPI)의 스티븐 화이트헤드 회장은 “MRC와 7개 제약사들이 구축한 파트너십이야말로 업계와 학계 모두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개방형 혁신의 환상적인 시례(fantastic example)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신약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파트너십 구축과 관련해 차후 발생할 수도 있는 지적재산권 문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처해 나가되, 현재 학계의 연구에 적용되고 있는 것과 대동소이한 수준의 기준이 준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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