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인 듯 항암제 아닌 항암제 같은 의약품!

美 연구팀, 49개 항암제外 약물들서 항암활성 관찰

기사입력 2020-01-22 06:00     최종수정 2020-01-22 06:50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당뇨병에서부터 염증, 알코올 남용, 그리고 심지어 반려견용 관절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들에 사용 중인 약물들이 실험실 연구에서 암세포들을 사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요지의 연구결과가 공개되어 주목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 매사추세츠州 보스턴에 소재한 다나-파버 암연구소,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부속 브로드연구소 및 하버드대학 의과대학 공동연구팀이 학술저널 ‘네이처 캔서’誌에 20일 게재했다.

게재된 보고서의 제목은 ‘체계적인 실행 가능성 프로파일링에 의한 비 항암제들의 항암 잠재력 발견’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24개 종양 유형을 대상으로 578개의 실험실 내 암세포주를 대상으로 총 4,518개 약물들의 항암활성을 관찰한 결과 예상치 못했던 높은 비율로 많은 약물들이 항암활성을 내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검증대상에 포함되었던 이 약물들은 대부분 원래 항암제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약물이 아니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공동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이 중 일부 약물들의 경우 적절한 절차를 거쳐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이 필요해 보이고, 다른 일부 약물들은 신약개발을 위한 시동을 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항암제 또는 항암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을(repurposed)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들을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검색전략을 적용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49개의 항암제外 약물들이 암세포들을 선택적으로 사멸에 이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같은 항암활성은 분자 생체지표인자들을 사용해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총 103개의 다른 조성물질들도 49개 항암제外 약물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암세포주들을 선택적으로 저해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에 제 1저자로 참여한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스티븐 M. 코셀로 박사는 “항암제에 속하지 않는 일부 약물들이 암 환자들에게 나타내는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착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임상시험이 착수될 수 있으려면 후속연구와 일부 수정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저자의 한사람으로 참여한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의 토드 R. 골럽 교수는 “항암활성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약물만 찾아내더라도 운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수의 후보약물들이 발견되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당초 총 6,000개 이상의 발매 중인 약물 또는 조성물질을 대상으로 착수되었던 것이어서 이 같은 성격의 연구로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이미 FDA의 허가를 취득했거나,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조성물질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던 것.

대부분 항암제에 속하지 않는 약물들을 대상으로 이처럼 대규모로 항암활성을 평가한 연구사례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부 약물들의 경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전으로 암세포들을 사멸에 이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셀로 박사는 “현재 발매 중인 대부분의 항암제들이 특정한 단백질들을 차단해 작용을 나타내는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효과를 내보였다”며 “우리 연구팀이 관찰한 48개 약물들의 일부는 단백질과 결합하지 않고, 한 단백질의 작용을 촉진하거나 한 단백질과 다른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안정화시키는 기전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12개에 가까운 비 항암제들이 ‘PDE3A’ 단백질과 ‘SLFN12’ 단백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안정화시켜 ‘PDE3A’ 단백질이 발현된 암세포들을 사멸에 이르게 했다고 코셀로 박사는 언급했다.

또한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 암세포들을 사멸케 한 대부분의 비 항암제들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분자표적과 상호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항염증제의 일종으로 원래는 사람들에게 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반려견용 골관절염 치료제로 승인받은 테폭살린(tepoxalin)의 경우 ‘MDR1’ 단백질의 과다발현을 유도하는 세포 내 표적에 작용해 암세포들을 사멸에 이르게 했다는 설명이다.

‘MDR1’ 단백질은 항암화학요법제에 내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돌연변이 또는 메틸화 수치 등 세포주의 유전체학적 특성들에 근거해 일부 약물들의 세포주 괴사작용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유전체학적 특성들이 장차 특정약물들의 사용을 통해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들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생체지표인자로 활용이 가능케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한 하나의 사례로 알코올 남용 치료제 ‘안타부스’(Antabuse: 디설피람)가 메탈로티오네인(metallothionein) 단백질의 소모를 유도하는 변이를 동반한 세포주들을 사멸에 이르게 했다고 언급했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바나듐(vanadium)을 포함한 약물들의 경우 염 운반물질인 ‘SLC26A2’를 발현하는 암세포들을 사멸에 이르게 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신약개발을 위한 출발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코셀로 박사는 “유전체학적 특성들이 약물들의 활성과 관련한 가설을 제공해 줬다”며 “이 약물들이 어떻게 암세포들을 사멸에 이르게 했는지를 규명하면 신약개발을 위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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